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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색함으로 가득한 '디 이블 위딘 2'

조회수 2017. 10. 23. 12: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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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이블 위딘 2를 서바이벌 호러 장르라고 할 수 있을까

▶ 어떤 게임입니까? 

'디 이블 위딘2' 

발매일: 2017년 10월 13일 

리뷰 기종: PC 

가격: 69,000 원 

설명: 기괴하고 난해했던 서바이벌 호러, '디 이블 위딘'의 후속작.

 

‘디 이블 위딘 2’는 굉장히 혼란스럽고 오묘한 게임이었다. 엔딩까지 소모된 14시간의 플레이 타임 동안 실망과 지루함을 끊임없이 느꼈고, 한편으론 묘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었다. 처음에는 어서 빨리 끝내고 다른 게임을 하겠다는 목표 하나뿐이었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생각보다는 재미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첫인상이 평가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고려해본다면. ‘디 이블 위딘 2’는 첫인상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복잡한 게임이거나, 혹은 나사가 심각하게 빠진 게임, 둘 중 하나인 셈이다. 둘 중 어느 쪽이 정답일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어 보이나, 심오한 면과 엉성한 면이 공존하는 입체적인 게임이란 점은 명확해 보인다.

 

어색한 게임성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디 이블 위딘 시리즈’의 모태인 점은 누구나 아는 점이다. ‘디 이블 위딘’는 미카미 신지가 오랫동안 좋아해오던 취향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게임이었고, 그만큼 호불호가 강한 게임이었다. 반면 ‘디 이블 위딘 2’는 ‘디 이블 위딘’에서 취향 타는 소재를 최소화한 느낌을 준다. 마치 비유하자면 한국식 동남아 식당이라 할까? 더 많은 사람에게 어필하기 위해, 취향 타는 향신료는 최소화하고 식재료는 익숙하게 바꾸니 말이다. 그 결과, ‘디 이블 위딘 2’는 호불호 거리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전작에서 분위기 형성에 지대한 공을 끼치면서, 동시에 짜증을 유발하던 레터박스는 사라졌다. 적의 약점과 패턴은 간결해졌고, 높은 난이도는 대거 완화되었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때부터 등장하던 클리셰는 최소화되었다. 하지만 호불호가 약해졌다는 것은 특색거리가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디 이블 위딘 2’는 게임에서 신경 쓸 거리가 대폭 줄어들었지만, 달리 말하면 신경 써가며 기억할 만한 거리도 별로 없게 되었다.

 

반대로, 익숙한 요소가 너무나 많다는 점이 오히려 악수가 되어버렸다. ‘디 이블 위딘 2’의 기본 구성은 전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호불호 요소를 덜어내고 다양한 유저층을 수용하기 위해서인지, 다른 게임에서 봐온 요소들이 많이 추가되어 있었다. 그러나 ‘디 이블 위딘 2’만의 ‘새롭고 신선한’ 요소는 부족하며, 대부분이 다른 서바이벌 호러 게임에서 차용해온 아이디어라고 느끼게 된다. 전작에 있던 구성 요소라 하더라도,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결과를 만드냐에 따라, 아예 다른 구성 요소라 받아들이게 된다. 특정 시스템과 콘텐츠가 유행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따라 해야 ‘최신 게임’이 되는 건 아니다. 오픈월드 구조와 잠입이 유행하고 있으나, 굳이 게임에 들고 와야 할 이유는 없다. 굳이 게임에 넣겠다고 결심했다면, 장르와 게임 플레이에 잘 어울리는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러나 ‘디 이블 위딘 2’는 그 정도로 깊게 생각하지는 않은 것 같다. 잠입과 암살 그리고 일회성 근접무기야 전작에서도 존재하긴 하나, 난이도와 맵 구조로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너무나 쉽게 활용할 수 있고, 게임 분위기와 잘 어울리지도 않는다. 일회성 근접무기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도끼 사용 횟수보다 3~4배는 잦으며, 잠입과 암살은 ‘호라이즌 제로 던’을 하는 기분을 떠올리게 하였다. 물론 ‘더 라스트 오브 어스’가 근접무기 활용 횟수의 표준지표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디 이블 위딘 2’에 얼마나 도끼가 자주 나올지를 짐작해볼 순 있을 것이다.

