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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새 '맥북 에어'의 의미

조회수 2019. 2. 18. 17: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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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맥북 에어가 발표된 이후 가장 뜨거운 이슈는 역시 맥북 프로와 맥북 에어 중 어떤 것이 더 낫냐는 점일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까지 이 두 제품은 뚜렷한 구분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휴대성과 성능이죠. 맥북 에어는 얇고 가벼운 데다가 배터리도 오래 쓸 수 있었습니다. 대신 맥북 프로는 성능이 뛰어났고, 디스플레이도 좋았습니다. 각자의 용도에 따라서 고르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고르기는 쉬웠습니다. 결정적으로 두 제품 사이의 가격 차이가 컸지요.

그런데 2016년 새로운 맥북 프로가 나오면서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 맥북 프로는 기존의 맥북 에어보다 더 작고 무게는 거의 똑같이 줄였습니다. 배터리도 거의 10시간 가까이 쓸 수 있었습니다. 성능이나 레티나 디스플레이 등의 강점은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도 들고 다니기 좋은 노트북이 나온 것이지요.


자연스럽게 업데이트를 멈춘 맥북 에어는 단종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맥북 에어의 자리는 터치바를 뺀 13인치 맥북 프로나 12인치 맥북이 대신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맥북 에어는 아이러니하게도 반도체 기술의 발전이 낳은 애매함에 빠져버린 셈입니다.


그래서 새 맥북 에어는 이전처럼 놀랍고 새롭다는 느낌은 다소 부족합니다. 이미 맥북 프로를 비롯해 얇은 노트북이 세상에 너무 많기 때문이지요. 그럼 애플은 왜 맥북 에어에 다시 새로운 숨을 불어넣은 걸까요? 맥북 에어가 처음부터 갖고 있던 본질을 따져보면 어느 정도 그 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휴대성’입니다.

| 신형 맥북 에어(위)와 구형 맥북 에어(아래). 디자인의 기본 언어는 비슷하지만 단자를 통해 시대의 변화를 읽을 수 있습니다.

조금 싱겁나요? 맥북 프로도 들고 다니기에는 별로 부담이 없으니까요. 맥북 에어가 추구하는 휴대성은 일단 두께와 무게, 그리고 배터리 이용시간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이 이 휴대에 대한 요소들을 가장 대중적인 성능으로 끌어 안는 겁니다. 맥북 에어의 성공은 바로 이 조합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것이지요.


새 맥북 에어도 그 부분을 잘 끌어안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얇고, 가볍고, 배터리는 오래 갑니다. 10시간을 넘어 15시간도 씁니다. 문서를 만들 때는 배터리 게이지가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열도 나지 않고 조용합니다. 절전이 중심에 있는 노트북들의 특징이지요.


두 제품 사이에 디자인은 왜 차이가 나는 걸까요? 프로세서 때문입니다. 사실상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 사이의 차이점은 모두 프로세서에서 시작됩니다. 맥북 에어에는 코어 i5-8210Y 프로세서가 들어갑니다. 맥북 프로는 기본 모델이 코어 i5-8259U를 씁니다. Y와 U만 보면 되는데, U 시리즈는 저전력 프로세서를 구분하는 이름입니다. 15W대 전력을 씁니다. 그런데 Y는 7W대로 더 전력을 아껴 쓰는 프로세서입니다.

| 맥북 에어(왼쪽)와 맥북 프로(오른쪽). 둘은 그 어느 때보다 닮았지만 각각의 특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진화할 겁니다.

물론 맥북 프로의 프로세서도 작동 속도 조절과 저전력 설계 때문에 배터리가 오래 가긴 하지만 맥북 에어는 아예 절전을 중심에 두면서 성격에 맞는 프로세서를 골라 쓴 것으로 보입니다. 최저로 쓸 수 있는 전력, 그리고 최대로 쓸 수 있는 전력량에 차이가 있고, 그 상황에서 각각 10시간 이상 쓸 수 있는 배터리 용량이 정해집니다. 맥북 에어가 앞부분을 깎아낼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물리적으로 배터리의 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맥북 에어에도 U 시리즈 프로세서를 넣어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물론 예전 맥북 에어가 나올 때의 U 시리즈와 지금의 U 시리즈 프로세서 사이에는 전력과 성능, 코어 정책 등 많은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작동 속도를 낮추더라도 U 시리즈를 넣었으면 좋지 않았을까요. 맥북 프로와 차별점을 둘 수 있는 방법은 남아 있으니까요.


