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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발 성과급 논란 삼성·LG도 '빵'..왜?

조회수 2021. 2. 10. 0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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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었다..투명한 기준 만들 때"
“성과급의 산출기준을 투명화해 달라.”(삼성전자 노사협의회 2021년 임금복리후생협의 중 사원대표 측 발언)
“LG화학에서 성과급 논란은 항상 있는 일상적인 문제다.”(LG화학 임직원)
“이번에도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성과급은 기본급(연봉의 20분의 1)의 300~400% 수준에 그쳐 사내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LG화학 임직원)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 이후, 삼성전자, LG화학에서도 성과급을 둘러싼 불만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를 넘어 SK그룹 계열사와 LG그룹, 포스코 등으로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논란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SK하이닉스가 지난달 말, 임직원들에게 연봉의 20% 수준인 기본급(연봉의 20분의 1) 400%를 초과이익분배금(PS)로 지급한다고 알렸는데요. 기대보다 못한 성과급을 받게 된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사측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연봉 30억 원 반납도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의 사과도 이를 잠재우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고요. 결국 2월 4일, 노사가 마주 앉아 기본급 200% 수준의 우리 사주 발행, 300만 복지포인트 지급 등을 협의하면서 겨우 합의를 이뤘습니다.

SK하이닉스는 당장 급한 불을 껐지만, 성과급 논란은 산업계 전반을 타고 다니며 한동안 이어질 듯합니다. 당장 SK텔레콤, 삼성전자와 LG화학 임직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습니다.

◇ SK텔레콤…"성과급 규모, 지급 방식 개편하라"vs"300만 포인트 줄게"

SK하이닉스에서 불길이 옮겨붙은 SK텔레콤은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SK텔레콤 노조는 4일 "성과급이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 심각하게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사측에 밝혔습니다.

지난해 전년대비 매출액 5%(18조 6247억 원), 영업이익 21.8%(1조 3493억 원)가 성장했으니 이 실적 상승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정하고, 성과급 지급 방식도 전면 개편해달라고 요구했죠. 사측은 300만 복지 포인트 지급을 제시했지만, 오히려 상황은 악화되는 모양입니다.

직원들은 "우리는 무시하고 있다"며 강력 투쟁을 예고했습니다. 잡플래닛 SK텔레콤의 프리미엄 리뷰 중 ‘경영진의 유형’에 대해 응답자의 53%가 ‘남 얘기 안 듣는 고집불통’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이번 결과 역시 경영진의 소통 부족이 원인은 아닐까 싶습니다.

◇ 삼성전자 "돈은 우리가 벌었는데 성과급은 왜 더 귀여워?"

삼성전자는 지난달 반도체(DS) 부분 성과급으로 연봉의 47% 지급을 결정했습니다. 삼성전자 DS부문 임직원들은 전체 실적의 절반이 본인들의 노력으로 이뤄졌는데, 스마트폰(IM)이나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가 받은 50%보다 적다며 실망스러운 기색을 보였고요.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열린 2020년 실적발표에서 매출액 236조 8070억 원, 영업이익은 35조993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죠. 매출은 전년 대비 2.78%,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9.6%, 순이익은 26조4078억 원으로 21.48% 늘었고요. 이 중 DS부문 매출액은 103조 원으로 2019년 대비 7.9% 늘었습니다. 매출액 99조 59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2% 감소한 IM부문(모바일) 보다 높은 실적이죠.

이를 반영하듯 잡플래닛 속 삼성전자의 최근 리뷰들에서는 성과급이라는 키워드가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과거 PS에서 지금은 OPI(초과실적성과급)이라는 용어로 변했지만, 여전히 리뷰 속 단점 키워드에는 ‘성과급’과 ‘PS’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보입니다.

“성과급이 안 터지면 의미가 없는데, 점점 성과급을 안 주려는 것 같다.” “연봉이 높지는 않은 편, 성과급에 따라 수입이 크게 좌우되며 성과급은 협상이 아닌 통보 느낌”이라는 내용들이죠. 또 ‘치열한 경쟁’, ‘사업부 간의 큰 차이’ 등의 표현들이 보이는데요. DS부문 직원들이 불만이 엿보이는 대목들입니다.

◇ LG화학 "직원은 '쬐금' 임원은 '많이'…퇴사이유 '0'순위는 돈"

LG화학은 지난해 매출액 30조575억 원, 영업이익 2조3532억 원으로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연매출 30조 원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신기록 돌파의 기쁨도 잠시, 곳곳에서 아쉬운 목소리가 들립니다. 역시 성과급 때문인데요.