 

즉, ‘디 이블 위딘 2’는 플레이어에게 너무 많은 대처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서바이벌 호러에서 플레이어에게 너무 많은 대처 수단을 주는 건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없다. 대처 수단을 추가하겠다면, 사용법을 까다롭게 하거나 리스크를 적절하게 설정해야 한다. 강력한 무기는 탄약을 적게 주거나, 전투를 회피하는 행동은 심리적 압박감과 실패 위험성을 높이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디 이블 위딘 2’에서는 대처 수단의 리스크가 없다시피 하며. 오히려 대처 수단 사용을 지나칠 정도로 권장한다. 결국 아이템과 지형 지물 그리고 잠입을 활용하는 행동은 ‘합리적이고 현명한 플레이’라는 감정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대처 수단이 게임과 잘 녹아들지를 못하니. 상황에 맞춰 대응한다는 느낌보다, 어디선가 많이 본 기능들이 추가되었다는 인상을 받을 뿐이다.

 

▶ 전투의 주도권은 거의 언제나 플레이어에게 주어진다.

대처 수단 사용이 쉬워진 가장 큰 원인은 오픈월드 구조의 레벨 디자인에 있다. 직선형 레벨 디자인에서는 플레이어를 통제하는 게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오픈월드에서는 플레이어가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 ‘디 이블 위딘 2’의 레벨 디자인은 ‘데드스페이스 3’와 매우 유사한데. 두 게임 모두 본격적인 오픈월드가 아니고, 필드 곳곳에 안전 가옥이 존재하며, 필드 탐사와 서브 퀘스트가 취사선택이란 점에서 비슷하다. 즉, 부분적인 오픈월드 요소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두 게임 모두 오픈월드가 가진 장점을 살리기엔 애매한 규모이지만, 오픈월드의 단점을 부각하기엔 충분한 규모이다. 이동과 탐사에 제약이 없으니, 눈앞의 적을 반드시 맞서 싸워야 할 필요가 없다. 맞서 싸워야 하더라도 플레이어가 원하는 장소로 유인하기가 수월 해진다. 오픈월드에서 플레이어를 통제하겠다는 소리는 지나친 욕심이다. 서바이벌 게임에서 플레이어에게 주도권을 주는 게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가? 플레이어는 생존에 위협이 될 상황을 무시해도 되며, 더 나아가 공포를 느껴야 할 상황마저 취사선택할 수 있다. 서바이벌 호러 장르에서 오픈월드가 대세가 아닌 것은 다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셈이다.

 

 

부적합한 장르

차라리 ‘디 이블 위딘 2’가 서바이벌 호러가 아니라, 다른 장르로 제작되었으면 어떨까 싶을 정도다. 서바이벌 호러에선 생존과 죽음의 아슬아슬한 균형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주인공은 언제나 살아남되, 죽는 것보다 못한 상태를 유지시켜야 한다. 전투에 불합리한 점을 넣어, 전투를 기피하게 하거나 이득을 보기 힘들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시를 들어보자. ‘데드스페이스’는 사지를 절단 해야되는 전투 메커니즘에서 불합리함을 유발했고,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자원 부족과 난전을 통해 전투에서 불합리를 유발했다. ‘다잉 라이트’는 심야 시간을,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전투 자체를 불합리하게 만드는 식으로 말이다.

 

앞서 말한 게임들은 불합리함을 통해, 효율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무식한 플레이가 제 살을 갉아먹는 점을 깨닫게 한다. 플레이어는 게임의 마지막 순간까지 불합리함을 극복해야 되고, 어떻게 게임을 풀어나가야 할지 궁리해야 한다. 그러나 공포 게임은 플레이어가 공략법을 학습하지 못하도록 끝없이 방해한다. 플레이어가 공포 게임의 흐름을 파악하는 순간, 더 이상 감정적인 동요를 느끼기 어렵게 된다. 플레이어는 감정적인 반응 보다 기계적인 대응을 하게 되며, 공통된 패턴이 많을수록 게임을 분석하기 쉬워지게 된다. 플레이어가 겪지 못한 상황이 자주 나올수록 공포를 전달하기 쉬워지며, 대처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익숙하기 어렵게 하기 위해 넣은 불합리한 요소가 정말로 불합리하다고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 그건 그냥 ‘아웃라스트 2’ 같은 불합리한 게임일 뿐이다.

