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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아이들을 위한 파격적인 교육 혁신 이야기

조회수 2021. 2. 21.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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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과 창업가가 들려주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변화했고, 변화할 것이고, 변화해야만 하는 미래 교육 이야기

해가 바뀌었지만, 아이들이 다닐 학교의 교문은 활짝 열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전 세계를 뒤덮어버린 코로나, 팬데믹 때문인데요. 어른들도 생전 처음 겪어 보는 상황이라 답답하지만, 단 한 번뿐인 유년 시절을 자유로이 보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더 안타깝습니다.


그렇다면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코로나가 잦아들어도 우리의 사고와 인식을 과거로 돌이킬 수는 없으니 분명 앞으로의 미래를 잘 만들어야 할 겁니다. 이를테면, 위기 뒤에 기회가 있다는 공식에 따라 교육 현장에 혁신을 일으키려고 노력할 수 있겠죠. 


그 혁신을 기술을 바탕으로 일궈내고자 노력해 왔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대구진월초의 신민철 교사, 럭스로보의 오상훈 창립자,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가 들려주는 미래 이야기를 EO와 함께 들어보시죠.

(왼쪽부터) 럭스로보 오상훈 창립자, 해시드 김서준 대표, 대구진월초등학교 신민철 교사

#0 자기소개


민철 안녕하세요, 오늘 대담 진행을 맡은 대구진월초등학교의 교사 신민철입니다. 오늘 함께하는 두 분과 함께 교육부 미래교육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상훈 안녕하세요, 저는 교육용 코딩 로봇 모듈(마이크로 OS)를 개발하는 회사 럭스로보를 창립한 오상훈입니다. 로봇을 열심히 연구하다 보니까 창업까지 하게 됐습니다.


서준 안녕하세요, 김서준입니다. 2012년 에듀테크 회사인 노리를 창업했고, 현재는 블록체인 기반의 테크 회사에 투자하는 해시드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구진월초등학교 신민철 교사

#1 코로나 이후의 에듀 테크


민철 오늘은 코로나가 시작되고 나서 기존 교육이 어떻게 변했는지, 또 어떤 새로운 기회와 발상의 전환이 생겨날지를 이야기할 텐데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에듀 테크 업계에는 어떤 성장 포인트가 있었나요?


서준 원래 디지털 교육은 벤처 투자자들한테 성장성이 높게 받아들여지던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어마어마한 회사들이 다수 등장했던 이커머스나 모빌리티 같은 영역에 비해서 에듀테크는 조금 저평가받는 느낌이었죠.


그런데 코로나가 시작되고 나서 이 부분에서 인식의 전환이 많이 이루어진 거 같아요. AI나 VR 같은 첨단 기술을 에듀 테크에 섞는 회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거든요.


상훈 에듀 테크 안에서는 예전부터 크게 인터랙티브, 공유, 랭킹 총 세 가지를 중심으로 기술 변화가 있어 왔어요. 평가하고 관리하는 요소가 천천히 진화하고 있었죠. 코로나가 그 진화 속도를 가속화했죠. 덕분에 업계에서 기존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맞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어요.


지금 에듀 테크계에서 가장 뜨는 회사라고 하면 아이들의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는 회사들인데요. 최근에 제가 봤던 것 중 가장 신기했던 건 성장 데이터를 통해 아이의 키가 얼마나 클지를 예측하는 기술이었어요. 정확도가 99.2%라고 하더라고요.


결국 학습과 관련 있는 아이들의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에 따라 에듀 테크 회사들의 향방이 갈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왼쪽부터) 럭스로보 오상훈 창립자, 해시드 김서준 대표

#2 교육에서의 디지털 대전환


민철 이전에는 모든 교과목이 컴퓨터를 활용하지 않았는데요. 이제는 컴퓨터가 교육 현장 어디에서든 쓰일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서준 제가 이전에 공동 창업했던 회사 노리는 태블릿 기반으로 맞춤형 수학 교육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였습니다. 그때 학생들을 대상으로 테스트하면 아이들이 좋아하고 잘 따라왔는데요. 종이책으로는 공부를 해도 반응이 없으니 재미없는 반면, 태블릿은 재밌는 캐릭터가 반응하면서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의 반발이나 편견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자녀에게 실험시키고 싶은 부모는 별로 없거든요. 검증된 것들만 시키고 싶어 하죠. 그러다가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면서 어쩔 수 없이 모두가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야만 하는 환경이 조성됐잖아요. 굉장한 변화의 기회라고 생각해요.

