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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고용의무 내팽개친 외국계 화장품사들

조회수 2020. 12. 22. 17: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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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헤어전문매거진 그라피

고용노동부가 장애인 고용률이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기업의 명단을 공표했다. 화장품 관련 기업들이 적잖이 명단에 포함된 가운데 특히 이른바 ‘명품’이라 불리는 유명 해외 브랜드의 화장품을 수입·판매하는 외국계 회사들이 유독 처참한 고용 실적으로 명단의 첫머리에 이름을 올렸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소속 공무원 정원의 3.4%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상시 50인 이상의 민간기업 또한 장애인을 3.1% 이상 고용해야 한다. 비장애인과 비교해 취업이 힘들다는 점을 감안,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에도 장애인 고용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이같은 의무를 다하지 못한 기업들은 그 명단이 공표된다. 장애인 고용의무 이행을 촉구하기 위한 취지다. 법적 기준에 미달한다고 해서 무조건 명단에 포함되는 건 아니다. 민간기업의 장애인 의무 고용률 법적 기준은 3.1%지만 이보다 한참 낮은 1.55%도 되지 않는 곳들이 공개 대상이다. 공표하기 몇 개월 전 공개 대상임을 사전예고하고 이행지도 기간 동안 장애인을 고용했거나 노력을 기울인 곳은 제외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13곳과 민간기업 446곳이 끝내 공표 대상이 됐다.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기업 명단(화장품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만 간추림)

명단의 연번 ‘1’은 이엘씨에이한국(에스티로더컴퍼니즈코리아)이 차지했다. 2019년 12월 기준, 이 회사의 상시 근로자 수는 1,653명에 달해 ‘3.1%’ 규정대로라면 51명의 장애인이 근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 고용률은 ‘0%’로 단 한 명의 장애인도 고용하지 않았다.


미국계 회사인 이엘씨에이한국은 에스티 로더, 크리니크, 아베다, 바비 브라운, 맥, 오리진스, 달팡, 라 메르, 조 말론 런던, 랩 시리즈, 톰 포드 뷰티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들을 다수 전개하고 있다. 브랜드 진용은 더없이 화려하지만 이엘씨에이한국은 올해로 10년째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기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명 브랜드 로열티를 앞세워 고가의 향수를 판매하고 있는 프라다코리아(상시 근로자 수 650명)와 페라가모코리아(377명)도 장애인 고용이 전혀 없는 ‘0%’ 기업이다. 이들 역시 10년 연속 명단 포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역시 명품 브랜드 향수를 유통하는 루이비통코리아는 706명의 직원 가운데 단 1명이 장애인으로 고용률이 0.14%에 불과하다.


상시 근로자가 2,461명이나 되는 블루벨코리아의 장애인 고용률 또한 0.16%에 그쳤다. 블루벨코리아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을 중개·유통하는 프랑스 기업 블루벨그룹의 자회사다. 베네피트, 록시땅, 클라랑스, 메이크업포에버, 프레쉬와 같은 내로라하는 화장품 브랜드를 국내 유통하고 있다.


이밖에 샤넬코리아는 장애인 고용률이 0.19%, 시슬리코리아는 0.28%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오스, 프레쉬라이트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헨켈코리아, 립케어 제품으로 잘 알려진 챕스틱을 전개하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아티스트리, G&H, 새티니크 등 화장품 브랜드를 여럿 보유하고 있는 한국암웨이는 장애인 고용률이 1%를 넘었지만 법적 기준에는 한참 모자랐다.


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이자 프랑스 명품 화장품을 대표하는 로레알은 명단에 없었다. 다만 로레알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의 이름은 있었다. 쓰리컨셉아이즈(3CE)로 ‘K-뷰티’ 신화를 일구고 지난 2018년 로레알이 인수한 ‘난다’가 그 곳이다. 지분 구조상 외국계 회사인 난다는 601명의 상시 근로자 가운데 장애인이 2명으로 고용률이 0.33%에 머물렀다.


로레알과 관련이 있는 회사는 또 있었다. 로레알그룹의 국내 면세유통 에이전시로 랑콤, 헬레나 루빈스타인, 비오템, 슈에무라, 키엘,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굵직굵직한 화장품 브랜드를 판매 대행하고 있는 쏘메이다. 쏘메이는 477명의 직원 가운데 장애인이 한 명도 없는 0% 기업으로 명단 최상단을 장식했다. 쏘메이 역시 10년 연속 명단 등재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쏘메이 외에도 토종 화장품 관련 기업 여럿이 명단에 포함됐다. 자회사 에프앤코를 통해 바닐라코를 운영하며 패션에서 화장품으로 성공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에프앤에프는 339명의 직원 중 장애인이 1명으로 고용률이 0.29%에 그쳤다.


지난해 더뷰티풀팩터를 론칭하며 역시 패션에서 화장품으로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는 바바패션은 장애인 고용률이 0.45%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또한 같은 패턴이다. 최근 화장품 브랜드 라이크와이즈를 선보이며 패션에 한정돼있던 소비재 사업 영역 확정에 나선 이 회사는 장애인 고용률이 1.12%에 머물러 명단 등재를 피하지 못했다.


이밖에 미샤, 어퓨 등을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 화장품 원료 제조사인 미원상사, 새라제나를 전개하고 있는 세원셀론텍이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기업 명단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회사나 유통대행사의 장애인 고용률이 유독 저조한 건 백화점, 면세점 판매직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면서도 “판매 현장에 장애인을 기용하는 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고충은 이해하지만 그렇다 해도 회사 전체에 단 1명의 장애인도 고용하지 않은 건 지나친 무성의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에디터 김도현(cosgra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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