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키즈' 박혜수, 첫 발을 떼다

조회수 2018. 12. 19. 18: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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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수는 '스윙키즈'로 첫 번째 스텝을 밟았다.
배우 박혜수가
영화 '스윙키즈'로 돌아왔다
꽤 오래 기다렸다

<내성적인 보스> 이후 1년 8개월 만에 시작하는 활동이에요. 꽤 긴 휴가를 보냈어요.


일을 시작한 뒤로 이렇게 마음 놓고 쉰 적이 없었어요. 욕심도 많고 조급해하는 성격이라 잠깐의 여유 시간이 생겨도 ‘이렇게 쉬어도 되나’ 했는데, 2월에 영화 <스윙키즈> 촬영을 마치고는 일에 완전히 신경을 끄고 푹 쉬었어요. 잘 먹고 마음 편히 쉬었더니 8kg이나 쪄서 한창 다이어트 중이에요. 원상 복귀까지 1kg 남았어요.


잘 보낸 휴식 시간은 좋은 동력이 되기도 하죠.


그동안 제 연기에 대해 채찍질만 했어요. 연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인간 박혜수와 배우 박혜수를 분리하려고 했는데, 그게 문제였어요. 어떤 인물을 표현하는 데에서 자연히 내가 묻어날 수밖에 없는데 그걸 분리시키려 애쓴 게 큰 실수였던 거죠. 그걸 쉬면서 알았어요. 오래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행복해야 하고, 나를 아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알게 된 박혜수는 어떤 사람이던가요?


제가 밝은 사람이더라고요. 힘든 일이 있으면 훌훌 터는 게 아니라 그 상황과 감정에 나를 냅다 던져두고 더 힘들어 죽을 것같이 아파하도록 뒀거든요. 그런 데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것 같아요.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 동안은 크게 고뇌할 일이 없잖아요. 그때 나는 되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행복했어요. 일을 하면서는 자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놓이는데 어린 나이에 그 짐이 버거웠던 거죠.


<스윙키즈>는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거예요?


오디션을 봤어요.


춤을 전혀 못 추는 걸로 아는데, 어떻게 이 작품에 오디션을 볼 생각을 했어요?


춤과 음악이 버무려진 영화라서요. 현란한 탭댄스라면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게 그려지잖아요. 그때 한창 <라라랜드>에 빠져 있었거든요. 욕심이 나서 오디션 보기 전부터 탭댄스를 배웠고, 오디션장에 탭 슈즈도 들고 갔어요. 내세울 만한 작품도 없고, 영화감독님 대부분이 저를 모르셔서 무언가 필요했어요. 강형철 감독님도 마찬가지였어요. 저에 대한 정보가 백지 상태였고요. 작은 애가 들어와서 탭댄스 추고 하니 ‘얜 뭘까’ 하셨을 거예요.


탭댄스를 추면서 오디션장에 들어갔어요?


아뇨. 춤을 준비해 온 사람은 춰봐도 좋다고 했어요. 대부분 요즘 유행하는 춤을 추는데, 저는 춤을 아예 못 추니까 준비한 탭댄스만 겨우 췄어요. 저 정말 몸치예요. 촬영하는 내내 즐거웠는데, 요만큼 아쉬웠던 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거. 몸치로 태어났으니 어쩔 수 없잖아요. 판래라는 역할은 통역가로 활동하다가 내재된 댄서 본능에 끌려 춤을 추게 되는 인물이에요. 그러다 보니 춤을 못 추는 사람이 죽어라 연습해서 추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은 거예요. 리듬감을 타고난 사람처럼 보이려면 잘하는 것보다 더 잘해야 하니까 더 많이 연습해야 했어요.


예고 영상에서 잠깐 나왔지만 춤을 너무 잘 추는 거예요. 그래서 대역의 힘을 빌렸나 했죠.


대역 없이 하려고 더 열심히 했어요. 일주일에 세 번, 네 시간씩 배우들끼리 같이 춤 연습을 했는데 저는 그 일정 사이사이에도 개인 레슨을 받았어요. 촬영 전날 맹연습을 해서 자신 있게 “저 어제 몇 시간 연습했어요. 오늘은 제가 제일 잘 출 것 같아요” 했는데, 연습을 못 해서 큰일났다고 한 다른 배우들은 촬영이 시작되면 왜들 그렇게 잘 추는지. 촬영 내내 연습과 좌절감의 무한 반복이었죠. 그런데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지 후반부에는 공중에서 ‘타다닥’ 발 맞추는 고난도 동작도 되더라고요.


