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잡한 매장에서 빠른 음악 트는 진짜 이유

조회수 2018. 7. 24. 13: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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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서 상점이나 마트를 운영하든, 백화점이나 면세점 같은 유통업체에 입점해 있든, 매장을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요소 중 하나는 매장 혼잡도(social density, 혹은 crowding)다. 매장에 들어갔을 때 상점 안에 사람이 지나치게 많으면, 방문자들은 자신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느껴 매장을 일찍 떠나려고 한다. 매장 입장에선 당연히 매출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출처: 동아일보 DB
백화점 세일 행사에 몰린 고객들

하지만 매장 혼잡도가 늘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적절한 혼잡도는 매출 견인을 위해 필요하다. 상점에 사람이 너무 없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은 해당 매장의 제품이 인기가 없어서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유추해 더 들어와 보려고 하지 않는다. 반면 매장에 사람이 많으면 인기 있는 물건이 많다고 생각해 직접 들어와 보려는 마음이 생긴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람이 많은 매장이 매출도 큰 편이다. 

출처: 동아일보 DB
면세점에 몰린 쇼핑객들

이처럼 매장 혼잡도는 ‘양날의 검’이다. 매장 혼잡도의 상반된 효과 때문에 매장 운영자들은 항상 어느 정도의 매장 혼잡도가 이상적인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최근 매장 혼잡도의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마케터가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밝혀내는 연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노르웨이의 멀티센서리(Multisensory) 마케팅연구소와 독일 지겐(Siegen)대 공동 연구진은 매장에서 사용하는 음악이 소비자들이 느끼는 매장 혼잡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들은 유럽 소재 대형 식료품 매장 6곳에서 방문객 4만여 명의 개별 쇼핑 데이터를 활용해 매장에서 틀어주는 음악(빠른 템포 vs. 느린 템포)에 따라 방문객들이 매장 혼잡도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봤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실험 결과 연구진은 연구진은 기존 연구결과들과 마찬가지로 매장이 ‘지나치게’ 복잡한 경우와 ‘지나치게’ 한산한 경우 모두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가장 바람직한 건 ‘적절한’ 수준의 매장 혼잡도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시 말해 매장의 혼잡도가 매출의 미치는 영향은 역U자형(inverted-u shaped) 패턴을 보였다. 단, 이런 결과는 ‘느린’ 템포의 음악을 사용한 경우에만 적용됐다. 흥미롭게도 ‘빠른’ 템포의 음악을 사용한 경우 매장 혼잡도와 매출의 관계는 역U자형을 보이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매장이 지나치게 복잡해도 매장 내에서 빠른 템포의 음악을 틀어줬을 때에는 매출이 오히려 ‘상승’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매장 내에 사람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방문객은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등 심리적인 각성(psychological arousal)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일반적인 경우 사람들은 이런 심리적인 각성이 매장 내 많은 사람으로 인한 혼잡함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고, 문제의 원인(매장 혼잡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빨리 매장을 떠나려 한다. 하지만 매장에서 빠른 템포의 음악이 흘러나올 때 방문객들은 그들의 심리적 각성이 빠른 템포의 매장 음악 때문이라고 ‘잘못’ 생각했다. 이를 잘못된 귀인(misattribution, 인간이 관찰된 행동 결과의 원인을 잘못 상정하는 것)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빠른 템포의 음악이 매장 방문객들에게 잘못된 귀인을 하도록 만들어서 복잡한 매장 혼잡도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감소시켰다는 얘기다.

출처: 동아일보 DB

백화점이나 면세점의 럭셔리 브랜드 매장을 지나가다 보면 매장 밖에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매장 내부가 지나치게 혼잡해져 쇼핑객들이 불편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럭셔리 브랜드의 방침 때문이다. 럭셔리 매장의 경우 기다리는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매장 밖에서 기다리는 고객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일반 매장이 명품 매장처럼 혼잡도를 인위적으로 관리하다가는 되레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매장 밖에서 기다리는 고객이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매장이 복잡해도 혼잡함에 따른 불만을 덜 갖고 고객들이 더 오랜 시간 매장에 머무르게 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매장 음악은 얼마든지 매장을 운영하는 마케터가 조절할 수 있고, 인위적으로 방문객 숫자를 제한하는 강압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도 없다.


매장 방문객들은 매장 내부의 여러 가지 환경 요소들과 오감으로 소통한다. 마케터는 오감 중 하나인 청각이란 채널을 활용해 매장 음악을 최적의 매장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다른 감각인 촉각, 시각, 냄새, 미각을 통해 최적의 매장 혼잡도를 만들어가는 방식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기사 원문 보기


[참고문헌]

Knoeferle, K. M., Paus, V. C., & Vossen, A. (2017). Upbeat crowd: Fast in-store music alleviates negative effects of high social density on customers’ Spending.” Journal of Retailing 93(4): 541–549.

출처 프리미엄 경영매거진 DBR 247호
필자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인터비즈 이방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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