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빈티지와 최첨단 테크놀로지의 공존 - Leak Stereo 130 인티앰프 & CDT

조회수 2021. 2. 26. 15: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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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유형의 애호가들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애호가들이 있다고 본다. 적어도 오디오 세계는 그렇다. 첫 번째 부류는 신제품에 관심이 많고, 이것저것 알고 싶은 것이 많으며, 뭐 하나 꽂히면 꼭 써봐야 직성이 풀리는 쪽이다. 당연히 바꿈질도 많이 한다. 대부분의 오디오파일은 여기에 속한다고 본다. 하긴 바꿈질을 멈추는 순간, 오디오질도 끝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두 번째 부류도 분명히 존재한다. 소수이긴 하지만 확실한 자기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다. 이들은 뭘 하나 고를 때까지 만전을 기하며, 숱한 시청과 연구로 정말 질릴 정도의 정열과 시간을 투자한다. 대신 유행과 상관없이 몇 십년이고 쓸 수 있는 내구성과 디자인과 브랜드 밸류를 중시한다.


승용차로 치면 포르쉐가 이에 해당한다. 얼마 전에 이런 기사를 읽었다. 만일 여태까지 포르쉐가 100대의 자동차를 만들었다면, 그중 70대 이상은 현재도 도로 위에서 굴러다니고 있다고. 뭐 특별히 내구성과 엔진이 뛰어난 점도 있지만, 일종의 숭배라고 할까, 종교적인 열정이 가미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통계다.

그런 면에서 오디오쪽도 매킨토시, 탄노이, JBL, 린 등 전통의 명가들이 그런 부류에 속하고, 당연히 굳건한 신도들을 거느리고 있다. 아니 신도를 넘어서서 수행자라고 해도 좋으리라.

▲ JBL SG 520 프리앰프 (출처: soundaries.com)
개인적으로 꼭 쓰지 않더라도, 그냥 보관만 해도 기분이 좋을 제품이 하나 있다. 바로 JBL에서 60년대에 만든 SG 520이다. 스피커가 아니다. 앰프, 그것도 프리앰프다. 흰색 바탕에 휙휙 선을 그은 듯한 과감한 레이아웃이 돋보이며, 위아래로 노브를 옮기면서 조절할 수 있는 장치가 특히 눈길을 끈다.

사실 이 제품은 근 50년이 넘게 일본 재즈 카페의 신화를 써가고 있는 <베이시>에서 현역으로 활동중이다. 정말 긴 세월을 꿋꿋이 버티어 냈다. 그 때문에 더욱 내 개인적인 관심을 끄는 모양이다.
 

리크(LEAK)가 뭡니까?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 이런 의문을 제기할 분들이 있을 것같다. 리크가 뭡니까? 신생 브랜드입니까? 요즘 이런 회사들이 많지 않은가요?


하지만 물건을 보라. 이게 어디 한 두 해 활동한다고 나올 만한 제품인가? 상당한 내공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경지다. 이 부분은 내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볼 때, 아예 확언할 수 있다.


실제로 리크는 한때 브리티쉬 사운드의 전설로 존재했었다. 주력은 앰프지만, 스피커와 턴테이블, 픽업 등도 만든, 이른바 종합 오디오 메이커로 상당 기간 사랑을 받았다. 한동안 역사 뒤편에 묻혀 있다가 이번 제품들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야말로 난 데 없는 일격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그 은퇴의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이 제품들은 특별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아마 사진만 봐도 복고적이면서 심플하고 또 세련된 디자인에 정신을 빼놓을 것같다. 우드 케이스에 담긴 흰색 톤의 레이 아웃은 절로 미소짓게 만든다. 이 정도라면 굳이 음을 들어보지 않아도 구매 의욕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 Leak 의 설립자 해롤드 조셉 리크(Harold Joseph Leak)와 그의 아들(좌우)

