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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왜 여기서 나와? 토끼를 불렀는데 호랑이가 나온 '범 내려온다' 사연은?

조회수 2020. 12. 31. 21: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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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국악판 수능금지곡?
전통계의 BTS?

2020년 대한민국 문화계를 강타한 인물을 꼽는다면 아마도 이들의 이름이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전통적인 판소리에 현대적 팝 스타일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음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날치 밴드인데요. 조선 후기 8대 판소리 명창 중 한 명인 이날치의 이름에서 따온 이 밴드는 권송희, 신유진, 안이호, 이나래, 장영규, 정중엽, 이철희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들은 각각 소리꾼, 베이스, 드러머의 역할을 합니다.

국악의 대중화 같은
거창한 계획은 없어요.
지금처럼 즐겁게 이 밴드로
음악 하는 게 목표입니다.
-서울경제신문 중

혜성처럼 등장한 듯 보이지만 사실 이들의 첫 만남은 2018년 수궁가를 모티브로 한 음악극 <드라곤킹> 작업을 하면서부터 입니다. 이후 홍대 소규모 클럽에서 라이브공연을 해오던 이들은 TV 광고, 영화 OST 등을 통해 더욱 인지도를 높였고, 2019년 엠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와 함께 한 온 스테이지의 <범 내려온다>와 2020년 한국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 of Korea’ 홍보 영상을 통해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됐죠. 서울, 부산, 전주, 안동, 목포, 강릉 편으로 이어지는 이 영상의 조회수(페이스북, 틱톡 포함)는 무려 억단위! 억... 


그렇다면 이들을 한데 모은 수궁가는 어떤 곡이었을까요?

'수궁가'는 춘향가, 심청가, 적벽가, 흥보가와 함께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로 전해오고 있는 곡입니다. 「삼국사기」 중 <구토지설>을 근간으로 한다고 알려져 있고, '토타령', '토끼타령', '토별가' 등의 명칭으로도 불립니다. 오랫동안 구전되던 이야기는 조선 후기에 들어 정리되기 시작했고, 1974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됐습니다. 정광수, 박초월, 남해성 등이 예능보유자입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육지로 올라온 자라가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리고 가지만 뒤늦게 이를 안 토끼의 꾀에 역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토끼와 자라의 행동을 통해 인간을 풍자하고 있는 것이죠.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장림 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마치 후크 송처럼 나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는 이 대목! '수궁가' 중 '범 내려온다'의 일부입니다. 갑작스런 범의 등장에 호기심이 발동하진 않으셨나요? 설명하자면 자라가 육지로 토끼를 데리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 하필 자라의 "토 선생(토끼)"이라는 발음이 새어 "호 선생"으로 둔갑된 것이죠. 때마침 근처에 있던 범이 그 소리를 듣고 신이 나 어슬렁거리며 온다는 것이고요.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수궁가'의 포인트는 우화적인 이야기이고 등장인물끼리 말씨름하는 대목으로 돼 있어 소리 또한 아기자기한 대목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수궁가는 재치 있고 아기자기한 소리와 아니리(창을 하는 중간 중간에 가락을 붙이지 않고 이야기하듯 엮어 나가는 사설), 발림으로 짜서 기지와 해학적인 맛을 들여 판을 벌이곤 한답니다. 


시작은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였지만 아마도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따라 '수궁가'의 다채로운 버전을 경험한 분들도 많을 겁니다. 

한판 즐겨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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