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이 모자라~' 보호소 개냥이들 만나면 벌어지는 일

조회수 2021. 2. 9. 19: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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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양이가 위험한데
구조해줄 수 있나요?

위험에 빠진 동물을 보며 당장 구조되길 바라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구조된 동물을 본인이 책임진다고 하거나, 동물이 그 후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심 갖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구조된 동물 모두 평생 함께할 가족을 만나는 해피엔딩을 맞는다면 좋을 텐데요. 안타깝게도 이런 행운은 대부분 어리거나 건강한 동물에게 찾아옵니다.


나이가 많거나 병들고 장애가 있는 동물이 가족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현실. 이런 동물들은 결국 안락사나 다시 길에 버려지는 비극을 맞기도 하죠.

동물보호단체 '나비야사랑해'는 구조된 동물의 안락한 삶을 보장하는 진정한 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서울과 인천에 3개의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태양, 이은정 활동가는 나비야사랑해 보호소에서 오전과 오후에 각각 돌봄활동가로 근무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입을 모아 '구조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 강조합니다.

그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70여마리 고양이들이 지내고 있는 나비야사랑해 2보호소를 찾아가 활동가들의 하루를 함께해보았습니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론 계속 이 일 못해요"

보호소에는 몸이 성치 않은 동물들이 많습니다. 활동가의 하루는 이런 동물들의 약을 일일이 챙겨 먹이는 일로 시작되지요. 스스로 밥을 먹지 못하는 고양이를 위해서는 캔을 믹서기에 갈아 주사기로 직접 먹여줘야 합니다. 청소와 빨래, 빗질과 발톱 깎기 같은 위생관리도 활동가들 몫인데요.  이때 '하악질'을 하고 발톱을 세우며 사나워진 고양이를 다루기란 쉽지 않겠죠. 사람 손길을 기피하고 무서워하는 동물들을 돌보는 데는 베테랑 활동가의 손길이 꼭 필요합니다.

“사고나 질병으로 위급하게 구조된 동물들은 오랜 병원 치료 후 보호소로 입소하면서 사람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아이들을 관리하려면 담요로 눈을 가리고 뒷덜미를 잡아 보정한 후 빠르게 처치하는 노련함이 필요해요.”

–이은정 활동가

순화가 필요한 고양이에게는 좋아하는 간식과 함께 칫솔에 긴 막대를 연결해 천천히 쓰다듬으며 거리를 좁혀가는 등의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합니다. 칫솔 질감과 크기가 고양이 혓바닥과 유사해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이죠. 이 모든 건 고양이의 일반적인 습성뿐 아니라 개체별 성격과 특징을 세심하게 살필 수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저 고양이를 귀여워하고 예뻐하는 마음만으론 결코 지속할 수 없는 일이죠. 

'양손이 모자라~' 보호소 가면 겪는 뜻밖의 힘든 일

밥 주고, 약 먹이고, 청소하고... 활동가들이 동물들을 돌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다 보니 뜻밖의 힘든 업무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고양이 궁디팡팡 업무!

한 마리 궁디팡팡을 시작하면......
다른 고양이들도 엉덩이를 치켜들고 달려오기 때문에 궁디팡팡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매우 힘들어진답니다. ^^;
*궁디팡팡: 고양이가 사람에게 다가와 엉덩이를 치켜들면 꼬리와 엉덩이 부위를 톡톡 두드려주는 행위를 말한다.

남은 생을 보호소에서 살아가는 냥이들

출처: 봉사자에게 다가가 궁디팡팡을 요구하는 냥이들.

이렇게 궁디팡팡을 당당히 요구하며 사람을 좋아하는 '개냥이'라면 입양 갈 수 있는 확률도 높습니다. 하지만 이날 엉덩이를 하늘 높이 치켜들고 다가오던 개냥이들 대부분이 보호소 생활을 한 지 오래된 경우였습니다. 