 

그러나 ‘디 이블 위딘 2’는 전투의 불합리한 점이 오히려 게임을 짜증 나게 만든다. 위에 서술한 게임들에 비하면, ‘디 이블 위딘 2’가 가진 불합리함은 기본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기본적인 불합리함’이 플레이어를 너무나 짜증 나게 만든다. 예시로 들어볼 붙잡기 공격은 ‘디 이블 위딘 2’에서 가장 짜증 나고 어이없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적은 붙잡기 공격을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고, 그때마다 QTE를 해야 한다. 체력이 자동 회복 한계치일 땐 붙잡기는 캐릭터를 즉사 시켜버린다. 그러나 업그레이드 딱 한 번으로 더 이상 붙잡기를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게 된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붙잡기 회피와 유사하다). 초반부에는 불합리와 짜증을 유발하다가, 단 한 번의 업그레이드로 플레이에 아무 영향을 끼칠 수 없게 된다. 플레이어에게 불합리만 잔뜩 전달한 뒤, 어느 순간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게 된다. 플레이어가 스스로 불합리를 극복한 것이 아니다 보니, 인식에 변화가 생기기 어려우며. 게임 끝까지 플레이어의 의지로 해결이 불가능한, ‘짜증 나고 불합리한’ 점으로만 인식하게 된다. ‘디 이블 위딘 2’의 업그레이드 요소는 거진 이렇다고 봐도 된다.

 

▶ 죽은 척 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는 걸까

게임에 익숙해지는 걸 방해하고자 불합리함이 소격효과를 유발해선 안 된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잠시 멈추고,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정도가 적당하다. 그러나 게임이 짜증 나서 ‘왜 이렇게 만들었지’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 안타깝게도 ‘디 이블 위딘 2’는 불합리함이 소격효과를 만들기만 한다. 조작감은 짜증이 날 정도며, 애니메이션은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기습과 난전을 위해 구성된 연출은 누구나 간파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다. 오픈월드를 돌아다니면서 맵은 쉽게 익숙해지지만, 반면 게임이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디 이블 위딘 2’는 게임에 익숙함을 느끼기보다는, 게임을 분석하는 게 익숙해질 뿐이다. 거기에 적의 종류와 디자인도 전작에 비해 단순해짐으로 게임을 분석하기가 더더욱 쉬운 편이다.

 

더군다나 멍청한 A.I.로 인해 황당한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멍청한 A.I.가 난이도 조절에 도움이 될 순 있겠으나, 게임이 전달하려는 경험을 방해해선 안된다. 특정 난이도에서만 불쾌함 없이 제대로 된 경험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건 변명일 뿐이다. 그럴 거면 ‘다키스트 던전’이나 ‘다크 소울’처럼, 특정 계층의 난이도 요구에 맞춰 개발을 진행하는 게 올바르다고 본다. 높은 난이도는 보상심리와 도전 욕구를 자극하고, 이전에는 겪지 못한 신선한 경험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난이도에 따라 플레이 경험이 극과 극으로 바뀐다면, 대체 어떤 난이도가 ‘표준’이라는 건가? 모든 난이도를 한 번씩 진행한 뒤, 평균이라도 구해봐야 하는가?

 

 

아쉬움만 남는 분위기

사실 호러 게임은 공포가 더 중요하고, 공포만 제대로 담아내고 있다면 어지간한 단점은 용남이 되는 장르이기도 하다. (많은 인디 게임사가 호러 장르에 도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슬프게도 ‘디 이블 위딘 2’는 아쉬움과 안타까움만이 가득하다. ‘디 이블 위딘 2’가 공포를 제대로 담았다면, 위에서 단점을 위주로 서술할 필요가 전혀 없을지도 모른다.