여기서 잠깐 리크에 대해 알아보자. 창업자인 해롤드 조셉 리크의 이름에서 따온 이 회사의 설립 연도는 1934년. 무려 87년전의 일이다. 런던에 근거해서 앞서 가는 기술력으로 인정받다가 비틀즈가 막 영국에서 알려질 무렵인 1963년에 드디어 깜짝 놀랄 제품을 발표한다. 바로 트랜지스터 소자를 활용한 스테레오 30이란 인티 앰프였다. 정말 날개 달린 듯 팔렸다. 무려 5년간 5만 대 이상을 판매했으니 말이다. 당시 오디오 시장의 규모를 생각할 때, 비틀즈 못지 않은 성공을 거뒀다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오디오의 세계는 끝없는 경쟁의 연속. 잠시만 한눈 팔거나 뭐 하나 정책을 잘못 정하면 바로 파국이 기다린다. 리크도 그런 불운을 피해가지 못했다. 결국 여러 재정적인 문제로 1979년에 아쉽게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 유산을 지키고, 다시 리바이벌시키려는 노력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특히 쿼드, 캐슬, 럭스맨 등을 소유하고 있는 IAG는 이 브랜드의 잠재력을 믿고 오랜 기간 신제품 개발에 뛰어든 바 있다.


그러던 중, 제일 상황이 나쁜 작년에 코로나의 팬데믹 와중에도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다. 이 어두운 시기에 그야말로 한줄기 빛과 같이 소중한 존재가 등장한 것이다. 약 40년만에 리크가 다시 등장했다는 사실은 어쨌든 무척 반갑기만 하다. 아무쪼록 보다 다양한 제품으로 우리 곁에 계속 있어줬으면 하는 바램도 이번 기회에 해본다.


스테레오 130

▲ Leak Stereo 130 인티앰프

우선 스테레오 130부터 소개해보자. 이 제품의 베이스는 스테레오 30이다. 전술한 1963년작으로, 비틀즈뿐 아니라, 브리티쉬 인베이션의 시작을 알리던 롤링 스톤즈, 후, 킹크스 등이 화려하게 등장할 무렵 함께 얼굴을 알렸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혼 타입이나 감도가 높은 스피커가 주류를 이루던 터라, 출력은 8옴에 15W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하이파이 시스템을 구성할 땐 별 무리가 없었다. 사실 앰프의 출력이란 것이 묘해서, 대출력일 경우 다이내믹스와 펀치력이 좋지만 대신 소출력은 아기자기하면서, 디테일이 풍부한 음을 내는 데 더 적합하다. 그리 큰 음량으로 듣지 않는다면, 오히려 결이 좋고, 감촉이 뛰어난 소출력 앰프의 매력에 시선을 돌려도 괜찮을 것같다. 특히, 요즘처럼 층간 소음이 문제가 되는 우리나라 주거 환경을 생각한다면.


아무튼 전작 30에 1을 더한 130이란 형번을 생각해볼 때, 어떤 연장선상에 있는 제품이라 볼 수 있다. 전작의 출력이 워낙 낮았으므로, 이번에는 45W로 높였다. 북셀프나 작은 톨보이 정도면 무난하게 구동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본다.


참고로 나는 무척 감도가 높은 스피커를 쓰고 있기 때문에, 언제고 한번 이 제품을 써보고 싶긴 하다. 실은 본 리뷰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접한 바 있어 기본적인 성능은 파악한 터다. 이번 매칭에 동원한 것은 다인오디오의 에보크 30. 과연 어떤 내용을 보여줄지 상당히 궁금하기만 하다.

 

아무튼 본 기기는 인티앰프답게 고전적인 내용을 풍부하게 간직한 점이 일단 눈에 띤다. 무엇보다 베이스, 트레블, 밸런스 등의 조절 장치를 꼽을 수 있다. 아니, 이런 게 다 있어 싶지만, 사실이다. 이 부분 또한 내 눈길을 끄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실 애호가들 입장에서 보면, 리스닝 룸 환경이 제각각이며, 취향도 모두 다르다. 고역이 좀 날카로워야 듣는 맛이 있다는 분들도 있고, 묵직한 베이스가 없으면 쳐다보지도 않는 분들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런 최소한의 컨트롤 장치는 어떤 면에서 좀 필요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포노단의 장착도 반갑다. 기본적으로 MM 타입을 제공하는데, 이게 그냥 단순한 요식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실은 정확하게 RIAA 커브에 대응하도록 만전을 기했다. RIAA 커브에 정확히 맞춘다는 것은 말이 쉽지 그리 간단치 않다. 만일 본 기를 구입하면 보급형 턴테이블 하나쯤 염두에 둘 것같다. 어쨌든 요즘 아날로그 르네상스의 열풍에 어울리는 서비스라 하겠다.


