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타임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이선균이 직장 동료 아이유에게 하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상대에 대한 존중 없는 질문과 사생활 침해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사내문화가 좋은 기업은 분명히 있다. 임직원들이 서로 존중하며 함께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수평적인 소통을 이뤄내는 회사들은 비단 꿈 속의 존재만은 아닐 것. 잡플래닛에 지난해 남겨진 리뷰들을 종합해 사내문화가 좋은 기업들을 찾아봤다. 회사를 선택하는 데 무엇보다 사내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장인이라면 올해는 이 회사들에 주목해보자.

'에미레이트항공'이 잡플래닛의 '2021 주목할 기업' 사내문화 부문 전체 순위 7위에 올랐다. 항공업 전반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위권에 오른 항공사는 에미레이트항공이 유일하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코로나19로 산업 전반이 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물류 배송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등 난세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해 항공사 10개가 여객기 38대를 화물기로 개조해 위기에 대응했다. 에미레이트항공도 여객기 10대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에미레이트항공의 전현직자들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내문화를 높이 평가했다. 지난해 전현직자들은 “비행 끝나면 신경 쓰지 않고 개인적인 일처리가 가능하다” ”다양한 외국인이 있어 다양성을 존중하고 선택권이 폭넓다” “자유로운 분위기, 강압적이지 않음. 승객도 중요하지만 서비스 강요하지 않음. 안전 제일” 등의 리뷰를 남겼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은 역시 우려스러운 점이다. 전 직원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세계 최고 럭셔리한 근무환경에서 다국적 동료들과 자유롭고 재미있게 비행할 수 있는 직업”이라면서도 “코로나로 인해 현재는 불투명한 회사”라고 전했다.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함께 글로벌 빅3 컨설팅 펌으로 불리는 베인앤드컴퍼니가 ‘사내문화’ 부문 6위에 올랐다. BCG에 근무하던 빌 베인이 동료들과 1973년 창립한 기업으로, 코로나19 종식 후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여행 산업을 예측하는 등 활발한 컨설팅 활동을 국내외에서 펼치고 있다.

컨설팅 빅3 한국 사무소 중에는 유일하게 사내문화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전현직자들은 ‘수평적인 사무실 분위기’, ‘깨끗하게 정돈된 근무환경과 음료 및 간식거리의 다양한 지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똑똑하고 합리적인 팀원들’, ‘최상급 두뇌집단에서 팀원들과 팀플레이’ 등도 장점으로 언급됐다.

연일 이어지는 새벽 퇴근과 잦은 주말 출근의 살인적인 업무 환경으로 유명한 컨설팅 업계에서, 베인앤드컴퍼니의 사내문화가 최상위 평가를 받은 점은 만족스러운 사무 환경과 팀원들이 만드는 분위기 덕으로 보인다. 지난해 리뷰를 남긴 한 이용자는 베인앤드컴퍼니의 사내문화를 이렇게 정리했다. 

“사내문화가 굉장히 부드럽다. 좋은 의미로 서로 가족 같고, 도와주려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잡플래닛의 2021년 주목할 기업 사내문화 부문 5위에 오른 곳은 ‘한국전력기술’이다. 한국전력기술은 전력판매 부문에서 독점적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공기업이다. 지난 1월에는 대우조선해양과 해상풍력 변전설비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전력 판매 시장에서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한국전력기술의 잡플래닛 리뷰에서는 ‘눈치’와 ‘개인주의’라는 키워드가 장점으로 등장한다. 다소 상반돼 보이는 이 두 단어에서 한국전력기술 직원들이 사내문화를 긍정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지점이 엿보인다. ‘연차 사용에 전혀 눈치를 보지 않는다’, ‘노조가 힘이 강해 직위자들이 눈치를 본다’ 등의 리뷰가 대표적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각자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자유로운 조직문화와 부서 바이 부서지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편하다’는 내용도 비슷한 맥락으로 자주 등장한다.

특히 ‘수평적인 분위기가 최고의 장점’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게 나오는 것을 보면,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각자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사내 문화가 자리잡은 것으로 짐작된다. 