 

▶ 공포스런 분위기는 딱 초반부까지만

그렇다고 ‘디 이블 위딘 2’가 공포 분위기를 구현하지 못했다는 소리는 아니다. 게임 초반의 두~세 파트는 꽤 흥미로웠고, 작품에서 어떤 분위기를 보여주려 하는지가 명확하였다. 인체와 폭력을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미치광이 사진사의 첫 등장은 매우 인상 깊었으며. 연출과 실내 장식은 본능적인 거북함을 유발하기에 충분하였다. 비록 이야기 전개가 난해했지만, 분위기가 훌륭하였기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중반부에는 어떤 분위기를 보여줄지 기대해보았으나. 황당하게도 초반부가 전부나 다름없었다. 마치 초밥 전문점을 갔는데, 초밥은 네 종류 정도가 끝이고 나머지는 그저 그런 즉석식품만 가득한 꼴이다.

 

분위기가 훌륭했던 초반부가 끝남과 동시에 ‘또 다른 초반부’가 펼쳐지게 된다. 새로운 아이템과 콘텐츠가 홍수 마냥 쏟아지게 되고, 거진 20여 개의 팝 업 튜토리얼이 등장한다. 좋든 싫든, 초반부에서 알려주는 것인 만큼. 플레이어는 게임에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게임 내 구성 요소를 이해하는데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거기에다 오픈월드인만큼, 초반부터 게임에 익숙해지는데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공포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학구열’은 분위기 전달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심지어 ‘P.T’와 ‘아웃라스트’ 같던 게임 분위기가 갑작스레 ‘바이오하자드 5’처럼 변한 셈이고, 게임 플레이마저 극단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플레이어 입장에서 ‘분위기 있던 초반부’와 ‘본격적인 초반부’ 중에서, 어느 쪽이 ‘디 이블 위딘 2’의 진짜 분위기라 여기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바이오하자드 7’처럼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분위기를 충분히 전달한 뒤, 게임의 플레이 스타일도 바뀌어 가는 납득 가능한 흐름도 아니다. 중간중간 공포스럽고 혐오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노력은 하나, 이미 플레이어의 머릿속은 ‘디 이블 위딘 2’를 호러 게임이라 여기지 않는다. 조금 혐오스럽고 공포스러운 느낌이 있는 TPS 게임이라 여기게 할 뿐.

 

분위기의 변화는 그래픽마저 개성 없게 만든다. 전작이 동년도 게임에 비해 그래픽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우중충하고 칙칙한 느낌은 ‘디 이블 위딘’만의 분위기를 살려내는데 적합했다. ‘디 이블 위딘 2’의 새로운 그래픽 느낌은 게임 ‘초반부’와 같은 공포적인 환경을 표현할 땐 훌륭하다. 하지만 TPS로는 별다른 개성을 느낄 수가 없다. 동시기 게임에 비해 그래픽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다른 서바이벌 호러와 비교해도 개성이 강렬하다고 하기도 어렵다. 결국 게임을 진행할수록 ‘디 이블 위딘 2’의 그래픽은 장점보다 단점만 부각되게 된다.

  

 

▶ 이왕이면 게임 초반부터 계속 신경써주지...

그래도 후반부부터는 작품 분위기를 바로잡으려는 시도들이 눈에 띈다. ‘디 이블 위딘 2’를 중도에 하차하지 않고 끝까지 하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이며, 차라리 플레이 타임이 줄어들더라도 중반부 분량을 줄였으면 좋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정말 늦었다’라는 모 유명인의 명언이 있듯. ‘디 이블 위딘 2’의 후반부가 전체적인 분위기에 극적인 변화를 주지는 못한다. 1편을 재미있게 즐긴 플레이어에게 감명 깊을 연출과 구성도 등장하지만, 그렇기에 중반부의 부실함에 더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스토리

