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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을 위한 디저트

조회수 2021. 2. 9.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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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10월 19일'을 만났다

한때, 구태여 생일을 챙기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그저 어쩌다 세상으로 떠밀려 나오게 된 날일 뿐인데 거창하게 축하까지 받을 필요가 있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좀 더 나이가 든 뒤부터는 순순하고 감사하게 축하를 받고 소소하게나마 즐거운 날로, 의미 있게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잖아도 각박한 세상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음껏 축하받을 수 있는 날을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으니까. 힘들고 벅찬 세상살이 속에서 여태까지 살아남은 데 대한 격려라고 생각하면 또 이 정도는 누려도 될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10월 19일’을 만난 것도 그런 날이었다. 생일을 핑계 삼아 전에 가보지 못했던 곳을 가보리라 마음먹었던 날.

이보다 더 어울릴 순 없어

10월 19일은 대구에 있었다. 서울에도 흔치 않은 플레이팅 디저트를 파는 가게라는 사실에 호기심이 일었고, 가게를 운영하는 셰프 부부의 결혼기념일을 상호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낭만을 느꼈다. 특별한 날을 뜻하는 이름을 갖고 특별한 디저트를 파는 가게라니 이보다 더 기념일에 어울리는 디저트 가게가 있을까 싶은 마음에 사로잡혀 대구행을 계획했다. 그렇게 당일치기로 간 대구에서 10월 19일을 찾아간 생일날은 예상했던 만큼, 아니 그보다 더 잊지 못할 날이 되었다.


이후로도 대구에 갈 일이 있을 때면 10월 19일을 떠올리고는 했다. 그런데 세상에, 그런 10월 19일이 서울로 가게를 이전했다. 가려면 여행을 간다는 마음을 먹고 가야 했던 곳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게 되다니, 정말이지 이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렇게 오픈을 손꼽아 기다리다 찾아간 10월 19일은 비유하자면 좋아하던 배우가 새로운 작품에 등장했는데 전보다 더 멋있어진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붉은 벽돌과 채광 좋은 통유리 창으로 이루어진 외관은 대구에 있을 때와 비슷한 듯 좀 더 깔끔하고, 이전과 비슷하게 화이트 컬러와 우드로 인테리어를 한 내부 또한 좀 더 차분하고 단아한 분위기다.

'10월 19일'의 겨울 코스 중 일부.

와인과 디저트의 궁합

디저트의 종류와 콘셉트도 예전과 동일하게 주문 후 바로 만들어 내오는 플레이팅 디저트를 코스와 단품으로 선보이는데, 코스에 나오는 메뉴와 단품 메뉴가 겹치지 않고 모두 다른 것도 디저트를 보다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계절에 따라 모든 메뉴가 바뀌기 때문에 시기마다 새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지금은 와인 페어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와인과 디저트의 마리아주는 먹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큼 훌륭한데, 그러잖아도 멋진 10월 9일의 디저트에 와인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다채로운 레이어 속에서 섬세한 조화를 이루는 디저트들을 맛보고 있노라면 근사한 파인 다이닝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언뜻 4~5가지 디저트를 한 번에 먹는 코스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짭짤한 세이보리 디저트, 상큼한 시트러스나 향긋한 허브 뉘앙스의 디저트 등 다양한 맛과 범주의 디저트로 구성돼 있어 결코 부담스럽거나 질리지 않는다. 도리어 코스가 마무리될 즈음이면 이 행복한 시간이 벌써 끝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워 단품 메뉴를 찾아보게 되고야 만다.

'10월 19일'의 가을 코스 중 일부.

그런 만큼 코스든 단품이든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후회 없을 것이다. 모든 메뉴를 추천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꼭 한 가지를 꼽으라면 이 계절에 맛볼 수 있는 단품 메뉴인 ‘서초딸기'를 권하고 싶다. 제철을 맞아 달콤한 딸기에 바질이 들어 있어 향긋하고 상큼한 그라니타, 바닐라 빈 폼, 딸기 아이스크림으로 구성한 메뉴로, 바질 그라니타가 딸기의 향을 한층 살려주면서 부드러운 바닐라 빈 폼과 딸기 아이스크림이 무척 잘 어울려 입 안에서 달콤하게 살살 녹아내린다. 귀여운 딸기 모양의 설탕 장식까지 더해 누구나 만족할 만한 메뉴다.


10월 19일을 처음 찾아간 까닭은 의미 있는 날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10월 19일에 가는 날이면 그 사실만으로도 그날이 즐겁게 느껴진다. 아무 의미 없는 날을 특별하게, 특별한 날은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만큼 멋진 일이 또 있을까. 대구든, 서울이든 그저 발 닿을 수 있는 곳 어딘가에 있어주어 고마운 곳이다.

'10월 19일'의 서초딸기.

10월 19일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3길 31 1층

12:00~20:00 월요일 휴무, 예약 필수

인스타그램 @songi_19oct


글과 사진/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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