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욕없는 세계' 스가쓰케 마사노부, 물욕을 채운다고 행복해질까

조회수 2017. 11. 2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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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100-48

※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마흔여덟 번째 주인공은 일본의 편집자이자 크리에이티브 컴퍼니 구텐베르크 오케스타라의 대표 이사 스가쓰케 마사노부 입니다. 

10월의 마지막 날 양재동 골목에 숨은 한 커피집에서 스가쓰게 마사노부와 마주 앉았다. 그가 내 상사라도 된다면 어지간히 힘들겠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꼼꼼하고 철저하고 완고해보이는 인상, 그것이 스가쓰게 마사노부의 첫 인상이었다. 실제 그는 꼼꼼함이 최고의 덕목으로 요구 되는 편집자 출신이다.

그런데 어색한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아 따듯한 카페 라떼를 한 모금 마신 그의 굳은 얼굴에서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스고이!"라며 커피 맛을 추켜세운 그는 "저는 커피애호가이거든요"라고 덧붙였다. 의외의 다감함 같은 것이 그 미소 띈 표정에서 발견됐다.

그는 7월 '물욕없는 세계'라는 책을 한국에서 출판했다. 소규모 출판사에서 펴낸 이 책은 조용한 입소문을 타고 최근 1쇄 완판을 기록했고, 재인쇄에 들어가있는 상태다. 마치 무소유라도 주장할 법한 묵직한 제목의 책이지만 이 책은 의외의 다감함이 매력적인 책이다. 사치와 허영, 경쟁과 야망 같은 것들에 짓눌려 있는 이들이라면 아마 이 책을 더더욱 좋아하게 될 것이다. 책은 자본주의의 천박함에서 반 보 정도 앞서 나가 나의 진실된 행복을 꾸리는 사람들의 긍정을 꼭꼭 눌러담아 놓았다.
-지난 8월에 저자 강연회가 있었죠. 그 때 느낀 한국 독자들에 대한 인상이 궁금합니다.

▶ 한국 독자들에게 좋은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 책이 말하는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하시는 걸 보면서, 어쩌면 일본 보다 더 빨리 물욕이 없어지는 이 세계적 경향이 앞서나가진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죠. 물욕이 없어지는 현상, 즉 물건 소비가 감소하는 현상은 선진국 병입니다. 유럽이나 일본 보다 어쩌면 한국이 더 빨리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한국사회의 성숙도가 상당하다는 뜻이죠.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물욕이 강한 계층들이 상당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저자가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 소비자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제가 한국의 CJ 그룹과도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공부는 상당히 많이 했습니다. 최근 소비자 1500명의 경향을 분석한 데이터를 봤을 때 한국과 일본 사람들 사이에 소비관의 차이는 사실 거의 없었습니다.

-이 책이 나왔을 때 일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나요.

▶처음에는 주로 PR 쪽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반응해줬습니다. 이쪽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은 자기 스스로는 이제 미니멀 라이프, 물욕을 없애는 생활을 추구하는데 정작 본인이 속한 업이 물욕을 상승시키는 일이라 스스로 모순을 많이 느낀다라고 하시더군요. 사실 그런 모순을 껴안은 분들이 제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니 그런 모순을 못 느끼거나 거기까지 생각이 다가가지 못한 분들에게 퍼져나가기 시작했죠.

-저자의 집필 동기도 궁금하네요.

▶일본의 어느 패션 웹 사이트에서 연재한 글에서 시작된 책입니다. 그 웹사이트의 대표가 '패션이 죽어가요. 사람들이 더 이상 옷을 사지 않아요'라는 고민을 토로하길래 그런 현상에 대해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시작이었죠. 패션 소비가 줄어드는 것을 조사해보니 패션 뿐 아니라 전체적인 소비 자체가 선진국으로 갈수록 하향세이더군요. 소비사회가 저물어가는 이 현상에 대한 고민을 넓혀간 것이 바로 '물욕없는 세계'입니다.