상훈 중동같이 잘 사는 나라의 학교에 가보면 신기한 게 아이들이 아이패드를 하나씩 가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시험 볼 때 항상 종이 시험지를 받았잖아요. 요즘은 태블릿으로 디지털 시험지를 띄워 시험을 보는 애들이 있어요. 이처럼 앞으로는 교육의 패러다임 자체가 종이에서 태블릿 형식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민철 이 이야기를 들으니까 국가에서 1인 1기기 체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왜냐하면 좋은 기기를 쓰는 친구들은 자이로 센서가 있어서 VR이나 AR이 되는데, 안 좋은 기기를 쓰는 친구는 "선생님, 저 VR, AR이 안 돼요"라고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거든요. 자본력의 차이가 학생들에게 영향을 안 미쳤으면 하는 거죠.


서준 꽤 몇 년 전 얘기이긴 한데, 소프트뱅크 그룹의 손정의 회장이 큰 댐 같은 거 하나 지을 돈으로 일본에 있는 모든 학생에게 디바이스를 제공하는 게 나라에 훨씬 더 좋은 일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지금이야말로 그런 과격한 시도가 필요한 타이밍이지 않나 싶어요.


민철 '대한민국에서는 아이들이 입학할 때 태블릿을 주고, 이메일도 주고, 드라이브도 준다' 멋있네요. 나아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부여받은 코드가 대학 갈 때까지 유지된다는 식으로 미래적인 플랫폼을 디자인해보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해시드 김서준 대표

#3 디지털 공간에서의 아이들


민철 일각에서는 비대면 교육이 확대되면 학생과 교사 간, 학생과 학생 간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 우려하는데요. 두 분은 이런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서준 저는 오히려 디지털 공간과 환경이 어떤 면에서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오프라인 교육에서는 사실 모든 학생이 전부 다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지는 않거든요.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를 생각해보면 반에서 존재감 없는 친구들이 꽤 있잖아요.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하지 않고, 수업 시간에 절대 손 안 들고, 질문 안 하는 친구들이요.


오프라인에서는 오직 선생님의 개인기로만 그런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데요. 디지털 공간에서는 모든 학생이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돕는 장치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수업 참여와 관련된 요소들이 다 데이터로 남기 때문에 소외되거나 참여율이 저조한 학생을 도와줄 방법을 체계적으로 개발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상훈 현업에 계신 민철 님에게 궁금한 건데, 우리는 어릴 때 치고받고 싸우면서 울기도 하고, 떡볶이도 먹으면서 화해하고 그랬잖아요. 지금 같은 시기에 아이들은 친구들과 우정을 어떻게 만드나요?


민철 게임을 하더라고요. 저한테도 계속 같이 <카트라이더> 하자고 하는데, 그게 나쁜 것 같지는 않아요. 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우정 쌓기 방식일 뿐인 거죠. 부모님들이 걱정하시긴 하세요. 우리 아이가 너무 게임만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하시는데, 적당히 하는 건 괜찮다고 말씀드렸어요.


사실 지금 스트레스받는 건 애들 자신이잖아요. 저는 이 아이들이 그저 TV만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보다는 다른 아이들과 같이 게임을 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친구가 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게임 <마인크래프트>

서준 SF 영화 중에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영화를 보면, 아침에 눈 뜨면 사람들이 VR 기기를 끼고 가상 세계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생산해요. 거기서는 그게 사람들의 주된 가치 창출 활동이거든요.


비단 영화 속 내용만은 아닌 거 같아요. 요즘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유튜브로 방송을 하거나 <마인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하거나 e스포츠 선수가 되기도 하잖아요. 그런 활동들 하나하나가 어떻게 보면 가상 세계에서 콘텐츠를 유통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죠.


앞으로 저는 이런 분야가 큰 경제가 될 거라고 봐요. 그래서 학교에서 관련한 내용을 안 가르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요.

#4 가르치지 않고 이끄는 미래의 선생님


상훈 현재 다양한 교육 플랫폼들이 많이 나온 상태인데요. 3~5년 후 미래의 선생님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서준 저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선생님의 역할이 강사에서 코치로 변할 거라고 생각해요. 학창 시절을 돌이켜 봤을 때,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의 대부분을 칠판에 무언가를 쓰는 데 할애했어요.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선생님의 등을 많이 볼 수밖에 없었죠. 학생들끼리도 서로의 등을 더 많이 보고요.


