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확인한 슈퍼트위터의 존재 이유 - Aperion Audio Aluminum MKII 슈퍼트위터

조회수 2021. 1. 28. 18:09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사람의 가청영역대는 20Hz~20kHz로 알려져있다. 나이가 들면 특히 고역대를 많이 못느낀다고 하는데, 실제로 스마트폰 어플로 측정을 해보면 필자의 경우 14kHz 이상 대역은 쉽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렇다고 샘플링 주파수 96kHz나 192kHz 고해상도 음원의 매끄러운 소릿결을 분간 못하느냐, 그건 또 아니다. 세상의 많은 유능한 스피커 메이커들이 고음 상한을 20kHz에서 단 1kHz라도 더 올리려 애쓰는 이유다.


예를 들어 필자는 현재 개인 시청실에서 미국 드보어 피델리티의 오랑우탄 O/96 스피커를 쓰고 있다. 몇 dB 감쇄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고역 상한이 30kHz에 달하는 광대역 스피커다. 이런 스피커에 이번 시청기인 아페리온 오디오(Aperion Audio)의 슈퍼트위터 Super Tweeter Aluminum MKII(이하 STA MKII)를 붙여봤다. 스펙을 보니 8kHz~40kHz를 플랫하게 커버한다. 세상에. 이 정도로 소리가 바뀔 줄은 몰랐다.

 


아페리온 오디오와 슈퍼트위터

아페리온 오디오는 1999년에 설립된 미국 스피커 제작사다. 온라인 직판과 가성비 스피커로 북미 지역에서 나름 입지를 굳혔다. 현 라인업을 보면, 스탠드마운트(Versus III Grand V5B, Novus N5B)부터 플로어스탠딩(Versus III Grand V6T, Novus N5T), 액티브 서브우퍼(Bravus II 12D, Bravus II 10D, Bravus II 8D), 여기에 하이트 스피커까지 있을 것은 다 있다.


슈퍼트위터는 2018년에 처음 등장했다. 2종이었는데, 하나는 이번 시청기의 오리지널 버전인 알루미늄 리본 슈퍼 트위터(Aluminum Ribbon Super Tweeter), 다른 하나는 플래너 마그네틱 플랫 리본 슈퍼 트위터(Planar-Magnetic Flat Ribbon Super Tweeter)였다. 둘 다 모델명에 리본이 들어가지만, 필자가 파악한 바로는 전자가 트루 리본(true-ribbon), 후자가 평판 마그네틱형이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차이가 크다.


그러다 2020년에 두 모델 모두 MKII 버전이 나왔다. 트루 리본 슈퍼 트위터는 이름이 ‘슈퍼 트위터 알루미늄 MKII’(STA MKII), 평판 마그네틱 슈퍼 트위터는 ‘슈퍼 트위터 MKII’(ST MKII)가 되었다. 오리지널도 마찬가지였지만 트루 리본 슈퍼 트위터는 세로로 긴 진동판이 철망처럼 생긴 그릴 사이로 보이고, 평판 마그네틱 슈퍼 트위터는 진동판 앞에 가로 방향으로 6개 홈이 파인 그릴이 붙어있어 쉽게 분간할 수 있다.


슈퍼 트위터 알루미늄 MKII 본격 탐구

슈퍼 트위터 알루미늄 MKII(STA MKII)는 알루미늄 재질의 리본을 써서 40kHz까지 플랫하게 커버하는 슈퍼 트위터다. 1) 영구 자석이 만들어낸 자기장 안에, 2) 아주 얇은 알루미늄 리본을 집어넣어, 3) 도체인 이 리본에 음악신호가 흐르면, 4) 플레밍의 왼손법칙에 의해 리본이 움직이는 원리다. STA MKII의 경우 리본 진동판이 정면을 향하고 있으니 그 운동방향은 앞뒤가 된다. 이것이 바로 트루 리본(true-ribbon) 트위터다.


이에 비해 평판 마그네틱 타입은 얇은 플라스틱 필름에 따로 보이스 코일을 심는 것이 결정적 차이다. 미국 헤드폰 메이커 오디지가 이러한 평판 마그네틱 타입 진동판을 헤드폰에 일찌감치 도입한 제작사다. 참고로, AMT(Air Motion Transformer) 트위터는 생긴 것은 리본 트위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통상 주름진 캡톤 필름에 보이스 코일을 심는 것이 다르다. 운동방향 역시 아코디언처럼 위아래이며, 이를 통해 공기를 밀어내거나 빨아들여 소리를 낸다.


