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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다정한 부부'는 왜 계속 유튜브를 할까(feat.사건사고 총정리)

조회수 2021. 2. 6. 12: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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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유튜브 세상의 시계는 분주히 돌아간다.
찬사의 대상이 되는 것도, 비난의 중심에 서는 것도, 하루면 족하다.

고백하자면, 나는 유튜브 중독자이다. 증세는 팬데믹의 장기화와 비례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요즘은 뭐든 나쁜 건 다 코로나19 탓을 하게 되는 듯도 싶지만, 실제로 그러하기도 하니까) ‘알고리즘’이라는 가이드는, 부모님도 모르는 나의 속내를 기가 막히게 파고들며 흥미로운 콘텐츠를 계속해서 소개해준다.


유튜브 세상에서는 매일 떡상과 떡락이 일어난다. 누군가는 인기 동영상 순위에 올라 급격하게 늘어난 구독자와 조회 수로 인생 역전의 기회를 얻는다. 그사이 누군가는 국민의 역적으로 몰리며 검정 옷을 입은 채 눈물을 흘리고 선 영상을 찍어 올린다. 

출처: Pixabay

얼마 전, 서른다섯 살의 나이 차를 극복한 사랑으로 관심을 모았던 유튜버 ‘다정한 부부’.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과거에 커피 배달과 매춘을 함께 하는 ‘티켓다방’을 운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진상을 규명하라는 구독자의 요구와 이에 대한 유튜버의 해명 영상이 반복되었다. 


하나의 의혹이 밝혀지면, 또 다른 의혹이 생겨났다. 어떤 의혹은 진실로 밝혀지기도 하고, 어떤 의혹은 거짓이라 부인하기도 했지만, 어찌 되었든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그들은 신뢰를 잃었다. 다정한 부부가 아닌 ‘다방한’ 부부가 아니냐는 조롱 섞인 댓글이 많은 사람들의 좋아요를 받았다.


이런 논란이 터져 나왔을 때, 신이 나는 사람들이 있다. 일명 ‘사이버 렉카’라 불리는 이슈 유튜버들. 인터넷 상의 각종 사건 사고를 주요 콘텐츠로 삼는 이들이다. 그들은 다정한 부부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된 영상을 생중계하듯이 양산해내며, 조회 수를 얻었다. 돈을 벌었다. 

출처: Unsplash

미역국에 파를 넣는 것을 보니 조선족이다라는 의혹이 생겨났다. 아내가 예전에 출연했던 <전국노래자랑>의 영상이 알고리즘 추천에 뜨기 시작했다. ‘다정한 부부의 충격적 진실’, ‘다정한 부부의 거짓말 총정리’ 같은 유사한 제목의 영상들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그사이 또 다른 쪽에서는 이들과 비슷한 분장을 한 이들이 패러디 영상을 만들었다. 무속인 유튜버들은 다정한 부부의 궁합과 팔자를 분석했다. 이 또한 ‘콘텐츠의 힘’이라면 힘이랄까. 조회 수가 오르는 곳에는 사람들이 모이고, 그 이슈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유튜버들이 피라미 떼처럼 몰려들었다. 

일주일 정도면 사람들은 또 다른 인기 동영상, 화제의 인물을 찾아 떠난다.
가지고 놀 만큼 논 콘텐츠에서는 더 이상 단맛이 나지 않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이 그리 오래 지속되진 않는다. 일주일 정도면 사람들은 또 다른 인기 동영상, 화제의 인물을 찾아 떠난다. 가지고 놀 만큼 논 콘텐츠에서는 더 이상 단맛이 나지 않는 까닭이다. 


“언니, 그건 지난 학기잖아요.” 영화 <벌새>의 대사마냥, 지난주의 화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유튜버 세상에서 반짝 스타가 탄생하고, 그들의 과거 잘못이 밝혀지고, 비난이 몰리고, 흥미를 잃고, 이런 일련의 과정은 거의 매주 발생한다.  

유튜브 왜 하세요?

다정한 부부’에게 누군가 물었다. 이런 분란을 겪으면서까지, 굳이 유튜버를 하는 이유가 무어냐고. 그러자, 그들은 답한다. ‘생계를 위해서’라고.