구글코리아가 외국계 기업 중에는 1위, 종합 순위로는 4위에 올랐다. 구글코리아 임직원들의 사내문화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5점에 달한다.

작년 하반기 리뷰 중 회사 장점에 ‘좋은 동료, 최고의 업무 환경, 높은 연봉, 미국에서 일해 볼 수 있는 기회, 성장 가능성’이라고 적은 리뷰는 이상적인 기업의 키워드를 나열한 것처럼 매력적이다.

‘주변 눈치 보지 않는 업무 자율성’이라는 리뷰에서, 본인 일만 한다면 출퇴근과 연차 사용에 전혀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실제 구글코리아의 한 직원은 “거짓말이나 과장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구글코리아 사무실 속 카페테리아와 게임 시설, 휴게 공간 등은 업무 의욕을 키우고 회사에 오고 싶게 만든다”며 직원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사내문화에 대해 크게 호평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 자율 출퇴근제, 능력있는 직원들, 연봉, 복지 등. 직급 연차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견,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고 그런 문화를 존중하려는 분위기.” 네이버웹툰의 전직 디자인 팀원이 사내문화 부문에 5점 만점을 주며 남긴 리뷰다.

네이버웹툰이 0.1점 차이로 구글코리아를 근소하게 앞서며 잡플래닛의 2021년 주목할 기업 사내문화 부문 3위에 올랐다.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탄탄하게 자리매김하며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적인 인기를 끈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스위트홈’은 네이버웹툰이 원작이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독일어 서비스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네이버웹툰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게임을 출시하는 등 콘텐츠 시장의 장악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같은 성장세를 보여주듯 네이버웹툰 기업 리뷰에서는 ‘자부심’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컨텐츠를 다루는 젊은 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자유도가 보장된다’고 전현직자들은 평가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4.7점으로 사내문화 부문 2위를 기록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의 인공지능(AI) 분야 자회사로, 인공지능 기반의 플랫폼과 솔루션을 개발하는 B2B 전문 기업이다.

올해 상반기 중 ‘카카오 i 클라우드’ 브랜드로 클라우드 사업 출범을 예고하고, 관련 업무 담당자를 충원하는 등 사업 확장을 준비 중이다. 지난 1월에는 산업은행에서 1000억 원 투자를 유치하는 등 1조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시장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눈치 없는 자율출퇴근, 수평적 조직문화, 다양한 복지시설” “완전 선택근로제로 내가 일하고 싶은 시간대에 일할 수 있음” “즐거운 분위기로 일할 수 있다” “지금까지 다닌 회사 중 최고” “좋은 사람들” 등 리뷰에서 수많은 기업을 제치고 2위에 오른 이유가 엿보인다.

작년 말 KB신용정보에 등록된 리뷰 중 일부다. ‘배려’라는 단어에서 KB신용정보가 사내문화 1위 기업이 된 이유가 단적으로 보이는 듯하다. KB신용정보의 사내문화 만족도는 4.92점으로, 5점 만점에서 0.08점 빠진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1999년 설립된 후 금융권, 기업, 백화점 등의 불량채권을 대신 회수하고 임대차조사, 신용조사 업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KB신용정보는 KB금융지주의 계열사 중 하나다.

한 직원의 리뷰에 따르면 ‘복지혜택을 다 적기에는 너무 내용이 많아서 생략한다’고 할 정도. 자녀들의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학자금이 지원되고, 이밖에도 각종 복지지원금이 현금으로 지급된다. 직원들은 이 같은 각종 복지 혜택이 만점에 가까운 사내문화 만족도의 비결이라고 호평했다.

특히 KB신용정보와 비슷한 업종의 회사 리뷰에서 보이는 ‘고객사 갑질’, ‘민원 스트레스’, ‘본인 시간이 없는 문화’ 등의 리뷰가 거의 보이지 않는 점이 더욱 놀랍다. KB신용정보는 같은 업종 안에서, 다른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모양이다.

오승혁 기자 sh.oh@company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