한편 21세기에 재등장한 제품답게, 디지털쪽에 대한 배려도 반갑다. 이 부분은 확실히 본 기가 전작과 확연히 구분되는 미덕이라 해도 좋다. 기본적으로 양질의 DAC가 제공된다. 그 핵심은 DAC 칩으로, ESS Sabre 32 Reference ES9018K2M이 사용되었다. 덕분에 PCM은 384KHz까지, DSD는 256까지 커버한다.


풍부한 디지털 입력단도 돋보이는 바, 2개의 옵티컬, 1개의 RCA 코엑셜 단이 발견된다. 그중 옵티컬은 스마트 TV와 연계할 때 무척 용이하다. 사실 나는 순수 아날로그 앰프를 사용하고 있어서, 스마트 TV와 연결할 때 별도의 DAC가 필요한 형편이다. 이 부분은 좀 부럽기도 하다. 영화나 게임을 좀 빵빵한 사운드로 듣고 싶은 것은 비단 나만의 욕심은 아니기 때문이다.더 놀라운 것은 디지털 출력도 제공한다는 점이다. 향후 단품 DAC를 사용할 경우 필요하다는 판단이 모양인데, 이 부분은 좀 의외이기는 하다.


한편 해드폰 앰프도 빼놓을 수 없다. 음질 중심으로 충실히 제작되어, 간편하게 들을 때 매우 유용하다. 늦은 밤에 혼자 음악 들을 때 양질의 해드폰은 정말 요긴하지 않은가? 물론 스마트 TV로 유튜브나 넷플릭스 시청에도 큰 도움이 될 것같다.

 


이 시대에 무슨 CDT?

▲ Leak CDT

이어서 CDT를 보면, 좀 특별한 제품이라 하겠다. 요즘 CD의 판매량이 높지 않는데, 무슨 배짱으로 CDT만 내놨단 말인가? 좀 생뚱맞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것은 어쩌면 우물안 개구리와 같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선 CD 판매량이 저조하지만, 유럽에선 아직도 메인이 CD다. 일본도 꾸준히 CD가 판매된다. 중국과 아시아에선 아직도 CD가 대세다. 즉, 전세계 마켓을 겨냥한다면 이런 CD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 왜 CDP가 아니라 CDT를 만들었냐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그 답은 간단하다. 중복 투자를 피하기 위함이다. 중복 투자? 그렇다.


사실 요즘 인티 앰프를 보면, 대세가 DAC를 품는 쪽이다. 심지어 네트웍 플레이어까지 장착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CDP에 달린 DAC부가 굳이 필요없게 된 것이다. 그럴 바에야 CD 트랜스포트의 성능을 극대화시키는 쪽이 마켓 상황을 볼 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는 이런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한다.

확실히 본 기는 CDT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올 정도로, 충실한 트랜스포트 매커니즘과 정교한 쉴딩 처리 등이 돋보인다.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하다. 턴테이블에서 정속 주행과 진동 방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감안한다면, 왜 양질의 트랜스포트 매커니즘이 필요한지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CD만 듣기엔 왠지 억울하다, 라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또 하나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USB 단자의 제공이다. 즉 이 단자를 통해 외장 하드에 담긴 음원을 읽을 수 있게 한 것이다. USB 메모리에 자주 듣는 음원을 저장해놓고, 그때 그때 듣는다면 이 또한 요긴하지 않겠는가?


아무튼 어중간하게 CDP를 내는 것보다 차라리 이렇게 CDT로 해서 핵심 기능에 집중하는 전략은 요즘같은 상황에선 더 적절하다고 보인다. 디자인 역시 스테레오 130과 잘 어우러져, 사실 두 제품을 일종의 세트 개념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같다.


