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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모바일 '대작' 홍수의 이면

조회수 2017. 10. 20. 11: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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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mmorpg로 쏟아지는 온라인게임 IP

대형 모바일 퍼블리싱 업체들의 ‘IP 전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유명 온라인게임의 계승작을 자처하는 모바일 ‘대작’ 출시가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온라인게임의 시대가 저물고 모바일게임이 대세로 떠오른 지 몇 년이 훌쩍 지난 지금, 때이른 복고 바람이 불어오기라도 한 것일까.


 

하반기 중, 또는 2018년 출시를 특정한 온라인 IP 모바일게임의 수는 약 15종에 이른다. 11월 중 출시 예정인 <테라 M>을 비롯해 <라테일 M>, <씰 온라인 M>, <라그나로크 모바일>, <아크로드 어웨이크>, <그랜드체이스 모바일> 등 단순히 나열만 해도 그 수가 적지 않다. 여기에 <트리 오브 세이비어>와 <블레스>, <검은사막>, <아키에이지>처럼 원작이 출시된 지 그다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온라인게임도 IP화 되어 모바일 타이틀로 개발되고 있다.

▶ <테라 M> 공식 이미지 (사진출처: 넷마블)

이들의 공통점은 MMORPG 장르라는 것이다. <그랜드체이스>와 같이 MORPG에 가까운 타이틀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여러 명의 유저가 동일한 공간에서 함께 게임을 즐기는 부분에 포인트를 둔다는 점에서 같다. 더불어 사냥을 통해 경험치를 쌓고, 각기 성격이 다른 던전에서 보다 강한 장비를 얻어 캐릭터를 육성하는 시스템도 유사하다. 강화와 육성을 베이스로 하는 콘텐츠 본질은 같고 IP만 다르다는 이야기다.


 

왜 업체들은 하나같이 MMORPG를 내놓으려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의 대세 장르가 MMORPG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라인게임 IP가 개발 중이던 모바일 MMORPG에 큰 이질감 없이 덧씌울 수 있는 포장지로 취급받는 것이다. 퍼블리싱 업체는 물리적인 콘텐츠 수가 많다는 사실을 근거로, 위와 같은 IP 타이틀을 ‘대작’이라 호명한다. 출시를 앞둔 타이틀 중 과반수 이상의 작품이 온라인게임 IP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MMORPG 장르를 표방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과연 ‘대작’이라 할 수 있을까.

시장에서 MMORPG를 선호하기에 당연한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현재 출시된 온라인게임 IP 모바일 타이틀 가운데 독창성, 또는 게임성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작품은 거의 없다. 출시에 즈음해 원작 팬들에게, 또는 고전 온라인게임이 궁금한 유저들에게 반짝 이슈가 되었다가 사라진다. 당연히, 활용한 IP의 가치와 추억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없다. 그저 마케팅 도구로만 여겨질 뿐.


 

실제로 이와 같은 경향은 넷마블 <리니지 2 레볼루션>과 엔씨소프트 <리니지 M>이 높은 매출 성과를 기록하면서 더욱 심화했다. 물론 <리니지 2 레볼루션>과 <리니지 M>은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닌 타이틀이다. <리니지 2 레볼루션>은 당시 모바일 디바이스로 구현할 수 있는 MMORPG의 최정점을 보여줬고, <리니지 M>은 PC 기반 온라인게임을 모바일에 ‘그대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다만 두 타이틀이 모바일게임 업계에 제2의 IP 경쟁을 불러일으킨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러한지라, 온라인게임 IP로 제작된 ‘모바일 대작’ 소식을 접한 게이머들의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중론은 이러하다. 앞다투어 온라인게임 IP를 취득한 퍼블리싱 업체들이 원작의 매력적인 세계관은 계승하되 모바일 버전만의 독창적인 재미를 살리는 데 집중하지 않고, IP 인지도에 기대 마케팅 효과만 노린다는 것이다. 

 

IP에 집착하게 만드는 시장 환경

사실, 작금의 소모적인 IP 경쟁은 불과 3년 전에도 있었다. 넷마블이 <모두의 마블>과 <몬스터 길들이기>, 그리고 <세븐나이츠>로 성장세를 타고 네시삼십삼분이 <블레이드>와 <영웅>을 통해 급부상하던 시절, 국내 퍼블리싱 업체는 물론이고 중국 소재 퍼블리싱 업체까지 인지도 높은 IP를 가져오는 데 혈안이었다. 당시는 온라인게임이 아니라 소설과 애니메이션, 영화 IP였다는 점만 다르다.

▶ 중국 퍼블리싱 업체 로코조이의 <드래곤라자 모바일>
▶ 넷마블의 <스타워즈: 포스 아레나>. 두 작품 모두 지금은 차트에서 보이지 않는다.

똑같은 문제점이 지금도 이어지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당시에도 지적된 문제점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탓이다. 지금도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에 비해 생존 주기가 현저히 짧다. 하루가 멀다하고 신작이 출시되는 탓에 유저 유동성이 높고 충성도는 낮다.


 

출시 첫날 양대 마켓 차트 상위권을 석권해도 하루 만에 신작에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고, 대규모 마케팅을 동반하지 않으면 이슈가 되지 않을뿐더러 눈 깜짝할 사이에 순위권에서 사라진다. 그래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매출을 올리고, 그 매출을 기반으로 신작을 개발해 매출 추이를 유지하는 사이클이 보편적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던 3년 전에도 이와 같은 업계 환경이 동일한 한계점으로 지적됐지만 해결책은 요원하다. 어쩌면 이제 빠른 개발 속도와 짧은 생명 주기, 그리고 공중파 방송을 중심으로 한 억대 마케팅은 보편을 넘어 모바일게임 업계의 특성으로 굳어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 '게임'보다 '마케팅'에 집중하면 결국 자본 규모 싸움이 될 뿐이다

더군다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이르러 살아남으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형 퍼블리싱 업체들은 IP는 물론 마케팅 물량 공세로 차트를 장악하고 있는데, 유명 IP 확보 외에 그 포화를 뚫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IP ‘완장’을 떼고도 오롯이 독창성을 뽐내는 작품이 나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모바일게임 업계 종사자들은 신작을 조금 더 빨리 출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게임의 생명력을 연장시킬 방안을 궁리할 것이다. 시장과 유저는 그 비결이 ‘차별성’이라고 답하는데, 주어진 환경 하에 차별점을 갖추려면 자연스레 시스템 외적인 부분에서 실마리를 찾게 된다. 그래서일까, 슬프게도 현재로서는 온라인게임 IP로 모바일게임을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는 IP 경쟁을 계속 이어간다면 결국은 남는 것 없이 모두가 소모되기만 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글/ 루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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