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예정 <톰과 제리>처럼 독특한 형식의 애니메이션 또 없을까

조회수 2021. 2. 1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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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톰과 제리>가 2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우리가 어릴 때 보던 그 만화 <톰과 제리>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주목할 점이 있다. 사람들이 등장한다. 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톰과 제리>에서는 사람의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배경을 뉴욕으로 옮긴 <톰과 제리>에는 클로이 모레츠, 마이클 페냐, 켄 정 등이 출연한다. 그러니까 이 애니메이션은 실사 화면에 톰과 제리만 CG로 우리가 알던 그 모습으로 제작해서 합성한 것이다. 흔히 보는 애니메이션 형식이 아니다. <톰과 제리>처럼 실사와 합성한 애니메이션이 또 있었던가. 독특한 형식의 유명 애니메이션 5편을 소개한다.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1988)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는 <톰과 제리>와 같은 실사+애니메이션의 하이브리드 형식의 작품이다. 194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가 실제로 살아있다는 상상을 기반으로 한 수사물이다. 게리 K. 울프가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는 오래되긴 했지만 하이브리드 형식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애니메이션일 것이다. 흥행에도 성공했으며 아카데미시상식에서 편집상, 시각효과상, 음향효과상을 수상하며 형식적 완성도도 인정받았다. 황금기를 지나던 할리우드의 유명 만화 캐릭터들이 대거 출연하는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를 시작한 사람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었다. 그는 디즈니, 워너브러더스 등 할리우드의 스튜디오를 직접 찾아가 작품 속에 출연할 만화 캐릭터의 사용 허락을 얻어냈다고 한다. <레디 플레이어 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실사 부문은 <빽 투 더 퓨처> 시리즈에서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일했던 로버트 저메키스가 연출을 맡았다.

<나무를 심은 사람>(1987)
<나무를 심은 사람>은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와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오래된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형식상의 분류만 따지면 셀(Cell)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특별하지 않지만 작화에 사용한 재료가 평범하지 않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브리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그 질감과 색감이 아니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프랑스 출신의 캐나다 애니메이터 프레드릭 백이 홀로 5년 넘게 컬러 연필을 사용해서 완성했다. 장 지오노의 원작 소설만큼 애니메이션 <나무를 심은 사람>은 아름답다. 프랑스어 버전과 영어 버전이 있다. 러닝타임이 30분 정도인데 인터넷에 검색하면 쉽게 볼 수 있다. 아카데미 단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1999)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작품. <프린스 앤 프린세스>는 실루엣 애니메이션에 속한다. 프랑스의 애니메이션 작가 미셸 오슬로는 왜 그림 대신 그림자를 선택했을까. 중세부터 있었을 법한 이 오래된 형식은 낡은 영화관의 늙은 영사기사와 소년, 소녀가 만들어낸 6개의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에 가장 어울리는 표현법이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를 보고 나면 총천연색의 화려하고 정교한 그림이 아닌 투박해 보일 수 있는 그림자의 아름다움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참고로 미셸 오슬로는 전작인 <키리쿠와 마녀>를 통해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았다. 그는 <키리쿠와 마녀>을 실루엣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바시르와 왈츠를>(2008)
<바시르와 왈츠를>은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이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형식이다. 다큐멘터리 영상에 그림을 입힌 로토스코핑(rotoscoping) 방식인가? 아리 폴만 감독이 이 형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바시르와 왈츠를>은 1982년 레바논에서 일어난 ‘사브라와 샤틸라 학살’을 다룬다.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3000명의 난민이 이스라엘 군부의 비호 아래 레바논 기독교 민병대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폴만 감독은 당시 레바논에 있었던 이스라엘 군인이었다. <바시르와 왈츠를>는 감독 자신을 비롯해 동료들의 잊고 싶은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다. 폴만 감독은 이 과정에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먼저 자신과 동료들의 인터뷰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그다음 이를 토대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폴만 감독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면 그 기억과 증언을 이미지로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러빙 빈센트>(2017)
<러빙 빈센트>는 기술 발전의 달콤한 유혹을 거부한 작품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자살을 둘러싼 의문을 풀어가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바로 반 고흐의 그림 속 그 사람들이다. <밤의 카페테라스> <별이 빛나는 밤에>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자화상> <피아노에 앉은 가셰의 딸> 등 반 고흐의 그림 130여 점이 <러빙 빈센트>에 등장한다. 이 명화 속 인물과 구름과 별과 달을 어떻게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라면 컴퓨터의 힘을 동원했겠지만 <러빙 빈센트>의 제작진은 화가들의 손을 쓰기로 했다. 그것은 고난의 시간이다. 100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모여 6만여 점의 유화를 그렸다. 이 작업에만 3년이 걸렸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서야 완성한 <러빙 빈센트>는 살아 움직이는 고흐의 그림 그 자체다. 이 아름다움에 매료되지 않을 수 않는 사람은 고흐 본인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그도 박수를 보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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