저는 선생님과 학생 모두가 서로서로 등을 보고 있는 시간을 0에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등만 보면서 아깝게 소비되었던 남는 시간을 관리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지금보다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지식 자체는 학생들이 다양하게 습득할 테니, 그 지식을 연결하면서 아이들에게 비전과 동기를 심어주는 게 앞으로 선생님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상훈 님이 조금 전에 아이들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쌓이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선생님이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생들을 코칭하며 동기부여해야 한다고 봐요.


민철 스탠퍼드 대학교 폴 킴 부학장님도 지금은 티칭이 아닌 코칭의 시대라고 하셨잖아요. 이제는 교사가 전통적인 개념의 티처가 아닌 수업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인 거죠. 실제로 저는 그 생각에 따라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어요.

럭스로보 오상훈 창립자

상훈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인 건 막상 학생을 코칭하면 자기맞춤형 주도학습을 못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하고,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하는 거죠. 이 간극은 어떻게 맞춰야 할까요?


민철 저는 2018년에 칸 아카데미에 초청받은 적이 있는데요. 거기서는 무학년제를 바탕으로 목표를 직접 정하는 등 학생 스스로 만들어가는 교육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 시스템이 어떻게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지 봤더니 교사 1인당 담당하는 학생의 수가 8명 정도로 정말 낮더라고요. 제대로 된 일대일 코칭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거죠.


저도 가르치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가르치다가 가끔 '와, 왜 이렇게 느리지? 왜 선택을 못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그 순간에 빨리 도와주고 싶어도 한 번 더 참아보자는 마음으로 학생을 기다려요. 그러면 천천히 움직이더라도 어쨌든 스스로 행동하더라고요.


미래 사회에는 학생이 줄어들기 때문에 학교도 같이 지금보다 줄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저는 인구가 줄수록 교육 본연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피드백해줄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는 거죠. 교육의 패러다임과 어른들의 시선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왼쪽부터) 럭스로보 오상훈 창립자, 해시드 김서준 대표, 대구진월초등학교 신민철 교사

#5 미래 교육, 그래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상훈 우리나라가 굉장히 빠르게 경제 발전을 했잖아요. 그 이유가 국가가 대기업들을 많이 도와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국가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많이 양성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함으로써 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성장했죠. 그래서 지금까지는 많은 사람이 대기업 취업을 원해 왔다고 생각하는데요.


최근에는 꼭 대기업에 가기보다는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고자 하는 인재들이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이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내 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학습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자기주도학습 체제로 교육이 점점 변할 것 같아요.


미래에는 '네 꿈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더 많이 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 중

서준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모두의 문제여서인 것 같아요. 교육을 통해 사회의 미래가 결정되잖아요. 그렇기에 조금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학교에 아이들을 코칭하는 분들로 학교 선생님만 가득하면 안 될 거 같아요. 정작 아이들은 밖에서 사회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데, 학교에서는 학교 밖을 벗어난 적 없는 분들만 만나잖아요.


저는 사실 이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민철 님이 선생님 1인당 담당하는 학생 수가 낮아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문제의 해결을 민간 영역과의 교류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령, 삼성전자에서 일하시던 분이, 법조계에서 일하시던 변호사 같은 분이 안식년 같은 걸 지내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러 학교에도 오는 거죠.


그럴 수 있는 여지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학교가 열린 시스템을 갖추며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대구진월초등학교 신민철 교사

민철 저는 오히려 역으로 드는 생각이 교사들도 한 번씩 사회에서 다른 경험을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아무튼, 민간과 학교 간에 교류를 할 수 있는 생태계가 미래 교육과 사회에 중요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교실 이데아'라는 노래 속 "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라는 가사가 떠오르는데요. 지금 우리가 제대로 판단을 하지 않으면 미래 사회의 대한민국은 어디쯤 있게 될까요? 그러니 학교를 나섰다고 남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교사를 포함한 모두가 미래 교육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11월 공개된 <코로나가 가속시킨 교육 혁신, 과격한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대구진월초 신민철 교사, 럭스로보 오상훈 창립자, 해시드 김서준 대표가 들려주는 코로나 이후 시대에 변화할 미래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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