LG화학의 이번 PS 규모는 석유화학본부가 390%, 첨단소재본부와 생명과학본부가 300%로 알려졌습니다. 사업부별 성과급 규모는 정해져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팀에 있는지에 따라 또다시 조정이 됩니다. 팀에 따라 이보다 적게 받을 수 있는거죠. LG화학에 재직 중인 A씨는 "직원 입장에서는 회사가 격려금을 적게 주기 위한 장치를 많이 마련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는데요.

A씨는 "SK하이닉스의 거세게 항의하는 분위기와 달리 LG화학 내에서는 390%도 많이 준다고 위안하는 분위기"라며 "LG화학 외에도 LG그룹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 0순위는 '돈'이다. LG그룹의 성과급 체계가 개편돼야 직원의 이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잡플래닛의 LG화학 리뷰에서도 '성과급'은 단점에 속합니다. "성과급이 굉장히 적다, 이직 이유를 성과급이라고 말할 정도"라는 리뷰도 있습니다. '더 열심히 해달라'는 의미로 성과급을 줬는데 불만은 더 쌓이는 황당한 상황인 셈입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사실 직원들의 불만은 성과급 액수 때문만은 아닙니다. 직원 성과급은 적은데 임원 성과급은 많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불만을 키우는 이유 중 하나인데요. 실제 A씨는 "동종 업계에서 LG화학 임원의 성과급이 가장 많은 부분도 아쉽다"며 "성과급 차이를 보면 직원을 위한 회사가 아닌 임원을 위한 회사라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든다"고 했습니다.

◇ "돈 많이 받는 줄 알았는데…" 여기저기 터져나온 대기업 성과급 논란, 이유는?

과거에도 SK그룹, 삼성그룹 등 대기업의 성과급은 늘 이슈였습니다. 그런데 유독 올해 직원들이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고 사측에 거센 비판을 가하는 이유는 뭘까요?

일각에서는 세대교체에 따른 직장 문화의 변화를 한 가지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 이번 SK하이닉스의 경우 4년차 직원이 대표에게 '성과급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보낸 내부 항의 메일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출간된 <70년대생이 운다>는 회사 조직의 중추인 70년대생을, <90년생이 온다>는 책 속 90년대 직원을 관리하는 평가자로 그리며 세대 간 문화 차이를 보여줍니다. 선후배, 기수제 등의 문화에서 '님', '프로', 영어 이름 도입과 같은 명칭 변화 등을 통해 바뀌는 조직 문화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데요. 이 같은 변화가 조직원들이 할 말은 하는 문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뒤따릅니다.

과거 직장인들이 급여 체계를 사내 기밀처럼 운영해도 그냥 받아들이고, 연봉이나 성과급 통보를 받아도 그냥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문제라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여 이의를 제기하는 문화로 바뀌었다는 거죠. 세대와 문화가 바뀐 문제여서 ‘투명한 공개’를 바라는 직장인들의 목소리는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회사에 다니지만 다른 대우를 받는 직장인들 사이 '자존심 문제'도 성과급 논쟁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과거에는 직급과 연차에 따라 급여를 받는 호봉제가 대세였지만, 이제 대부분 회사는 연봉제를 시행 중이죠. 연봉제가 확산되며 같은 회사, 같은 팀 내에서도 연봉은 다 다른 상황이고요.

이러다보니, 같은 회사를 다니는데도 급여에서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생기고, 돈은 우리가 다 벌었는데 다른 부서에서 이 성과를 가로챈다는 생각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겁니다. 거기다 직원과 임원들의 급여 차이가 점점 커지는 것이 알려지며 불만은 점점 쌓이는 상황이었던 거죠. 실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같은 회사에 다니지만 연봉 차이가 크다는 불만을 담은 글이 화제가 되며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 "직원과 회사 동의할 수 있는 투명한 기준 확립 필요한 시점"

결국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깜깜이' 식으로 운영되던 급여, 성과급 체계에 대해 조직원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성과급 책정의 기준과 협상의 근거를 밝히고 노사 양측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정유신 서강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직원과 회사 모두 동의할 수 있는 투명한 경영 기준 확립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현 상황을 평가했습니다. 정 교수는 "여러 금융기업, 기관의 재무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성과급, 연봉의 책정 및 지급사유 등 기준의 애매함이 아쉬웠다"며 "노사가 함께 성장하기 위해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명백한 기준의 정착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는 채근담 속 말처럼 과한 투명성은 자본주의 경쟁 체제에서 자칫하면 위험할 수 있다"며 "회사 경영에 문제가 될 정도의 선을 넘는 요구가 아닌지에 대해서는 조직원들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승혁 기자 sh.oh@company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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