‘디 이블 위딘 2’는 전작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에겐 너무나 불친절한 작품이다. ‘디 이블 위딘 2’의 인트로는 전작에 대한 복습과,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을 위한 정보 전달 역할을 해내지 않고 있다. 전편을 플레이해본 사람만 이해할 용어들을 설명조차 없이 남발하며, 그렇다고 전편을 해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설명이나 영상 매체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반면 ‘데드스페이스 2’는 4분의 인트로를 통해, 전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전작과의 연결성을 전달할 수 있었고. 그와 동시에 혼란스럽고 뜬금없다고 생각될 수 있는 게임 도입부를 훌륭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전작이 스토리가 난해하고 세계관이 복잡한 게임인 만큼, 직접 해보는 것이 최고의 방법인 건 맞다. 그러나 ‘디 이블 위딘 2’는 전작과의 연관성이 매우 끈적한 게임이고, 그런 만큼 전작과의 징검다리를 놓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다. 사족이다만 베데스다가 배급을 맡은 ‘디스아너드 2’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음을 고려하면. 베데스다는 다음 작품에서 판매량을 위해서라도, 전작과의 연결성을 보강하라고 개발사에 조언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나마 ‘디스아너드 2’는 마니아 게임이며, 세계관과 인물 관계가 매우 중요한 만큼 어느 정도는 납득이 가능하다).

 

전작이 난해한 스토리를 가졌던 것에 비해, 이번 작은 간결하고 확실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엔딩을 보고 나서도 찝찝함이 생길 일도 없고, 극 중에서 뿌린 떡밥 대부분은 게임을 진행하며 회수된다. 캐릭터들은 명확한 목표와 동기를 가지고 있고, 이야기 전개를 위해 적재적소에 활용된다. 세계관과 메인 빌런들에 대한 배경 묘사도 충분히 이뤄지며. 자칫 잘못하면 지루하고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최종장은 매우 훌륭한 이야기 전개 방식을 보여준다. 게임에서 고생한 노력들이 값진 성과를 보이는 순간이며, 최종장만큼은 게임을 플레이하며 몰입이 깨질 걱정도 없다.

 

▶ 가급적이면 자동차는 올라가지 않도록 하자.

하지만 이야기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으니, 바로 캐릭터의 애니메이션과 주인공의 연기다. ‘디 이블 위딘 2’는 컷 씬이 자주 사용되는데, 그럴 때마다 인물의 굼뜬 애니메이션을 지켜봐야 한다. 전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이 뛰어난 편은 절대 아니며, 오히려 조작감을 불쾌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이다. 거기에 주인공의 목소리에서 감정의 변화를 느끼기가 힘들다. 주인공이 무뚝뚝한 형사 캐릭터이니, 감정에 변화 받지 않는 일관된 목소리는 어쩌면 캐릭터성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줄거리가 잃어버린 딸을 되찾기 위한 사투를 다루고, 이야기를 전개하며 주인공도 감정적인 반응을 자주 보이는 것을 고려했을 때. ‘디 이블 위딘 2’의 스토리를 지루하게 만드는 건, 오히려 주인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총평

‘디 이블 위딘 2’는 서바이벌 호러라는 장르로 부적합한 게임이다. 호불호가 갈리지 않도록 노력한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런 노력들이 긍정적인 성과를 보여준다고 하기 힘들다. 전작보다 개선된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작에 비해 특출난 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디 이블 위딘’만의 개성이 상당 부분 사라졌으며, 더 나아가 서바이벌 호러 장르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극 초반부를 통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훌륭하게 전달하였으나. 이를 게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였다. ‘디 이블 위딘 2’가 전달하고자 하는 분위기는 인상 깊었으나, 결국엔 ‘이 게임의 괜찮았던 순간’으로만 남을 뿐이다. 스토리는 몰입할 가치가 있으나, 종종 주인공의 연기력이 방해가 되기도 한다.


 

TPS 장르라고 생각하면, ‘디 이블 위딘 2’는 충분한 재미를 가지고 있으며 즐길 거리가 풍부한 게임이다. 그러나 서바이벌 호러 장르와 전작의 게임성을 고려했을 때, ‘디 이블 위딘 2’는 어느 쪽도 만족시키기 어렵다. 전작처럼 2회차가 진국인 게임일 수도 있겠으나. 회차 플레이가 게임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글/ 믐늠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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