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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 더 볼'의 스페인적 정의

조회수 2019. 5. 3. 16: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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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싱크탱크&크리에이티브 플랫폼』, JUEGO(후에고)입니다. '후에고'라는 명칭은 "Juego de posición(후에고 데 포지시온)"이라는 스페인 축구 개념에서 착안한 것으로, "적절한 포지셔닝을 통해 한 라인, 한 라인 넘어 골을 노리는 플레이"를 뜻합니다. 그 의미처럼 후에고는 한국과 아시아 축구의 발전을 위해 직면한 과제들을 차근차근 해결하며 궁극적으로 축구가 지닌 높은 문화의 힘을 확산하고 구현하고자 합니다.

스페인은 영어나 기타 외래어의 도움 없이 오직 자신들의 언어인 스페인어만을 가지고도 경기 중 발생하는 모든 상황, 혹은 행위에 대해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국내와 비교했을 경우 특정 상황, 혹은 특정 현상에 대해서 각자가 자신만의 표현을 가지고 다소 막연하게 이를 표현하는 것과는 다르게, 스페인은 지도자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이미 해당 상황이나 행위를 표현할 수 있는 어휘가 굉장히 명확하고 세부적으로 정의되어 있다. 따라서 스페인 축구인들은 해당 어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의사소통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지도자 교육 과정에서의 의사소통 확립은 궁극적으로는 ‘지도자와 선수’라는 관계에서의 의사소통 확립으로 이어지게 되고, 최종적으로 지도자와 선수는 특정 단어 몇 개만을 가지고도 경기, 혹은 훈련 중 발생하는 사항들에 대해서 굉장히 손쉽게 의사소통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전술적 의사소통(Comunicacióntáctica)라는 관점에서 특정 주제를 가지고 얘기해보고자 한다. ‘오프 더 볼’(Off the ball), 공이 없는 선수가 실행하는 움직임을 다소 막연하게 표현한 이 개념을 스페인적 정의를 통해서 좀 더 세부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우선 기본적으로 공이 없는 선수의 움직임은 El desmarque라는 큰 틀의 단어를 통해서 표현이 가능하다. 발음을 굳이 한글로 표기하자면 ‘데스마르께’ 정도가 될 수 있는 이 단어는, 수비행위인 마킹을 표현하는 단어인 El marcaje의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단어로서 상대의 마킹으로부터 벗어나는 행위를 의미한다. 즉 공이 없는 선수가 상대 수비의 마킹으로 인해 공을 소유한 동료로부터 공을 건네 받을 수 없는 위치에 있을 경우, 수비의 마킹으로부터 벗어나 공을 받을 수 있는 유효한 위치로 움직이는 행위 그 자체를 총체적으로 얘기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Desmarque는 일반적으로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세분화 되어서 표현되곤 하는데, 지금부터 살펴볼 Desmarque de apoyo와 Desmarque de ruptura가 바로 그 두 가지 형태이다.

수비의 마킹으로부터 벗어나는 행위를 뜻하는Desmarque에 ‘도움, 지원’ 등을 의미하는 Apoyo가 붙어서 만들어진 이 개념은 공을 가진 선수에 대한 도움 혹은 지원을 실행하기 위해 수비의 마킹으로부터 벗어나는 행위를 의미한다. 단순히 글을 통해서 설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존재하기에 상단의 영상 자료를 통해 설명하도록 하겠다.


공을 소유하는 공격의 국면에서 1.4.3.3 시스템으로 플레이하고 있는 Blue와, 수비의 국면에서 1.4.4.2 대형을 갖추고 상대 진영에서 압박을 시도하는 Red를 영상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때 Blue의 공격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공을 소유하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이다. 우선은 영상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최초 상황에서 공을 가지고 있는 Blue의 GK인 1번에서부터 공격이 시작되어 오른쪽 센터백인 4번을 향해 공이 전개 된다. 이 때 Red의 최전방에 위치한 선수 중 한 명이 Blue 4번을 향해 압박을 가하게 되고, 이로 인해 공을 소유한 4번에게는 1번을 향한 백패스를 제외하고는 공의 소유권을 유지할 수 있는 옵션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이 때 해당 측면의 풀백인 2번이 위치적 우위(Superioridadposicional)를 확보한 상태에서 4번의 ‘시야에 나타나게’ 되고, 4번은2번에게 공의 소유권을 넘기게 된다. 이후 상황에서는 공을 소유한 2번이 직면한 압박에 대해서 위치적 우위를 확보한 6번이 2번의 시야에 나타나면서 공의 소유권이 유지되게 되고, 또한 공을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상대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진 4번 또한 후방의 ‘다른 높이에서’2번에게 옵션을 제공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공의 소유권은 2번에서 6번으로, 그리고 다시 6번->1번->5번으로 넘어가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압박에 직면한 5번의 시야에 3번이 위치적 우위를 확보하고 나타나 공을 건네받음으로써 Blue는 Red의 전방 압박을 넘어서게 된다.


