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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에 '눈' 내주고 '먹이' 얻는 512살 상어의 생존전략

조회수 2018. 7. 4. 17: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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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인간계의 어려움들보다 훨씬 잔혹하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은 가차 없이 멸종시킨다. 그래서 지금 주변에 살아 숨 쉬는 생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뛰어난 생존전략을 가지고 있는 완전체다.


그중에서도 특히 극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있다. 바로 그린란드 상어, 나무숲산개구리, 복수초다. 이들은 극심하게 시린 땅, 혹은 수 백m 바다 밑에서 꿋꿋이 살아간다. 다른 생물들은 도저히 버틸 수 없을 정도의 추위를 견디는 것이다. 웬만해선 미생물조차 생존하기 힘들 것 같은 곳에서 어떻게 수천수만 년 종족을 번식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그들만의 독특한 생존전략을 소개한다.

그린란드 상어

출처: 사이언스 공식 홈페이지

최근 500년 넘게 살았을 가능성이 있는 대형 생물체가 나타나 큰 화제가 됐다. 그 주인공은 바로 그린란드 상어다. 북대서양 노르웨이 바다에서 발견한 이 상어는 최대 512살일 확률이 있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연산군 재임 당시(1505년) 태어난 것이 된다. 그린란드 상어는 최장수 척추동물이며, 따뜻한 바다에 사는 다른 상어들과 달리 북극해 같은 매우 추운 바다에 서식한다.


400살은 거뜬히 살아내는 이 상어의 장수 비결은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장수에 대한 대표적인 설 중에 하나는 '차가운 수온의 영향'이다. 보통 온도가 낮으면 신체 대사도 함께 느려진다. 그린란드 상어 역시 추운 바다에 살면서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성장한다. 이 생물은 일 년에 겨우 0.5~1cm 정도 자란다. 이런 굼뜬 속도로 성체(어른)가 되기 위해서는 무려 150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하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매우 느린 성장 속도가 수명을 늘린 요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미국 미시간대의 숀 수 교수는 온도가 낮아지면 노화를 억제하는 유전자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밝힌 적 있다. 이렇듯 차가운 바다에 적응하기 위해 신진대사를 낮춘 결과 그린란드 상어는 '매우 긴 수명'을 얻을 수 있었다.

출처: Justin at flickr (왼쪽), juniel85 인스타그램(오른쪽)

이 상어는 먹이를 얻는 방식도 독특하다. 심해는 햇빛이 들지 않아 매우 깜깜하고 먹이도 적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상어는 기생충과 독특한 공생관계를 맺었다. 요각류의 기생충은 그린란드 상어의 눈 조직을 먹으며 실명시킨다. 대신 기생충의 몸에서 빛이 발산되는데 이를 통해 먹이를 유인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상어는 추운 바다에서 최강의 포식자가 되었다. 그린란드 상어는 극한 환경을 택했지만 그만의 생존전략으로 환경을 극복했고, 최장수 척추동물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게 되었다.

나무숲산개구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땅이 얼면 땅속으로 들어간 개구리의 몸도 얼어붙는다. 얼어붙는다는 건 몸속의 수분이 얼음으로 변하는 것인데 뾰족하고 날카로운 얼음결정들이 생기면 몸속은 난도질당하고 만다. 살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양서류이자 변온동물인 나무숲산개구리는 알래스카에 산다. 태생적으로 추위에 약한 녀석이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미국의 생리학자 케네스 스토리와 재닛 스토리 부부의 연구에 의하면 위기가 온다 싶을 때 이들의 부신피질에서 아드레날린이 급하게 뿜어져 나온다. 이 물질은 전속력으로 간으로 달려가 이곳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바꾸게 한다. 그래서 얼음이 세포 속으로 들어올 때쯤이면 이미 세포 속에 포도당이 가득 차 있게 만든다.


포도당은 에너지원이기도 하지만 부동액과 같은 효과를 낸다. 덕분에 세포 안은 얼음이 생기지 않고 혈관을 비롯해 세포와 세포 사이의 공간에만 얼음이 생긴다. 이때 녀석들의 세포는 또 한 가지 어려운 일을 한다. 얼음이 얼 때 세포 속의 수분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그래야 세포 안이 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몸속 수분의 65%가 얼음이 됐을 때도 최대 4주나 버틴다고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나무숲산개구리는 거의 죽은 상태로 한 달 가까이 버틸 수 있다.

