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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새해전야> 유연석·이연희가 전하는 아르헨티나와 탱고, 그리고 그때의 분위기

조회수 2021. 2. 1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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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심규한 편집장
<새해전야> 촬영 현장의 이연희, 유연석.

세상은 바뀐 게 하나도 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버티고 서있는 지금, 맨 앞자리에 쓰인 숫자는 몽땅 바뀌는 때. 큼지막하게 연도가 박힌 새 다이어리를 꺼내 보면 어제도 아주 오래전처럼 잊힌 날이 되는 때. 그게 새해다.


남자친구에게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고 무작정 가장 먼 나라인 아르헨티나로 떠나는 진아(이연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행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스키장에서 해고되었다는 통보까지 받는다. 학생 때부터 열심히 살았고 원하는 직장에 취직해 또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어느 날 모든 것이 의미 없는 순간이 왔다. 번아웃으로 도망치듯 아르헨티나에 도착한 재헌(유연석)은 와인 배달원으로 일하며 소소한 일상 속에서 편한 숨을 들이켠다.


지구 반대편에 각자의 이유로 도착한 진아와 재헌은 상대의 리듬에 내 몸을 맡겨야 하는 탱고처럼 서로 마음을 다독인다. 내려놓은 것이 많기에 살아갈 이유를 다시 담을 수 있었던 이들의 일주일에 무작정 함께 동행해보길 권한다. 당신이 당장 이들처럼 떠날 수 없는 것을 알지만, 무작정 멈추고 싶은 마음에도 유연석, 이연희 배우가 보내는 이국의 낭만 가득한 온기가 전해졌으면 좋겠다.


유연석, 이연희 (사진 에이스메이커).

지난해 연말 개봉 예정이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희망이 필요한 지금도 적절한 개봉 시점이다.


유연석: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신정과 구정 이렇게 새해를 두 번이나 맞이하다 보니 제목과 완전히 다른 때 개봉하는 것은 아니다. (웃음) 여전히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으로 우리 영화를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설날 시즌이 가장 큰 영화 시장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방역 수칙 잘 지키고, 거리 두기도 잘하면서 우리 영화가 극장가의 활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연희: 우리 영화가 굉장히 중요한 때 개봉한다. 설날이라는 타이밍도 영화와 딱 맞고 개봉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기도 하다. 방역 잘 지키면서도 많은 분들이 보러 오셨으면 좋겠고, 우리 영화가 얼어붙은 영화 시장을 녹이는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해전야>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유연석: 내가 해보지 않은 캐릭터라는 점이 끌렸다. 최근에 의사 역할처럼 단정한 모습들을 자주 보여드려서인지 재헌의 자유로움이 좋았다. 이연희 배우와 광고나 드라마를 함께 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서로 호흡을 맞추면서 촬영해보지는 못했었기 때문에 이번에 함께 연기할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홍지영 감독님의 전작 <결혼전야>도 재미있게 봤었고. 그리고, 아르헨티나에서 촬영하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영화 때문이 아니라면 내가 언제 아르헨티나를 가볼 수 있었겠나.


<결혼전야> 이후 홍지영 감독과는 두번째 만남이다. 다시 출연에 응한 이유가 뭔가.


이연희: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좋아한다. 그리고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하는 것도 좋았다. 홍지영 감독님과는 이미 호흡을 맞춰 봤기 때문에 편안함이 있었다. 전작 <결혼전야>가 제주도로 여행 가서 만난 인연에 대한 이야기다. <새해전야>도 여행이라는 비슷한 코드가 있지만 주인공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 다른 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하며 촬영했다.

<새해전야> 유연석.

재헌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고 스페인어로 능숙하게 연기하던데 익히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유연석: 우선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썼다. 감독님과 상의해서 수염도 좀 길러보고, 또 남미에 있는 사람이니 까무잡잡하지 않을까 해서 한국에서 태닝도 하고 갔다. 스페인어도 대본 나온 시점부터 미리 한국에서 배워가며 연습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현지 스태프들과 함께 촬영했는데 그 스태프들에게 내 대사들 물어보고, 또 대화도 나누며 스페인어를 익혔다. 어떤 나라의 언어를 배울 때 아무리 외워봐도 현지에서 직접 그 사람들을 겪어보는 것에 비할 게 못 되더라. 그 나라 사람들만의 제스처라든가 현지인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준비했다. 재헌의 모습들은 오히려 그렇게 현지에서 스태프들과 지내며 만들어진 게 많다.


본인이 재헌의 처지라면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수 있을까.


유연석: ​그런 생각을 늘 했었지만 아직은 못 그럴 것 같다. 번아웃을 느낀 적이 없다.

이연희 (사진 에이스메이커)

진아는 남자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받고, 아르헨티나 여행 중에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스키장에서도 해고당한다. 이 시대를 사는 20대의 모습이 보인다.


