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워쉽, 거대 전함에 얽힌 역사

조회수 2020. 12. 23. 18: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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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이벤트를 통해 열심히 ‘해전 덕후’들을 불러모으고 있는 ‘월드 오브 워쉽(이하 WoWS)’. 지난 겨울맞이 업데이트를 통해 ‘천조국’ 미국의 전함인 캔자스, 미네소타, 버몬트가 추가된 데 이어 0.9.12 업데이트에는 프랑스의 수퍼 드레드노트 전함 ‘스트라스부르’와 일본의 ‘히젠’ 등 전함을 획득 및 건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획득할 수 있는 주요 전함들의 다양한 실제 역사적 배경을 알기 쉽게 정리해보았습니다.

‘거함거포주의’의 시대적 배경

포인트 1. 러일전쟁의 전훈

20세기 벽두에 터진 일본과 러시아의 ‘러일전쟁’은 당시 모두가 예상치 못한 ‘동양의 소국’ 일본의 승리로 끝이 났죠. 서양 열강 중 하나인 러시아를 쓰러뜨린 일본이 새로운 제국주의 열강으로 부상하게 된 계기가 된 전쟁이었습니다.

▶ 러일전쟁의 향방을 가른 쓰시마 해전

전쟁사에서 러일전쟁이 중요한 포인트는 따로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해전, 쓰시마 해전에서 러시아 극동함대를 상대해 일본 해군이 대승한 부분입니다. 그 전까지의 해전과는 다른 양상, 함선들 간의 교전거리가 대폭 증대됐고, 주포의 파괴력과 명중률이 승리의 핵심요소라는 부분이 더욱 크게 나타난 거죠. 그래서 장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화포를 최대한 많이 배에 싣고 엄청난 화력을 장거리에서 퍼부어 승부를 결정짓는, ‘거함거포주의’가 태동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크고! 아름다운! ‘거거익선’이라는 말도 있죠

대폭 파워업 한 공격력, 포탑의 무게를 견딜 수 있고 적의 공격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강철로 몸을 방호한 선체, 이를 떠받들 수 있는 강력한 파워의 엔진을 갖춘 배. 때마침, 한껏 무르익은 산업혁명의 과실인 철강기술, 사격통제기술, 터빈 동력기관의 발전 등 거함거포주의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력은 갖춰진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 드라이 독에서 건조중인 비스마르크(아마도 나중에 컬러를 입힌 것이겠죠?)

포인트 2. ‘드레드노트’의 탄생

당시에도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보유한 영국이 차세대 전함을 건조하면서 거함거포주의의 시발점, 터닝 포인트 격이 되는 전함을 1906년에 건조했습니다. 그게 바로 ‘HMS Dreadnought’ 드레드노트 전함입니다.

  

거의 모든 자잘한 무장을 폐기하면서 확보한 배수량을 장거리 주포에 몰빵, 탑재하고 상대 주포의 사거리에서 너끈하게 견딜 수 있는 강철 장갑으로 선체를 휘감고 강력한 증기터빈으로 당시 전함의 최대 속력(16~18노트 가량)을 뛰어넘는 기동력을 확보한 차세대 전함이 영국해군의 자존심 드레드노트급 1번함, HMS 드레드노트였던 것입니다.

▶ ‘전설’이 된 전함, HMS 드레드노트

이제 이 배의 주요 제원, 배수량 18,000톤, 12인치 2연장 주포탑 5기, 최대속력 21노트(약 39km/h)가 거의 전함의 스탠다드가 됐고 이는 앞서 얘기한 러일전쟁의 해전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당대의 기술 발전의 속도와 정도가 놀랄 만큼 빠르게 진화하면서 드레드노트급을 뛰어넘는 함선들이 각국에서 앞다투어 건조되기 시작하면서 드레드노트급은 빠르게 시대에 뒤떨어지게 됐습니다. 아무튼 이 배 자체가 함선의 역사에 끼친 영향은 지대했고, 그래서 함선 급의 분류도 노급(드레드노트급을 일본에서 부르던 명칭), 전(前)노급(pre-dreadnought), 초(超)노급(super-dreadnought) 등으로 부르게 된 것입니다.

▶ 일본 해군이 발주, 영국 빅커스 조선소에서 건조해 인도된 일본 해군 전함 공고(金剛). 초노급임에도 아직 부포가 철거되지 않았던 과도기적 함선의 한 예이기도 합니다.