몸속에 얼음이 생기기 시작하면 심장은 완전히 멈추고 혈액 순환도 멈춘다. 당연히 숨도 쉬지 않는다. 이 정도면 ‘완전한 사망’ 상태인데 딱 하나, 세포는 살아 있다.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포도당 덕분에 최소한으로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러다 봄이 되면 얼어 있던 몸에 피가 돌기 시작하는데 놀랍게도 24시간 만에 언제 그랬느냐는 듯 폴짝폴짝 뛰기 시작한다. 완전 회복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죽음과 흡사한 가사(假死) 상태로 만든 처절한 도전이 오히려 자신을 살린 셈이다.

복수초

매년 설날 즈음이 되면 신문과 방송에서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 소개되는 꽃이 있다. 하얀 눈 속에 피어나는 노란 꽃, 복수초다. 설날 아침에 꽃이 핀다고 해서 원일초(元日草), 주변의 눈이 녹아내린다고 해서 눈새기꽃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작은 꽃이 어떻게 차가운 눈과 얼음을 뚫고 나올 수 있을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복수초 꽃이 피었을 때 뿌리를 캐보면 비결을 알 수 있다. 다른 풀들의 뿌리와 달리 온기가 느껴지고 공기에 노출되면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흔히 체온은 동물에게만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예외는 언제 어디서나 있는 법이다. 이 작은 식물은 동물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스스로 열 내는 법을 개발했다. 눈과 얼음을 녹이고 솟아오를 수 있게끔 말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매서운 겨울 추위가 물러가면서 땅이 녹기 시작하면 뿌리에 있는 강심배당체(심장에 좋다는 강심작용을 하는 성분)가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생기는 수분과 결합, 열을 발생시킨다. 이와 함께 오목하게 생긴 꽃을 피워내 소중한 햇빛을 살뜰히 모은다. 이렇게 모은 열로 꽃 속을 따뜻한 난로가 되게끔 해서 추위에 떠는 곤충들을 불러 모은다. ‘따뜻하면서도 맛있는 꿀이 있으니 빨리 오라’고 말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꽃 색깔이 노란색인 것도 눈에 잘 띄기 위해서다. 몰려든 곤충은 몸에 꽃가루를 묻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자연스럽게 중매쟁이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추운 겨울에 힘겹게 꽃을 피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따뜻한 봄은 복수초만의 것이 아니다. 모든 풀들이 이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이는 곧 엄청난 경쟁을 뜻하며 운이 나쁘면 수분을 못할 수도 있다. 이에 복수초는 겨울에 꽃을 피우는 전략을 택했다. 매개곤충을 독점할 수 있는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극한 환경에서 비즈니스

환경이 기존의 패턴에서 벗어난다면 생존법도 바뀌어야 한다. 극단적인 환경에 처한다면 생존법도 극단적이어야 한다. 그린란드 상어는 먹이를 위해 눈을 포기했고 나무숲산개구리는 살아남기 위해 거의 죽은 상태로 겨울잠을 잔다. 또한 복수초는 동물이나 가능한 열 내는 법을 개발했다. 이들의 방식은 기발하지만 한편으로는 처절하다. 극한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극한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비즈니스 세계도 마찬가지다. 극한의 환경을 극복하려면 자신만의 차별화된 생존법이 필요하다. 세상은 냉혹하지만 적절한 방법을 찾은 이에게는 또 그만큼 보상을 준다. 위의 생물들이 안락한 환경을 포기한 대신 개척한 영역을 독점한 것처럼 말이다. 나만이 가지고 있는 생존 전략. 그것이 불확실한 미래를 조금이나마 밝혀줄 것이다.

인터비즈 김혜림
inter-biz@naver.com

* 본 글은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20호 '지구 대멸종도 견뎌낸 ‘물곰’처럼… 극한의 ‘내핍 경영’, 자연에서 배운다' (필자 서광원)에서 일부 발췌해 작성했습니다.(나무숲산개구리, 복수초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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