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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냐고요? 직업적 케미입니다" 프랑스 남자, 한국 여자의 동업

조회수 2021. 2. 12. 09: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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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냐고요? (하하)
아뇨, 프로페셔널 '케미'입니다.

프랑스 기업인 올리비에 무루 씨는 한국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다. 그에게 한국과의 우정을 보여주는 상징은 한국인 여성 김보선 씨다. 


두 사람은 ‘아지앙스 코리아’라는 글로벌 마케팅 회사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무루 대표는 그 힘든 동업을 한국 땅에서 17년 동안 성공적으로 일궈왔다. 한국인과 함께, 그것도 성별도 다른 여성과 함께. 나이도 47세(무루 씨), 46세(김 씨)로 비슷하다.

출처: 동아일보, 원대연 기자 yeon@donga.com
올리비에 무루(왼쪽), 김보선 아지앙스코리아 공동 대표가 지난해 수상한 ‘올해의 한국 디지털 에이전시’ 상을 들고 있다.

“부부 사이냐”는 질문에 둘은 호탕하게 웃으며 “(결혼이 아닌) 프로페셔널 케미스트리(직업적 화학작용)”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각각의 배우자와 2명씩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아지앙스 대표실은 1개다. 그 안에 ‘사장님 책상’ 2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무루 대표는 “동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한 프랑스대사관 IT 담당관으로 일하던 그는 이화여대 불문과 출신으로 디지털 출판사에서 일하던 김 대표와 의기투합해 2004년 아지앙스를 설립했다. 


아지앙스는 다국적기업의 한국 현지화 전략을 담당하는 디지털 솔루션 회사다. 고객의 80%는 루이비통, 구찌 등 럭셔리 기업들이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홍보에서 구매까지 한국어 웹사이트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e커머스 전략 수립도 담당했다.


“외국 기업들은 정보기술(IT) 이해도가 높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소셜미디어 인터넷 마케팅을 전개해야 하는지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의 복잡한 디지털 규제법령을 이해시키는 것도 우리의 일이지요.”(무루 씨)

아지앙스는 지난해 80여 개 고객사를 상대로 8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기업 계열사가 주축인 마케팅 분야에서 독립 에이전시로는 눈에 띄는 실적이다.


무루 대표는 “동업적 성공은 일을 나누지 않은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무루-외국’ ‘김-한국’의 고객 분담, 또는 ‘무루-외부영업’ ‘김-내부관리’ 등의 역할 분담이 없다는 것.

“다른 문화와 성별을 가진 두 명의 책임자가 함께 움직이는 걸 고객들은 더 신뢰하죠.”

아지앙스는 등록문화재 402호인 서울 중구 정동 신아기념관에 위치해 있다. 내부는 한국 전통가옥에서 볼 수 있는 격자무늬 목재 천장이다.


“럭셔리 본사 중역들이 한국을 찾으면 우선 회사 구경을 시켜줍니다. 그리고 강남의 대형 호텔이 아니라 덕수궁 정동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인근 작은 호텔에 묵게 해주죠. 그러면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무루-김 대표는 글로벌 감각과 한국 특유의 멋을 잘 융화시킨 아지앙스를 ‘글로컬리제이션(글로벌+로컬리제이션)’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김 대표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저는 남자 형제가 두 명 있지만 올리비에가 더 형제처럼 느껴집니다. 가족의 정을 느낄 정도라면 할 말 다 한 거죠(웃음).”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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