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첫째 딸이 느끼는 감정

조회수 2020. 12. 17. 13: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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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당신이 행복해지는 선택을 하세요

“정말 가족이 있어야 행복해질까요?
요즘 저를 돌아보면, 차라리 결혼을 안 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김상식·이진숙 부부의 3남매 중 장녀 김은주.
가족의 마음을 잘 살피는 둘째 은희와 달리 자존심 강하고 모두에게 냉정한 성격이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변리사로 일하다 의사 집안 장남 태형과 결혼해 전업주부로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을 꿈꿨다.
연이은 임신 실패로 남편과 거리를 느끼던 어느 날 남편의 아주 오래된 비밀을 알게 됐다.

▶내담자: 김은주(女), 전업주부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맏딸)

▶상담자 : 김진세 정신의학과 박사 (이하 K박사)
출처: TvN_드라마(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타인 같은 가족, 가족 같은 타인

K박사 = 은주 씨는 왜 그 남자와 결혼하려 했죠?

김은주 = 저 역시 가족에 대해 고민과 갈등이 많았어요. 집을 떠나고 싶어서 결혼을 서둘렀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겠어요. 서둘다 보니 실수를 한 거죠. 두 사람 모두 가족을 떠나고 싶었고, 그때는 서로 사랑한다고 믿었어요.

K박사 =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겠지만, 과거는 결국 미래를 위한 것이니 제가 한 말씀 드리자면요. 결혼의 목적이 결혼 자체가 아닌, 다른 것이라면 불행해지기 쉬워요. 물론 사람마다 결혼의 또 다른 목적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 부가적인 목적의 가치가 지나치게 크다면 곤란합니다. 지긋지긋한 현실을 탈출하기 위해 결혼했다면, 처음에는 목적을 이루었으니 만족스럽겠죠. 하지만 어떤 선택이든 대가가 따르게 마련이죠. 흔히 생기는 남편 또는 시댁과의 갈등으로 인한 심적 고통 같은 것 말이에요.
출처: TvN_드라마(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김은주 = 남편이 제게 그러더군요. 그렇게 가족이 지긋지긋하면서, 왜 또 가족을 만들려고 하느냐고요. 제 결혼의 목적이 원가족으로부터의 탈출이었다고 해서 제가 내 가족을 만들면 안 되는 것일까요? 정말 잘못된 건가요?

K박사 = 반드시 그렇지는 않아요. 가족이 너무 싫어서 죽어도 결혼은 안 하겠다는 비혼주의자도 드물지 않죠.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어요.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싫어서 결혼을 거부할 수도 있지만, 정말 다정다감한 남편을 찾기도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가족 때문에 많이 힘들고 괴로웠다면, 마음에 품고 있는 이상적인 가족과 비교하는 심리도 한몫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만의 행복한 가족을 원하게 되죠. 여기에‘가족은 행복’이라는 학교와 사회에서의 학습 또한 큰 영향을 줍니다. 내 가족을 만들고 싶다는 은주 씨 생각이 절대 잘못된 것은 아니에요.

정말 가족이 있어야 행복할까요?

김은주 =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래서 가장 행복한 가족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정말 가족이 있어야 행복해질까요? 요즘 저를 돌아보면, 차라리 결혼을 안 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K박사 = 놀랍게도, 인간의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결혼입니다. 물론 예전의 연구 결과이니, 현시점에서 반드시 옳다고만 할 수 없지만요.

개인적으로 요즘은 서로 존중하고 신뢰할 수 있는, 그래서 가장 친밀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관계가 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그 관계가 전통적인 부부의 틀에 놓여 있다면 보다 안정적이기는 하겠죠.
김은주 = 박사님, 그럼 전 어떻게 할까요? 뭔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기엔 제가 이미 지쳐버린 것 같아요. 현 상태를 그냥 유지하면 어떨까요? 이 나이에 혼자가 된다는 것도 무섭고, 우리 사회에서 이혼녀는 밑도 끝도 없이 죄인 취급하잖아요.

K박사 = 왜 두렵지 않겠어요. 사회적 편견과 싸우는 일은 절대 쉽지 않죠.

김은주 = 그럼, 이혼하라는 말씀인가요?

K박사 = 선택은 은주 씨의 몫이에요. 여러 가지 이성적인 판단을 거치면, 이혼을 하는 것이 더 옳다고 보죠. 그렇지만 다양한 이유 때문에 그렇게 못할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은주 씨가 어떤 선택을 하든, 만약 결혼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한다 해도 부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했으면 한다는 겁니다. 도망치기 위한 선택은 가짜이니, 결국 현실을 왜곡되게 할 가능성이 큽니다. 용기 있게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하세요.

착한 딸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싶어

김은주 = 가장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이잖아요. 그런데 자꾸 친정이 걸려요. 맏이라서, 부모님이 더 많이 실망하고 속상해하실 거 같아요. 가족으로부터 떨어지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짊어진 책임이 너무 컸기 때문이거든요.

K박사 = 상담 오시는 분들 중에 가족의 문제를 갖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설마’하실 수도 있지만, 세상에는 남보다 더한 부모 형제도 많습니다. 요즘 뉴스를 보세요. 자식을 학대하다 못해 저세상으로 가게 하는 짐승 같은 부모들도 있죠. 그 정도는 아니라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심하게 체벌하고, 아들 선호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해 딸자식을 지나치게 차별하는 경우가 아직도 적지 않아요.

어른이 되어도, 자식의 삶을 저당 잡아놓고, 자신들의 삶을 유지해나가는 부모도 있고요. 또, 마치 형제는 모든 것을 나누어야 하는 것처럼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의존도가 지나친 경우도 있죠. 사실 이런 경우 최고의 명약은‘독립’이거든요. 어쩌면 유일한 치료제일 수도 있고요.

김은주 = 저처럼 결혼이라는 비상대책을 사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겁니다. 생각해보면, 결국 마지막까지 착한 딸로 남고 싶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K박사 = 은주 씨의 결정 이해합니다. 문제는 그런 결혼의 불행한 결과도 오롯이 은주 씨가 짊어져야 한다는 데 있죠. 아직 기회가 있다면, 가족들에게 은주 씨의 상황과 마음을 당당하게 말하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세상 제일 소중한 것은 자신이라는 걸 표현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착한 딸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김은주 = 친정도 그리 화목한 가족은 아니에요. 부모님 관계도 요즘 상당히 심각한 상태고요. 형제들과도 다툼이 좀 있었어요. 가장 오랜 시간을 나눈 부모 형제가 가장 편안한 관계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K박사 = 세상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족이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인 것은 변함이 없어요. 탄생, 생존, 성장 등 인생의 과정 중 많은 부분을 가족과 함께하잖아요. 부모 형제가 편안하고 안정되면, 당연히 우리의 삶도 행복해질 확률이 높죠. 그런데 모두가 쉽게 착각하는 것이 있어요. 가족이란 존재가 반드시 행복과 동의어는 아니라는 사실이지요.

김은주 = 저의 경우처럼 ‘아는 건 별로 없어도’생물학적으로 가족은 이루어질 수 있죠.

K박사 = 네, 가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정신적으로도 끈끈한 유대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서로에 해 더 많이 알고, 그래서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어야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아는 것이 많을수록 행복한 가족이 되지요. 그러니 정말 가족의 행복을 원한다면, 더 많이 이해하고 소통하고 더 많이 사랑해야 합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노력해야죠. 세상의 모든 행복은 노력의 결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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