외관을 보면 작고 가볍다. 가로폭이 112mm, 높이가 151mm, 안길이가 166mm, 무게가 1.7kg밖에 나가지 않는다. 게다가 바닥에 얇은 두께의 고무 발이 있어 기존 스피커에 쉽게 올려놓을 수 있다. 인클로저는 밀폐형, 재질은 MDF이며 마감은 피아노 글로시, 케이블 커넥터는 당연히 싱글 와이어링이다. 시청시에는 수입사에서 함께 보내준 아페리온 오디오의 은선케이블을 활용했다. 일종의 긴 점퍼선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좀 더 살펴보자. 제작사가 밝힌 알루미늄 리본의 두께는 45um. 밀리미터로 환산하면 0.045mm다. 아주 아주 얇고 가볍다는 얘기다(ultra-thin aluminum ribbon). 제작사가 밝힌 주파수응답특성은 플러스, 마이너스 3dB 기준 8kHz~40kHz. 결국 이 STA MKII 안에는 8kHz 이상 신호만 통과시키는 하이패스 네트워크 필터가 들어있다는 뜻이다. 공칭 임피던스는 6옴, 감도는 95dB, 권장 에이징 시간은 50~100시간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용자가 크로스오버 주파수와 음압(sound level)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 후면을 보면, 케이블 커넥터 위에 손잡이가 달린 노브가 2개 위아래로 달렸는데, 위가 크로스오버 주파수, 아래가 음압 조절용이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8kHz, 10kHz, 12kHz, 14kHz, 16kHz이며 슈퍼 트위터 기능을 아예 오프(off) 시킬 수도 있다. 음압은 0dB에서 -5dB까지 총 6단계를 1dB 스텝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유저 인터페이스야말로 외관상 오리지널 버전과 이번 MKII 버전이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크로스오버 조절만 손잡이가 달린 노브로 할 수 있었고, 음압은 4개 구멍에 일종의 점퍼핀을 꽂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절할 수 있는 음압 역시 0dB, -1dB, -2dB, -3dB 등 총 4가지 종류밖에 없었다.


시청

슈퍼 트위터 알루미늄 MKII(STA MKII) 시청은 필자의 시청실에서 진행했다. 스피커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오랑우탄 O/96. 여기에 패스의 XP12 프리앰프와 일렉트로콤파니에의 AW250R 파워앰프를 동원해 주로 CD를 들었다. 마침 요르마 디자인의 트리니티 스피커케이블을 리뷰 중이어서 필자가 원래 쓰던 올닉 ZL-3000 스피커케이블과 이중으로 비청을 해봤다.


1회 시청 : 트리니티 스피커케이블, 슈퍼 트위터 OFF

2회 시청 : 트리니티 스피커케이블, 슈퍼 트위터 크로스오버 주파수 16kHz, 음압 0dB(최대)

3회 시청 : ZL-3000 스피커케이블, 슈퍼 트위터 OFF

4회 시청 : ZL-3000 스피커케이블, 슈퍼 트위터 크로스오버 주파수 16kHz, 음압 0dB(최대)


우선 며칠 동안은 큰 신경 쓰지 않고 STA MKII의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16kHz, 음압을 최대인 0dB로 놓고 들었다. 16kHz~40kHz 대역만 세게 일하라는 필자의 주문인 셈. 첫인상은 예상대로 고음이 활짝 열리고 해상도가 높아졌다는 것. 대신 음이 조금 가늘어졌다는 느낌도 있다. 슈퍼 트위터를 꺼버리면 상대적으로 편안하고 익숙한 음이 되지만 대신 왠지 밋밋하고 화사한 맛이 사라진 것 같았다.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 CD를 들어보면, 확실히 슈퍼 트위터를 껐을 때 소프라노 파트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굵어지고 여리여리한 맛이 줄어든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슈퍼 트위터를 켜서 듣다가 꺼버리니 저역의 해상도마저 낮아진다는 점. 답답하고 먹먹하며 흐릿해진 것이다. 슈퍼 트위터를 투입했을 때 저역이 얼마나 선명했던 것인지 비로소 알 수 있게 됐다. 다시 슈퍼 트위터를 온 시키면 무대가 탁 트이고 저역이 맑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Leonard Bernstein, New York Philharmonic Orchestra ‘Mahler Symphony No.2’

슈퍼 트위터를 온 시키자 신기할 정도로 1악장 초반 첼로 소리가 더 잘 들린다. 오랑우탄과 STA MKII가 이론상 16kHz 이상, 30kHz 이하를 공동으로 커버하고, 30kHz~40kHz 대역은 STAK MKII만이 홀로 내는 상황인데 저음 악기인 첼로가 체감상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이다. 확실히 첼로 음이 보다 육중하고 힘이 실렸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당연한 것이, 고역이 살아나면 상대적으로 저역 분간이 잘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필자의 머리에서 공명을 일으키는 듯한 악기들의 배음이 더 많이 들리는 것도 큰 변화다. 총주시에 음들을 팍 터트리는 맛도 크게 늘었다. 나중에 스피커케이블도 바꾸고 슈퍼 트위터도 다시 꺼버리자, 첼로 소리가 금세 옅어지고 그 단단하게 조였던 나사 같은 것이 헐거워졌다.