-사람들이 왜 물건을 사지 않는다고 생각하시죠.

▶과거에는 물질을 추구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선진화 될 수록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죠
-책에서 제시한 미래, 자본주의가 쇠퇴하고 사람들의 물욕이라는 것이 질적으로 성장하게 된 그 상황은 '와, 정말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하지만 또 여전히 과거의 방식으로 물욕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없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들을 자극하기 위한 마케팅 역시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세계에서 미디어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미디어는 자유롭고 성숙한 시민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사실 중국의 경우에는 정부 차원에서 미디어를 제어하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보이기도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한국의 경우에는 자유로운 시민들이 사는 곳이고 그들의 의식은 점점 깨어나고 있습니다. 언론들은 민주적인 보도로 시민의 성숙도를 높여주는 방향으로 발전해야죠. 언론은 의제 설정을 하는 기능을 하지 않습니까. 그런 기능을 더 강화시켜 나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기업 컨설팅도 하고 계시죠. 책에서는 더 이상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한 경영에만 목을 매는 시기는 끝이라고 말하셨는데, 그런 이슈들을 기업의 리더들에게 전하면 어떤 반응인가요.

▶사실 기업의 오너들에게 제가 이런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전한 적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돈을 벌기 위한 비즈니스는 비지니스에서도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현재 CJ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 역시 단순히 돈을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돈 이외의 파생 가치를 낼 수 있는 플랜이죠. 21세기에는 더더욱 돈과 이윤만을 바라는 기업들은 블랙 기업으로 비난받게 될 것입니다.

-일본의 기업들에는 그런 의식들이 공유되어 있나요.

▶일본 역시도 여전히 오로지 이윤추구만이 목표인 기업들도 많죠. 하지만 글로벌화 된 사회에서는 그런 기업들은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돈만 쫓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일본의 유니클로나, 도요타 같은 기업에서 과거의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세계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게 뭔가를 찾고 있습니다.

-기업가들이 그런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하면, 청년층은 요즘 안정적인 직장이 지상 최대의 과제가 된 층과 스스로 창업하여 나가려는 층으로 양분된 느낌입니다.  


▶한국의 경우 더더욱 안정지향적인 젊은 분들이 많다는 것도 CJ의 데이터를 보면서 알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경향은 얼마 안 가 벽에 부딪히게 될 거라고 봅니다. 내가 만약 열심히 해서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경쟁에서 이겨 승진해 올라가거나 아니면 그저 하루하루 월급을 받아 버티는 것, 두 가지 길이 그 사람의 앞에 존재할 것입니다. 후자의 경우는 비전이 없는거죠. 월급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테고요. 저성장 시대라 더더욱 안정적으로 살려고만 하지말고 저성장 시대일 수록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어차피 대기업을 간다고 해도 박봉에 시달릴텐데, 그렇게 괴롭게 사느니 즐거운 일을 찾아 나서는 거죠.


-끝으로 이 책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책은 소비에 대한 싫증과 허무함으로 인해 사람들이 점점 가치소비의 세계로 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은 갖고 싶지만 능력이 되지 않으니 스스로를 합리화 하는 현상은 아닐까라는 지적도 존재합니다.


▶그 역시 맞는 말입니다. 물욕 없는 세계는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선진국 중산층들의 경우, 또 하나는 점차 제로성장 사회가 되면서 중산층 이하의 돈이 없는 세계가 되는 것.


-앞으로 이런 현상을 주도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한국도 그렇고 일본도 중국도 모두 과거에는 서양에서 무엇을 만들면 그걸 �i아 만들어 따라잡는 식으로 발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바로 그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바꿔서 조금 완성도가 떨어진다 하도 새로운 걸 만들어 내는 이노베이션 하는 작업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워낙 학습 능력이 좋기 때문에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K-POP이나 K-무비의 경우, 뛰어납니다. 저는 전세계 그 많은 좀비 영화 중 한국의 좀비 영화만이 사람들을 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오리지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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