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강제로 '직무 변경'을..대응법 없나요
'근무지 변경'이나 '업무 변경' 등을 통틀어 '전직'이라고 합니다. '전근'이나 '전보'라는 용어가 익숙하신 분들도 있겠네요. 일반적으로 전직은 '기업 내의 인사이동'으로, 근로자의 '근로 내용' 혹은 '장소'를 변경하는 인사처분을 일컫는 말입니다.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일반적으로 '종사할 업무'와 '근로 장소'를 명시하게 돼 있는데요. 이 조항을 근거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전직 처분은 제한되고,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때는 근로자의 동의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위 사례와 같이 '회사 사정으로 근무지 및 담당 업무를 변경할 시 을은 이를 따른다'는 항목이 근로계약에 포함돼 있을 때인데요. 이 경우에는 전직 처분에 '직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계약서 조항을 근거로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근로 조건에 불이익이 없다면 사전 동의 없이도 전직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정당한 인사권 행사인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단순한 괴롭힘이나 보복성 처분 등으로 업무상 필요성이 전혀 없고, 근로자가 기존 근로 조건에 비해 손해를 봐야 하는 경우라면 '인사권 남용'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인사권은 사용자 권리지만…"경영상 필요성, 근로자 피해 등 고려해야"
회사의 전직 조치가 '부당 전직'인지 아닌지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게 될까요? 대법원 판례는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한지 △전직을 한 뒤 노동자의 생활에 불이익이 생기진 않은지 △전직 처분 과정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이행했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경영상 전직 처분의 필요가 명확해야 하고 △다른 근로자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며 △전직으로 근로자가 입을 수 있는 피해(가족 부양, 거주, 임금 등 근로조건 저하 등)가 현재에 비해 크다면 전직 처분의 정당성을 인정받기가 어려운 겁니다. 이에 더해 사용자가 근로자를 설득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는지, 사전에 협의를 거쳤는지, 적절한 절차로 통보했는지도 중요한 지점입니다.
채용 단계에서 특정 전문 직군으로 제한해 채용된 경우나, 특정한 자격을 요구하는 직무의 경우라면 전직 처분은 더 제한됩니다. '특정 직무'를 전제해 채용했기 때문에 정당한 이유나 동의 없이 다른 업무를 시키는 행위 자체가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부당한 전직 처분이 내려졌다면 근로자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신형지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마로)는 "이러한 상황을 겪은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신 노무사는 "'부당 전직 구제 신청'은 전직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능하다.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 없이 전직 처분을 했으나 근로자가 특별한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상당기간 근무했다면, 묵시적 동의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노동위원회의 구제절차 등 본인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장명성 기자 luke.jang@company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