포인트 3 워싱턴 해군 군축 조약 (1921~1922)

거함거포주의의 태동, 영국 드레드노트급의 탄생, 각국의 전함 건조 경쟁에 이어 터진 1차 세계대전은 많은 나라에서 생각할 꺼리를 남겨주게 되죠. 이전 전쟁과는 스케일과 충격이 다른 엄청난 상처를 안겨줬기에 다시 이런 전쟁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을 법 합니다. 또한 드레드노트급 전함은 그 자체로 건조비용 및 국력에 부담을 엄청나게 지우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미 많은 해군력을 보유한 영국이나 미국 등 국가는 막 떠오르는 열강인 일본의 위협이 있기도 했죠. 일본은 본격적인 제국주의 침략 야욕을 불태우면서 국력을 적극적으로 소모해가면서 함선 건조에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분명 이를 막기 위한 장치는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강대국들 대상으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 것이 워싱턴 해군 군축 조약이었습니다.

▶ 진주만 공격대의 선봉에 섰던 ‘아카기’의 높은 항공갑판은 군축조약의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한 꼼수?

이 조약의 핵심은 세계 열강들 대상으로 각국의 함선 보유 대수 및 배수량 등을 제한하는 것. 모든 주력함을 새로 건조하는 것은 중단하는 것. 이미 건조중인 배들은 폐기처분하는 것 등이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보유 함선의 종류, 대수, 톤수 등을 국가별로 다 지정하는 등이 있죠.

  

이 조약이 적용되던 시기의 함선을 ‘조약형 함선’이라고 부를 정도로 거함거포주의 시대에서 이 조약이 가져온 결과는 매우 컸습니다. 각국 모두 조약을 어떻게든 피하거나 구멍을 파고들어 ‘꼼수’를 부리는 시도가 있었다고 하죠. 조약에 따른 각국의 이해타산도 다 달라, 특히 일본이 이 조약에 대한 불만이 엄청나게 컸고 결과적으로 1934년 조약은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파기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후의 역사는 다 아시다시피 1945년 일본 군사력의 상징인 야마토의 침몰, 두발의 원자폭탄을 맞고 미국 등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하는 사건을 마지막으로 거함거포주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 비스마르크 역시 열강의 건함 경쟁의 산물 중 하나였습니다
▶ 거함거포주의의 비극적(?) 최후, 야마토 침몰

신년맞이 캠페인, ‘스트라스부르를 찾아서’의 주인공인 전함 스트라스부르

월드 오브 워쉽의 0.9.12 업데이트에는 30개가 넘는 임무로 구성된 캠페인이 2종 포함됐습니다. 그 중 ‘Strasbourgh를 찾아서’ 캠페인은 프랑스 해군의 발자취를 쫓아가는 듯한 구성을 하고 있는데요. 프랑스는 영국만큼 전세계에 방대한 식민지를 거느리고 있던 열강 중 하나인데, 2차 세계대전의 중심에서는 개전 초반에 독일에게 나라를 빼앗기게 되면서 앞서 설명한 20세기 초반 거함거포주의의 역사에서 한 뼘 정도 비껴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거함거포주의라는 게 사실 당시로서는 거의 ‘트렌드’였던 지라 역사상 이름이 남은 어엿한 전함들이 있습니다.

▶ ‘스트라스부르를 찾아서’ 캠페인을 완수하면 스트라스부르를 비로소 건조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최초의 초노급 전함인 부르타뉴급에 이은 두 번째 덩케르크급의 2번함 스트라스부르는 오랜 숙적 독일과의 대결구도에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당시 독일은 1차 세계대전 패전국의 족쇄였던 베르사이유 조약의 구멍을 찾아 새로운 컨셉인 ‘포켓 전함’이라는 걸 설계, 건조했는데, 이건 장갑을 극단적으로 최소화해(그럼에도 독일어로는 장갑함이라고 부릅니다) 배수량을 줄여 기동력을 높이고 대신 대구경 다연장 화포 장착으로 전함에 필적하는 화력을 가진 변태적인 배로, 프랑스 해군에 충분한 위협이었습니다.

▶ 도이칠란트급 포켓 전함의 야무지게 우뚝 솟은 함교

그래서 덩케르크 급 전함은 설계에서의 혁신 같은 건 생각도 못하고 독일의 포켓 전함에 대적할 수 있는 기동력과 화력을 보유하도록 만들어졌죠. 그 결과, 배수량 약 25,000톤에 속도 31노트, 13인치 4연장 주포탑 2개가 모두 전방에 몰려있는 나름 ‘괴상한’ 실루엣의 전함이 되었습니다.