이렇게 영상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처럼 Desmarque de apoyo란 결국에는 잠재적으로 공을 소유하게 될 수 있는 선수가 ‘공을 가진 선수의 시야에 나타남으로서’ 팀이 지속적으로 공을 소유할 수 있게 하는 움직임을 얘기한다.또한 궁극적으로는 단순히 공을 소유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상대 골대를 직접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위치로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게끔 하는 움직임을 말하는데, 해당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앞선 설명에서 언급했듯이 해당 움직임이 ‘각기 다른 높이’, 혹은 ‘공을 가진 선수가 직면한 압박에 대해서 위치적 우위를 동반한 상태’로 이뤄져야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Desmarque de ruptura (공이 없는 선수의 침투 움직임)

앞에서 살펴보았던 Desmarque de apoyo가 공의 소유권을 유지하고 나아가서는 상대의 압박을 넘어서 상대 골대를 공략할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면, Desmarque de ruptura의 경우에는 좀 더 직접적이고 직선적으로 상대 골대를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결국 상대 백라인의 뒷공간을 향한 공격성(Agresividad)의 존재유무로 갈린다고 할 수 있다.


이미지는 지난 2015/2016 시즌 있었던 바르셀로나와 세비야의 국왕컵 결승전에서 나온 조르디 알바의 득점 장면이다. 골 장면에서 좀 더 많이 언급이 되고 대중들에게 좀 더 강한 인상을 남기는 부분은 바로 메시의 패스이다. 하지만 정작 해당 패스가 유효한 패스로서 기능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조르디 알바의 공이 없는 선수로서의 움직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르디 알바의 움직임이 바로 전형적인 Desmarque de ruptura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기본적으로 Desmarque de ruptura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상대 백라인의 뒷공간에 대해서 깊이(Profundidad) 확보를 위해 실행되는 동작이고,이후 상황에서는 상대 골대를 공략한다는 목적을 가진 공격성(Agresividad)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이 때의 공격성이란 물리적으로 ‘빠른’ 움직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을 넘겨받은 이후에는 상대 골대를 직접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플레이를 시도한다는 ‘정신적인 부분’에서의 준비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Desmarque de ruptura가 유효한 공격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실행하는 선수의 공격성 동반 이외에도 몇 가지 전술적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번째는 해당 움직임을 실행하는 선수가 자신을 마킹 하는 선수의 ‘시야 밖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상에서의 상황을 표현한 상단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공이 없는 상태에서 Desmarque de ruptura를 실행하는 조르디 알바는 자신에 대한 마킹을 실행했던 비톨로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이다. 기본적으로 수비 국면에 놓여있는 팀의 선수들은 ‘자신이 마킹하고 있는 선수와 공을 동시에 시야에 둬야 한다’는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만약 자신이 마킹하는 선수가 공을 소유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비교적 간단하다. 하지만 자신이 마킹 하는 선수가 공을 소유하고 있지 않을 경우에는결국 움직이는 두 가지 대상 중 공이라는 대상에 시야를 빼앗길 수 밖에 없게 되고, 또 다른 움직이는 대상인 마킹 해야 할 선수는 수비의 시야에서 벗어나게 된다.

Oscurecer

이 때 이러한 상황을 의도적으로 조성하는 전술적 움직임을 스페인에서는 Oscurecer라고 정의한다. 사전적인 의미로 ‘(판단력을) 흐리게 하다’, 혹은 ‘어렵게 하다, 불분명하게하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로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을 가지지 않은 선수가 자신에 대한 마킹을 펼치는 선수로 하여금 자신과 공을 동시에 시야에 둘 수 없는 위치로 이동하는 움직임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실행된다. 첫번째는 우리가 이미 조르디 알바의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았듯이 측면에서 좌우폭 (Amplitud)을 확보함으로써 상대 수비 시야 밖에 위치하는 것으로 실행되는 경우이고, 두번째는 경기장을 횡으로 보았을 경우 지속적으로 상대 수비와 수비 사이의 공간으로 이동해 두 선수 모두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형태로 실행되는 경우이다. 

이 외에도 Desmarque de ruptura가 유효한 공격으로 이어지기 위한 또 다른 전술적 요건은 해당 움직임이 단순히 ‘패스를 하는 선수와 패스를 주는 선수 2명의 플레이’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닌 ‘필드에 위치한 11명 전체가 조성하는 상황’에 의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던 국왕컵 결승 조르디 알바의 득점 장면에서 존재했던 네이마르의Desmarque de apoyo와 다니 아우베스의 Desmarque de ruptura가 바로 그 실질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는데, 파코세이룰로의 발언을 통해 대체하고자 한다.


"축구에 '플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축구에 플레이란 것이 존재한다고 여겨진다. 티비를 통해 중계되는 경기를 보다 보면 플레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자주 언급된다. 예를 들면 "메시의 환상적인 플레이 입니다" 같은 것이다. 이 메시의 플레이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머지 10명의 선수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메시가 상대팀 전부를 상대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혹은 '이 플레이는 저 플레이랑 비슷하다'라고 언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해해야 할 것은 축구는 플레이의 연속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복잡한 상황의 연속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메시는 특정 공간에서 특정 조건 하에 공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전에 어떤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고, 메시가 공을 가지고 있는 동안에도 그것이 가능하게끔 하기 위해 어떤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메시는 10명의 상대를 마주해야할 것이고, 결국에는 공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by 파코 세이룰로(전 바르셀로나 1군 피지컬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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