시청평

그럼 이제 본격적인 시청에 들어가 보자. 스피커는 전술한 대로 다인오디오의 에보크 30. 약간 슬림한 톨보이 타입으로, 트위터와 우퍼 2개의 구성인데, 실제로는 2.5웨이라고 한다. 즉, 하나는 미드베이스, 또 하나는 베이스만 담당하는 식이다. 담당 주파수 대역은 40Hz~23KHz. 감도는 4옴에 88dB.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실제로 리크와 붙여보니 별 무리가 없다. 역시 스펙은 스펙일 뿐, 직접 매칭해봐야 확인이 된다. 우선 CDT를 동원해서 CD부터 들었다.

Ruggiero Ricci - Carmen Fantasy

첫 곡은 루기에로 리치가 연주하는 사라사테의 <카르멘 판타지>. 오래 전 녹음이라 약간 고답적인 연주가 나온다. 하지만 바이올린 자체에 힘과 열정이 있고, 전체 악단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선이 굵으면서도 호방하며 또 매혹적이다. XRCD의 장점인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일단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또 투명하다. 맑은 시냇물 아래 물고기가 노닐고, 조약돌이 보이는 풍경이다. 빠른 스피드로 정확하게 리스폰스하는 대목에서 기본기가 상당히 훌륭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래 전 녹음이지만, 최신 녹음처럼 싱싱하게 다가오는 것도 흥미로웠다.

Pieter Wispelwey - Beethoven cello sonata no.1

이어서 비스펠베이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1번 1악장>. 정말 그윽하고, 묵직한 첼로가 나온다. 진한 블랙 커피를 연상시키는 맛이다. 정말 악기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모두 담아낸다는 점이 신기할 따름이다. 디테일 표현이 우수하고,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를 정확하게 포착한다. 디자인에서 느끼는 빈티지한 느낌이 음색에 잘 반영되어, 약간 우수에 찬 듯한 필링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가격대의 제품이라곤 믿을 수 없는 음악성에 놀랐다.

Diana Krall - Let’s Fall in Love

한편 다이애나 크롤의 <Let’s Fall in Love>를 들었다. 간결한 기타 반주와 기분좋은 리듬감이 돋보이는 연주다. 중간에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백업이 나오는데, 전체적으로 맛깔나고, 상큼한 느낌이다. 전혀 부담이 없다. 보컬은 신선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노래하는 것같다. 스네어를 긁는 브러쉬의 결이 보일 만큼 디테일도 우수하고, 두툼한 베이스도 인상적이다. 개방적인 고역과 묵직한 저역이 잘 어우러지고 있다.

Miles Davis - It Never Entered My Mind

마지막으로 이번엔 블루투스를 이용해서 들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It Never Entered My Mind>. 1950년대 말 녹음이지만, 전혀 어물쩡거리는 구석이 없다. 악기 하나하나의 포지션이 명확하고, 뮤트 트럼펫의 존재감도 빼어나다. 요즘같이 약간 쌀쌀한 날씨를 연상시키는 곡이다. 듣다 보면 깊은 우수에 빠지게 된다. 전체적으로 밸런스도 좋고, 특별한 착색도 없다. CD에 버금가는 퀄리티를 갖고 있어서, 혹 스테레오 130 단품만 구입해서 블루투스만 쓴다고 해도 본전은 뽑을 것이다.


결론

본 리크 세트를 듣다보니 남에게 일절 해를 끼치지 않고, 법 없이도 살 수 있다는 착한 사람을 만난 느낌이다. 일절 꾸밈이 없고 또 가식도 없다. 약간 빈티지 느낌의 레이아웃과 디자인은 더 없이 만족스러우며, 부담을 주지 않는 사이즈로 마무리된 점도 특필할 만하다. 만일 본 세트를 구매한다면 한눈 팔지 않고 오랜 기간 만족하며 사용할 것만 같다. 약 40년간의 침묵을 깨고 다시 세상에 나온 리크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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