성격도 좋고, 겉으로 보기에 충분히 사랑받으며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지금까지 입양을 못 간 걸까요?

"사람들 대부분 어리고 건강한 고양이를 선호해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약을 먹여야 하거나 관리해줘야 할 부분이 있는 친구들은 입양될 확률이 희박해요."
- 전태양 활동가
▲처음 본 사람을 보고 다가와 쓰담쓰담을 요구하던 '프레드' 신경 이상으로 고개가 약간 틀어져 있다.

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갈 곳이 없어 구조된 개냥이 '프레드'도 이런 이유로 입양을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안을 자랑하는 '주연이'는 나비야사랑해 보호소 원년 멤버로 올해 보호소에서 열여섯 살을 맞았습니다. 사람들이 오물을 버리는 담벼락 사이에 새끼를 낳고 돌보던 '기특이'는 입양 갔다가 파양되어 다시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죠. 

▲기특이 구조당시 모습. 나비야사랑해 블로그 캡처

나비야사랑해 보호소는 이렇게 갈 곳 없는 동물들의 마지막 안식처인 것이죠. 하지만 보호소를 마치 고양이들의 천국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지만, 보호소는 많은 유기묘를 완벽하게 돌보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밀도가 높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질환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 이은정 활동가

활동가가 가장 힘든 순간

활동가들이 가장 힘든 일로 꼽은 것은 보호소에서 지내다 생을 마감하는 고양이들을 마주하는 일이었습니다. 정성을 다해 돌보는 만큼 아픔도 크죠. 전 활동가는 작년 11월 말 별이 된 ‘디아’란 고양이의 얘기를 들려줬어요, 

 

▲구내염과 말기 신부전을 앓다 떠난 '디아' 전태양 활동가 제공
“'디아'란 친구는 말기신부전에 구내염으로 오랜 시간 투병을 했지만 먹는 걸 정말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뼈랑 가죽밖에 없는 정도였는데 캔 따는 소리만 들려도 달려나와 허겁지겁 잘 받아먹고 사람도 좋아해 낯선 사람 무릎 위에도 올라가곤 했죠. 그러던 애가 주말 사이 상태가 안 좋아져서 병원에 갔는데, 결국 고양이별로 떠났어요, 더 잘해줄 걸 후회만 남네요.”
- 전태양 활동가

각각의 고양이 이름과 사연에 애정을 갖고 얘기하는 활동가들 모습에서 왜 나비야사랑해와 같은 보호소가 필요한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분들 덕에 디아란 친구도 따뜻한 기억을 안고 갈 수 있었을 테니까요. 

▲구내염을 앓고 있어 입을 잘 다물지 못하는 '네양이'는 번식장에서 구조됐다.
▲번식장에서 구조된 시오는 칼리시바이러스와 구내염을 앓고 있어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한다.

보호소에는 디아와 마찬가지로, 단 하루 이틀 보살핌을 받지 않으면 당장 생명이 위험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이런 보호소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매일 방문해 청소와 관리를 돕는 수많은 봉사자들의 도움과 따뜻한 후원이 있기 때문이죠. 당장 구조가 시급한 동물들을 돕는 손길도 중요하지만, 그 후의 삶까지 보장되어야 진정한 구조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현재 나비야사랑해 보호소는 의료지원이 가장 시급해요. 특히 대부분 길냥이들이 이빨 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현재 매달 7~8마리 동물들 검진과 치료에 드는 비용이 어마어마합니다. 구조 후 안전한 삶이 보장될 수 있게 보호소 아이들에게 따뜻한 관심 부탁드려요.”
- 이은정 활동가

동물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앞으로도 계속 나비야사랑해가 위기에 처한 동물들에게 희망이 되어주는 공간이 될 수 있기를 응원할게요!



사진 = 동그람이

동그람이 한송아 neroluv@naver.com 

동그람이 박지영 96dud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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