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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임신을 번갈아가면서 하래요"

조회수 2021. 2. 1. 12: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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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순번제' 강요하는 회사..괜찮은 걸까?
"회사에서 임신을 번갈아가며 하라는 공문이 내려옴."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 중 하나입니다. 언제적 얘기냐고요? 지난해 말 남겨진 리뷰입니다. 설마 정말일까 싶은 이야기인데요. 요즘도 이런 회사가 있다니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임신 순번제'는 이미 한때 논란이 됐던 이슈입니다. 의료업계에서 간호사들에게 순서를 정해 임신을 하도록 하는 관행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됐는데요. 임신을 하면 인력 공백이 생기고, 업무에 차질이 생기니 이를 막기 위해 각자 순서를 정해서 임신과 출산을 하도록 한 겁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2016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간호직의 39.5%, 전공의 71.4%는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임신을 결정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간호사 10명 중 4명, 전공의 10명 중 7명은 임신을 하는데 눈치를 봐야 하고, 순서에 맞춰 임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한 거죠. 

벌써 5년 전 얘기인데, 상황은 좀 나아졌을까요? 여전히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4.1%는 '임신 결정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답했습니다.

이같은 불합리한 상황은 의료계만의 일도 아닙니다. 2017년에는 어린이집 원장이 보육교사에게 임신 순서를 강요한 일이 있었는데요. 당시 인권위는 임신 순서나 시기 조정을 요구한 것은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개인의 인격권·행복추구권에는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이 전제되는 것이고, 이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임신과 출산에 관한 결정, 즉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 내재하는 특별한 희생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미 수차례 논란이 됐지만 현실에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이 문제, 여전히 해결책은 없는걸까요? 

근로기준법은 △회사에서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고 있습니다. 

임신순번제를 강요하면서 지속적으로 욕설이나 폭언, 모욕 등을 했다면 물론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는데요. 만약 순번을 어겨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부당한 조치나 불이익을 당했다면, 역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법적 처벌이 가능한 경우도 있는데요. 임산부가 출산 전후 휴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거나, 시간 외 근로를 무리하게 시키는 등 법을 어겼다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조리는 일상에서 매일 벌어지고, 법은 멀게만 느껴지는게 현실이죠. 당장 직장 내 괴롭힘법이 시행된 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현실에서는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결국 현실을 바꾸는 건 인식의 변화일 것 같습니다. 근로자가 '비용'이 아닌 함께 회사를 꾸려나가는 동료가 될 때 조금씩이나마 바뀌지 않을까요. 올해는 이런 일을 당하는 근로자가 없기를, 일과 가정이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선택지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양립할 수 있는 회사가 많아지길 바라봅니다.

이주경 변호사・박보희 기자 bh.park@company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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