그래, 돈을 벌기 위해서,가 모든 이유가 되는 곳이다. 다른 어디라고 크게 다를까만은, 유튜버 세계 속에서 유독, 이런 욕망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유튜브 각’이라는 말을 한다. 영상으로 찍었을 때, 재미가 있을 만한 콘텐츠가 되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어린 딸이 아파 응급실에 실려 가는 순간에도 아이를 달래기보다 카메라를 든다. 우는 아이의 모습을 급박하게 담아내는 것이 ‘유튜브 각’이기 때문이다. ‘일상의 전시’가 일상이 된 유튜버들은 뭐든 찍어 올리고, 사람들은 또 그것을 지켜본다. 관종과 관음의 기묘한 화음이 울려 퍼지는 유튜브 세상. 

출처: Unsplash

어느 정도 채널이 성장한 후에 유튜버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구독자의 애칭을 짓는 일이다. 그리고 그들은 친밀한 관계성을 맺어간다. 텔레비전 속의 연예인을 지켜볼 때와는 조금 다르게 가까운 느낌,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어쩐지 그들의 속내까지 알고 있는 듯한 기분. 그렇게 우리는 유튜버의 랜선 친구, 랜선 동생, 랜선 이모가 되어간다.


그래서 이런 댓글들이 존재한다. “언니 여행 갈 때 보태시라고 광고 스킵 안 하고 보고 있어요.” 영상에 삽입된 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을 최대한 돕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나아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채널의 유료 회원이 되기도 한다.

출처: Unsplash

라이브 방송을 할 때는 슈퍼챗이라는 후원금을 쏜다. 유튜버들은 그런 글을 우선순위로 읽으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돈은 곧 발언의 기회, 소통의 기회가 된다. 어떤 유튜버들은 라이브 중 받는 이 후원금에 ‘수금’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한다.


구독자들은 콘텐츠를 이용한 비용으로, 혹은 나의 유튜버를 돕고 싶다는 애정으로, 돈을 지불한다. 간혹, 유튜브에서 알아서 떼어가는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직접 돈을 받을 수 있는 후원 계좌를 적어두는 이들도 있다. 

별걸 다 찍는 사람들

“구독을 끊습니다.” 굳이 이런 댓글을 남기는 심리의 근간에는 구독자는 곧 권력, 조회 수는 돈이라는 공식이 깔려 있을지도 모른다. 유튜버에게 느끼는 심리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유튜버 관련 논란이 터졌을 때의 배신감도 커진다. 그것은 나와 상관없는 어느 유명인의 문제가 아닌, 내가 친구라 느꼈던, 아는 사람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신의 대가로, 그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돕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기로 다짐하게 된다. 구독자가 줄게 하는 것, 조회 수를 떨어뜨리는 것, 그것이 유튜버 세계의 최대 형벌이라는 점을 파고든다.  

출처: Pixabay

혹자는 공중파도 아닌 플랫폼에서 그리 도덕성을 따질 필요가 있느냐,라고 말하기도 한다. 싫으면 안 보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그 또한 일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달콤한 말로만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기에는 씁쓸함이 남는 순간이 있다. 


외면한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영향력은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도 따른다. 절제가 없는 자유는 세계 자체를 무너뜨리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출처: Unsplash

유튜버 세상에서는 무엇이든 콘텐츠가 된다. 하루의 일상은 ‘브이로그’가 되고, 가방 속 소지품 소개는 ‘왓츠 인 마이백’이 된다. 쇼핑으로 사 온 물건을 ‘하울’하고, 점심 식사를 ‘먹방’한다. 공부 중일 때는 ‘같이 공부해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는 ‘같이 준비해요’를 찍는다.


별걸 다 촬영하는 사람들과 별걸 다 보는 사람들은, 매일 또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다. 자극적인 영상을 보여주는 이가 있어서 그것을 즐기는 이가 있는지, 더 센 영상을 바라는 이가 있어서 그것을 만드는 이가 있는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돈이 먼저겠지만. 


글/ 김희진

출처: http://www.bigissue2.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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