자연스럽게 새 맥북 에어는 터치바가 없는 맥북 프로, 그리고 12인치 맥북과 비교됩니다. 지금으로서는 돈을 약간 더 쓰면 7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쓴 2017년형 맥북 프로 기본형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터치바가 빠진 모델이긴 하지만 이 맥북 프로가 169만원이니까 새 맥북 에어의 159만원과 비교하면 10만원 정도의 차이지요. 하지만 그 애매함은 지금이 마지막일 겁니다. 터치바 없는 맥북 프로는 2018년에 프로세서 업데이트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공식화되진 않았지만 지금으로서는 단종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대신 맥북 에어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지요. 터치바 맥북 프로는 229만원부터 시작하는 제품이 중심이 되겠지만 아마 그보다 조금 저렴한 모델이 더해지는 선에서 터치바 없는 맥북 프로의 자리는 맥북 에어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격적인 구분도 명확해지겠지요.

| 펑션키와 터치ID 등 키보드 구성은 터치바 빠진 맥북 프로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맥북 에어는 여전히 저전력 프로세서를 통해 더 오래 쓰는 노트북의 자리를 다져갈 겁니다. 맥북 프로는 성능에 더 주력할 수 있게 되는 그림이지요. 이는 인텔의 프로세서 정책 변화와도 연결됩니다. 인텔은 8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내놓으면서 모바일에도 주력 제품은 쿼드코어를 넣었습니다. 그 동안 모바일에는 듀얼코어를 고집하고, 최상위 모델 일부에만 쿼드코어를 넣던 것과 전혀 다른 움직임입니다.


인텔은 반도체의 진화를 통해 모바일과 데스크톱 사이의 성능 차이를 크게 줄였고 모바일에서도 쿼드코어 이상의 프로세서를 열과 배터리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정도로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2018년부터 모바일에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맥북 프로는 이전보다 분명히 큼직한 성능 향상을 빚어내면서 본래의 ‘프로’라는 역할을 확실히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대신 저전력 프로세서를 통해 가볍고 배터리 오래 가는 노트북을 하나 더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맥북 에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맥북 에어는 점점 더 극단적인 배터리 성능을 갖게 될 겁니다. 인텔은 이제 10nm로 프로세서 공정을 바꾸고, 전력 효율을 높일테고, 레티나 디스플레이 역시 세대를 거듭하면서 전력 소비량을 줄일 겁니다. 아예 어댑터는 집이나 사무실 밖으로 들고 나갈 일이 없는 노트북 자리를 만들겠지요. 지금보다 앞으로 더 기대가 큰 폼팩터입니다.

사실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이 제품이 어울릴 대상을 습관적으로 대학생이나 여성으로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 대상을 학생이나 무거운 노트북이 부담스러운 여성으로 한정 지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 경우가 많을 뿐이지요. 성능과 휴대성, 그리고 가격으로 제품을 구분하면 될 겁니다. 사실 일반적인 컴퓨터 사용 환경에서는 맥북 프로만을 고집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 동안 맥북 에어의 공백 때문에 아예 휴대성을 노린 12인치 맥북과 고성능 맥북 프로만 남게 되면서 중간 역할을 하는 제품이 없었을 뿐이지요. 맥북 프로의 폼팩터로도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더 얇고 가벼운 기기로 구분되는 것이 이용자에게도, 애플에게도 더 나은 방법이겠지요. 무엇보다 맥 생태계에 상징성이 큰 맥북 에어가 시대 흐름에 맞춰 다시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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