이연희: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나도 20대를 지나 봤기 때문에 진아의 심정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일찍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해 열심히 일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20대에 있었다. 나도 여행을 통해 위로를 받은 적이 많아서인지 진아의 선택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진아를 연기하며 예전 내가 그 나이 때 느꼈던 감정들을 꺼내 보여주려 노력했다.


아르헨티나에서의 촬영은 어땠나.


이연희: 원래 해외 촬영을 가더라도 마냥 들떠 있을 수는 없다. 일하러 온 것이니 내가 어떤 것을 준비해야하나 고민이 많은 편이라 오히려 나가서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의 진아는 정말 여행을 온 것이니까 나도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하듯 촬영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새해전야>.

영화에서 탱고는 서로 간의 어색함을 누그러뜨리며 공감을 형성하는 매개가 된다.


유연석: 짧은 시간이지만 한국에서 탱고를 연습해서 가긴 했다. 장미도 물고 엄청 절도 있게 춰야 할 것 같았는데 막상 현지에 가보니 밥 먹다 그냥 맘에 드는 사람과 특별히 정해지지 않은 안무로 추더라. 우리나라 관광버스 춤 같다면 비약이지만 (일동 웃음) 그냥 부담 없이 추는 춤이라고 해야 할까. 처음에는 탱고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잘 추는 것도 이상하지만 또 못 추는 것도 이상하니까. 근데 막상 촬영을 하면서는 춤에 대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다. 출 때 서로 어떤 감정을 주고받아야 하는지, 왜 이런 장면이 필요한지가 더 중요한 것이니까.


이연희: 진아의 아르헨티나 여행은 계획적인 것이 아니었다. 재헌과 근사한 곳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것, 그리고 거기서 탱고를 추게 되는 것 모두 예상치 않은 그때의 분위기가 마음에 담겨서다.


일에 파묻혀 있을 때는 재헌처럼 지칠 수도 있지 않을까. 또 이런 순간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유연석: 작년에 정말 쉬지 않고 일했다. 누군가 내게 너는 번아웃 안 오냐고 물어본 사람도 있다. 내 일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나 경력 관리를 위한 수단이었다면 나도 지쳤을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뭔가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내고 그 과정을 정서적으로 경험하는 일이다. 몸은 피곤할 수 있지만 내심 내게는 즐거움 중 하나다. 내 일에서 행복을 찾아내고 있어서 아직 크게 힘들지는 않다. 다만, 작품 끝나면 여행을 다녀오기는 한다. 한번 다녀오면 생각의 전환이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연희 (사진 에이스메이커).

현실에서 마음을 나눌 누군가와 함께 삶을 여행하고 있다. 결혼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연희: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아요. 늘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일에 대한 조급함이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잠깐의 쉼이 있더라도 그 여유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그게 제일 좋아진 점인 것 같다.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역할은 무엇인가.


유연석: 나는 현실에 충실한 편이다. 재헌이가 최고다. (일동 웃음)


이연희: 작품마다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기 때문에 배우라면 누구도 어느 하나의 역할만 꼽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도 진아가 애정이 간다. 나도 진아의 시기를 겪었고 진아를 통해 내가 보낸 어떤 시절의 한 조각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다.

<새해전야>.

최근 <만신>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 배우로서 또 어떤 도전을 하고 싶나.


이연희: 내가 과연 어떤 작품을 어떤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매번 머릿속을 맴도는 것 같은데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내 나이에 맞는 그러면서 공감 가능한 생활 연기 같은 것을 해보고 싶긴 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로 돌아온다. 김주환 감독의 <멍뭉이>와 올가 쿠릴렌코와 함께한 <고요한 아침>도 준비 중이다.


유연석: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는 지금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곧 만나실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멍뭉이>는 차태현 선배와 함께한다.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키우던 반려견을 어딘가에 좀 맡겨둬야 하는 상황과 그걸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로드무비 같은 작품이다. <고요한 아침>은 프랑스 영화다. 프랑스 분이신 드니 데르쿠르 감독님이 연출하고 <007>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올가 쿠릴렌코가 함께 출연한다. 원래 작년 봄에 촬영하려 했다가 코로나 때문에 9월에야 촬영을 했다. 감독님과 배우, 키 스태프들 모두 격리까지 감수하면서 한국에 왔다. 다행히 무사히 촬영을 마치고 돌아갔다.


해가 바뀌는 것은 그동안 아쉬운 것을 버리고 새롭게 무언가 시작할 희망을 준다. <새해전야>처럼. 2021년을 맞이한 각오를 듣고 싶다.


유연석: 건강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예전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게 나뿐만 아니라 모두의 바람이지 않을까.


이연희: 나도 마찬가지로 이 코로나 상황이 빨리 종식돼서 일상의 생활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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