<과속스캔들> <써니>를 제작한 강형철 감독님과의 작업은 어땠어요?


천재 같았어요. 한마디를 해도 감독님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만큼 디렉션이 명확해요. 촬영장에서 주눅 들어 있으면 그걸 어떻게 아시고는 “혜수야, 난 오늘 너 너무 좋아” 무심하게 한마디씩 하셨는데 그 말이 엄청 힘이 됐어요. 감독님과의 작업은 앞으로 몇 년간은 만나지 못할 행운 같아요.


감독님의 어떤 피드백이 기억에 남아요?


오디션 첫 장면은 대사가 없고 ‘판래가 잭슨을 물끄러미 응시한다’였어요. 나중에 감독님께서 “그때부터 넌 양판래였다”고 하셨던 거요.


판래는 전쟁통에 산 인물인데 어떤 부분에서 판래와 닮은 것 같던가요?


억척스러움? 멋있는 억척스러움이 아니라 어떻게든 하려고 아등바등하는 모습이요.


그 모습은 혜수씨와 한참 멀어 보이는걸요.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서 모든 일을 차분히 해결할 것 같아요.


우와, 저에게도 분위기가 있나요? 여유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요즘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되게 직선적이고 딱딱한 사람이라 항상 최선을 다하고 지나치게 솔직하고 상처 많이 받아요. 이 일을 하기 전에는 내일은 없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즐기면서 살았는데 어느 순간 변해 있더라고요. 데뷔했을 때 배우 박혜수에게 기대하고 만들어놓은 이미지에 맞춰가면서 이전 모습을 많이 놓치고 있었어요.


<사임당>에서 어린 신사임당, <청춘시대>에서 수줍음 많은 새내기 대학생, <내성적인 보스>에서 할 말 다 하는 신입 사원. 연기한 캐릭터가 다양하더라고요. 그들을 모아놓고 간담회를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미안하다고 사과부터 하고 싶어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연기했지만, 많은 사람들한테 공감받을 수 있었는데 저의 부족함에 그게 잘 표현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작품이 끝나야 ‘이 아이는 이런 친구였구나’가 보이더라고요.


요즘 생각나는 캐릭터는 누구예요?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청춘시대>의 은재요. 은재 같은 친구들과 수업을 듣고 있죠. 휴학을 많이 해서 화석 같은 3학년인데, 그런 저를 굉장히 선배님 취급을 해주더라고요.


글을 쓰고 싶어서 국문과에 진학했다고 했는데, 지금도 같은 마음이에요?


<토지>처럼 문학적으로 거창하고 멋있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직업으로 글을 쓰는 건 옛날의 꿈이 됐죠, 뭐. 이제는 그냥 제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도 일기를 쓰고 있고요?


네. 펜으로 끄적끄적. 매일은 아니고 좋은 영화나 연극을 본 후나 계절이 변할 때, 글감이 떠오를 때요. 최근에 ‘여유를 풍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썼어요. 같이 연기하는 친구가 “돌진하는 네 모습이 너무 좋고, 지금 박혜수가 있게 된 데에 그런 추진력이 힘이 됐겠지만 여유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라고 해줬는데, 그 말이 오래 생각났어요.


박혜수의 일기장에는 어떤 단어가 제일 많이 적혀 있을까요?


‘시간’요. 그런데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어요. 이전에는 뭐든 하고, 더 잘해야 한다는 강압이 있어서 너무 달리기만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요즘은 하루가 무사히 흘러가줘서 고맙다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그리고 ‘행복’. 일기의 마지막 인사가 ‘행복하자’였는데, 언젠가부터 ‘행복하다’로 되어 있더라고요.


올해가 황금 개띠인데, 개띠인 혜수 씨는 작품 활동 없이 보냈구나 했어요. 그런데 너무 귀한 시간을 보냈네요.


저에게 정말 중요한 시간이었어요. 영화 촬영이 끝난 다음 일기에 ‘얼어붙은 땅을 녹여서 갈기 시작해야 하는데 방법을 잊은 것 같다’고 썼어요.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지 않고 너무 바쁘게만 지내다 정신을 차려보니 누가 있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또 다른 일기가 될 거예요. 미래의 누군가는 이 인터뷰를 보고 이 시기의 혜수 씨를 짐작하겠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만인이 다 알게 되는데, 이럴 때 배우라는 직업이 부담스럽지 않아요?