나윤선 ‘Mystic River’(Immersion)

드럼 연주의 디테일과 리얼리즘이 늘어났다. 입자감은 고와지고 소릿결은 보다 미끈해졌다. 이처럼 재생음에서 거친 구석이 싹 가시는 점이 STA MKII 투입 후 일어나는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다. 오디오 리뷰용으로 많이 듣는 곡인데도 곡 중간, 오른쪽 무대에 코러스가 있는 것은 거의 처음 알았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리게 된 것이고, 그 이유는 고주파 배음정보가 슈퍼 트위터를 통해 살아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 하나 STA MKII 투입 전후에 벌어진 현상은 온기가 보다 늘어난다는 것. 이는 마치 예전 FM어쿠스틱스 프리앰프를 투입했을 때 느꼈던 온도감의 상승과 비슷했는데, 당시 필자는 웰메이드 프리앰프의 최고 덕목은 음에 혈색이 돌게 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음이 따뜻해진다’는 것, 슈퍼 트위터의 또다른 덕목이 아닐 수 없다.

Lee Morgan ‘Hocus-Focus’(The Sidewinder)

슈퍼 트위터를 투입하니, 곡 처음부터 무대 양 사이드에 브라스 악기가 2개가 있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여러 악기들이 무대에 ‘함께’ 있다는 느낌도 슈퍼 트위터를 투입했을 때 보다 강하게 든다. 계속해서 포착되는 것은 소릿결이 미끈해진다는 것인데, 이는 마치 허구헌날 16비트 44.1kHz 음원만 듣다가 어느날 24비트 192kHz 음원을 처음 접했던 때와 비슷하다. 이밖에 말러 2번 때와 마찬가지로 베이스 연주음이 잘 들리고, 음에 생기가 도는 점도 잘 알 수 있었다. 에이징이 확실히 이뤄진 올닉 스피커케이블과 STA MKII 조합에서는 무대의 좌우 폭이 갑자기라고 할 만큼 크게 늘어난 점이 두드러졌다. 사운드스테이지를 이루는 미시 정보들이 컷오프되지 않았다는 증거인데, 신호 송수신관이라 할 스피커케이블의 에이징 여부도 크게 관여를 했을 것이다.

Rebecca Luker ‘Secret War’(Aria)

계속해서 비슷한 양상이 반복된다. STA MKII를 투입하니 초반 통주저음 소리가 더 묵직하게 들리고, 파워가 늘어나며, 곳곳에서 출몰하는 고음이 더 상쾌하고 분명하게 들린다. 무대의 스케일까지 늘어나는 모습 역시 이제 그리 놀랍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홀톤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을 만큼 온갖 배음 정보가 살아서 난무한다. 필자는 이 순간 헷갈렸다. 과연 대역밸런스란 게 무엇일까. 지금 정도는 되어야 진정한 대역밸런스가 이뤄진 것이 아닐까. 저역, 중역, 고역으로 이뤄지는 대역밸런스가 꼭 ‘가청영역대’ 안에서만 존재하는가. STA MKII를 직접 들어보니, 그것은 아니었다. 가청영역대에만 갇힌 재생음은 밸런스 자체를 말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현재 생각이다. 어쨌든 끝으로 STA MKII를 빼버리고 같은 곡을 들어보니 무대는 좁아지고 기세는 약해졌다. 음들을 확 풀어주는 맛도 줄어들었다. 뭔가가 닫히고 말았다는 느낌.      


총평

사실, 슈퍼 트위터를 쓰면 저음이 잘 들린다는 것은 예전 탄노이의 슈퍼 트위터를 웨스트민스터 로얄 위에 올려놓고 테스트를 했을 때 진작에 알아챘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슈퍼 트위터 알루미늄 MKII(STA MKII)를 거의 보름 동안 개인 시청실에서 빼보고 투입하며 소리를 들어보니 많은 것들이 보다 확실해졌다. 예상대로 고음역대는 베릴륨 트위터를 쓴 것처럼 확 열렸고, 저음역대는 파워앰프를 업그레이드한 것처럼 힘이 붙고 윤곽선이 분명해졌다. 재생음의 전체적인 해상도와 무대의 스케일은 소스기기나 프리앰프를 하이엔드화한 것 같다.


매번 그렇지만 리뷰한 제품이 마음에 들면 구매를 고민하게 된다. 이번 경우에는 가격까지 착하다. 필자의 오랑우탄 O/96 스피커 위에 올려놓은 모습도 나쁘지 않다. 일단은 반납했지만, 아페리온 오디오의 알루미늄 리본 슈퍼 트위터는 언제든 다시 만나게 될 것 같다. 애호가들의 진지한 청음을 권한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