▶ 스트라스부르의 플랜을 보면 설계사상이 보일 수도

워낙 물고 물리는 식의 경쟁이 일상이 됐던 시기라 이 덩케르크급 전함 건조에 자극받아 이탈리아는 비토리오 베네토급이, 거기에 또 충격을 받은 프랑스는 더 큰 리슐리외급, 독일은 비스마르크급, 일본은 야마토, 미국은 아이오와… 이렇게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졌습니다.

  

실제 역사에서 스트라스부르는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할 때 구사일생으로 탈출에 성공했고, 이후 대서양의 연합국 상선 보호 임무 등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활약 없이 1942년 자침으로 생을 마쳤습니다.

  

월드 오브 워쉽에서는 프랑스 해군 7티어함으로 빠른 기동력과 강력한 화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 이번 캠페인을 완료해 건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보는 것도?

▶ 게임 내 스트라스부르의 위용입니다

‘군함과 숙명’ 캠페인, 미국편은 뉴욕

월드 오브 워쉽 신년맞이 2번째 캠페인 ‘군함과 숙명’의 마지막 6번째 임무 주인공이 미국의 초노급 전함 뉴욕입니다.

▶ 개장 전(1915) 뉴욕. 함교 위로 얼기설기 솟아오른 마스트 부분의 실루엣이 전간기 미국 전함의 특징이기도 하죠.

속도는 21노트 정도, 2연장 12인치 포 6기(총 12문) 탑재로 배수량 빼고는 드레드노트와 동급이라고 할 수 있는 와이오밍급의 다음 타자로, 뉴욕급의 1번함 뉴욕에 이르러 신형 14인치 2연장 주포 10문이 배에 실리게 되어 미국 해군의 첫 수퍼 드레드노트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두 차례의 개장을 거쳐 대공무장의 대대적인 강화를 받고 2차 세계대전 종전까지 크게 활약했습니다.

  

2번함 텍사스와 함께 많은 작전에 참가했던 뉴욕은 특히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넘어온 1942년 이후에는 유황도(이오지마) 상륙작전, 오키나와 작전 등에 참전했고 카미카제 공격을 받은 전력도 있습니다.

▶ 개장을 거친 뉴욕 전함의 정면

게임 속에서는 노급 전함의 느려터진 속도 때문에 전함으로서 전면에 나서거나 개방된 곳은 절대 금물, 하지만 단단한 방어력과 14인치 포 10문의 갱장한(?) 화력 덕분에 전략을 잘 짜서 운용하면 상당히 기여도가 높은 함선이기도 합니다.

일본 해군의 ‘페이퍼’ 전함 히젠, 그리고 구레 항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높은 단계의 전함인 9티어 일본 해군 ‘히젠’은 실제 역사에서 건조된 바 없는 일종의 페이퍼 함입니다.

  

역사상 일본 해군 최종, 최강의 전함은 야마토급으로 1번함 야마토, 2번함 무사시, 3번함인 시나노(항공모함으로 개장)의 세 척이며, 야마토급의 추가 설계안인 A-140과 초-야마토급 설계안 A-150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앞서 나온 아카기보다 훨씬 현대적인 모습의 시나노

히젠은 A-140, 그러니까 야마토급의 개선판 설계도에 준한 전함입니다(정확히는 A-140 J3안). A-140 설계안의 또 다른 페이퍼 함선은 월드 오브 워쉽에 9티어 전함 ‘이즈모’가 이미 있으니 이번 히젠이 두 번째 A-140 전함인 셈입니다.

  

410mm 3연장 주포가 4기로 총 12문, 460mm 3연장 3기인 같은 티어 이즈모보다 포탑 회전속도와 재장전 시간이 느리고 길지만 사격 시 순간화력은 더 높은 식으로 밸런싱을 조정했습니다. 또 하나의 장점이랄까, 이즈모의 경우 포탑 3기가 모두 함수쪽에 집중배치되어 공격시 애로사항이 많았는데 비해 히젠은 어찌 보면 표준 배치, 그러니까 2기는 함수, 나머지 2기는 함미에 배치되어 일제사격 부분에서 더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명확합니다.

  

역사 자료로만 존재하던 A-140 설계안을 재현한 또 다른 9티어 전함 히젠. 이제 월드 오브 워쉽 유저들이 본섭에서 타볼 수 있게 됐습니다.

▶ 함교와 대공포탑을 보면 야마토와 쏙 빼닳은 것을 알 수 있어요
▶ 현대의 이즈모는 다용도 헬기 모함입니다

분명 게임 속의 스펙, 능력치만 보고 배를 타도 재밌겠지만 배에 얽힌 이런 역사적 배경들을 조금이라도 머리 속에 넣고 게임을 한다면 그 재미가 배가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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