‘내가 이런 말을 했구나’ 하고 부끄럽기도 한데, 좋은 방향으로 성장한다면 저의 성장을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시는 거잖아요. 어쩌면 ‘잘 크고 있네’ 기특해하실 것도 같고.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슈퍼스타K> 출연 영상을 줄줄이 봤는데, ‘대체 왜 가수가 아니라 배우를 하게 됐지?’, ‘왜 노래를 꾸준히 하지 않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에이, 이제 그렇게 못해요. 창법도 까마득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불렀는지 그때 감성이 안 나와요. 나중에 팬미팅을 하게 되면 그동안 작곡한 곡들로 음악 콘서트를 하고 싶어요.


지금도 작곡을 하고 있어요?


네. 집에서 피아노 치면서 조금씩요. 영화 <스타 이즈 본>을 보고 노래로 흘러가는 영화를 언제가 꼭 해보고 싶어졌어요. 감정 하나로 쭉 끌고 가는 영화인데, 노래로 구현하는 게 멋있더라고요.


의외예요.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라 당연히 음악과 관련된 작품을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았거든요.


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연기자로 방향을 바꾼 것도 의아했어요. 만약 소속사 관계자의 제안이 아니었으면 노래를 계속했을 것 같아요?


그랬을 거예요.


그리고 제 발로 연기를 시작했을까요?


제가 스스로 택했을지는 모르겠는데, 연기를 하면 계속 연기만 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그만큼 매력 있어요.


대사 외우는 것도 그렇고 생활도 불규칙하고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은데.


너무 행복해요. 이 일을 하지 않았으면 이렇게까지 나에 대해 고민하면서 살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같은 고민을 평생 안 했을 거예요. 배우는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이나 메시지를 잘 전달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자연스럽게 이런 고민을 하는데 저 스스로에게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일에서 잠시 떨어져 생각해보니 어떤 배우가 되고 싶던가요?


이전엔 추상적으로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요즘은 어떤 연기를 어떻게 하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고, 구체적인 수식어가 하나씩 더 붙어요. 몇 년이 지났다고 이제는 그런 구체적인 고민을 하는 단계가 됐구나 신기해하고 있어요.


언제 자신에게 끌려요?


제가 행복할 때요. 저처럼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은 자신의 세상이 행복하면 그걸 다른 사람한테도 알려주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가, 상대역이었던 <청춘시대> 신현수 배우도, <내성적인 보스>의 연우진 배우도 박혜수 씨를 다시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라고 했어요. ‘나만의 박혜수’라고.


같이 연기를 해야 하니 빨리 가까워져야 하잖아요. 그래서 먼저 다가갔어요. 친해지려면 상대를 잘 알아야 하니 상대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계속 알아가려 했어요. 다행히 그런 부분을 편하게 느꼈나 봐요.


배우 활동하면서 생긴 고집이 있어요?


저와 함께하는 모든 사람이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스케줄을 위해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요. 이 일을 시작할 때부터 주변 사람들의 기분을 먼저 신경 썼어요. 피곤한데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보다는 제가 불편한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상대의 기분만 맞추면 본인의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요?


그걸 잘 모르겠어요. 술로 풀었나?


주량이 소주 2병,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거 아닌가요?”라고 한 박혜수 씨의 지난 인터뷰를 보고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었죠.


이제 아닐 거예요.(웃음) 체중 관리하느라 금주한 지 두 달이 넘었거든요. 한번 마시면 끝을 봐야 해서 잠깐 이별 중이에요.


이제 다시 달리기 위해 출발선에 섰어요.


전환점 같아요. 이전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열심히만 했어요. 누군가의 등에 업힌 상태로 ‘여기야’라고 하면 ‘여기가 어디예요?’했는데, 이젠 달라요. 이번 영화 개봉을 시작으로 제 발로 걸어가고 싶어요. 느리더라도 여기가 어디인지 둘러보면서 걸어가고 싶어요.


어떤 길을 가고 싶어요?


어떤 길이든요.


자신의 발로 찾아가는 길이면 어디든 좋을 것 같아요?


네. 힘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혹시 운전해요?


이번에 쉬는 동안 면허도 땄어요. 운전할 때 엄청 시끄럽게 노래도 따라 불러요.


혜수 씨가 달리는 길에 배경음악으로 어떤 노래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무한 반복해서 듣고 있는 샘김의 ‘Sun and Moon’. “Walk with me till the end”. 끝까지 나랑 같이 걷자고 하는 후렴 부분이 특히 좋아요.


<스윙키즈>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어요?


1번은 연기 잘했다. 그런데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될 수 있죠. 춤을 1도 못 췄는데 어려운 동작도 대역을 안 쓸 만큼 잘 추게 됐잖아요.


탭댄스만인걸요. 다른 춤은 안돼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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