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아사히' 누르고 수입맥주 1위 차지한 '이 브랜드'

조회수 2019. 8. 24. 13: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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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따오(青岛) 맥주가 최근 1년간 수입맥주 판매량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칭다오 맥주는 국내서 약 4875만 리터(L)가 팔려 이 기간 국내서 수입맥주 중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맥주 부동의 1위었던 아사히 맥주는 2위로 밀려났다.

중화권 음식이 국내서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인기를 끈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선 중화권 음식에 가장 잘 맞는 음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엔 일본산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인해 아사히 맥주의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대체효과를 누리고 있어,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출처: 동아일보
양꼬치와 함께 먹는 걸로 유명한 칭따오 맥주

칭다오 맥주의 인기엔 국내 마케팅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정작 본토인 중국에선 양꼬치 등에 잘 맞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그리 크진 않다고. 국내선 광고 카피로도 등장했던 '양꼬치엔 칭다오"라는 설명은 사실 국내서만 통용되는 마케팅 구호다. 칭다오의 국내 판매 전략과 맞물려 마케팅 전략이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맥주 브랜드명은 칭따오로, 중국 내 지역명은 표기법상 칭다오로 표기합니다***

칭따오의 국내 성공비결은 계획된 마케팅이다?

출처: 채널A
2017년 12월 15일 베이징대학교에서 연설중인 문재인 대통령

2017년 12월 15일, 중국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베이징대에서 연설을 통해 한국의 '중류(中流)' 사례로 칭따오 맥주를 언급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국 청년들은 양꼬치와 칭따오 맥주를 좋아한다고 밝힌 것.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유행이라는 점이 중국에서도 부각됐다.

실제로 바이두페이지에 '양꼬치엔 칭따오맥주'를 검색했을 때의 결과. 노란색 원으로 표시한 부분에 한국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중국의 포털사이트인 바이두(百度)에 '양꼬치엔 칭따오맥주'를 검색해보면 한국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심지어 "양꼬치엔 칭따오가 한국에서 유행중이다" 라는 설명이 줄이어 나온다. 중국에선 양꼬치와 칭따오를 엮는 식문화 트렌드를 신기해하는 시각이 엿보인다.

양꼬치엔 칭따오라는 표현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국내서만 통용되는 유행어다. 애초에 이는 양꼬치가 칭다오의 명물이거나, 칭따오 맥주가 중국 음식가 곁들이는 맥주라서 시작된 표현은 아니었다. 2016년 한 유명 프로그램에서 유행어를 정상훈 씨는 자신의 장기인 가짜 중국어를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유행어로, 칭따오 맥주 대신 연태고량주라고 표현하려고 했다고 한 인터뷰서 밝힌 적이 있다. 칭따오가 발음이 더 편해 붙여진 유행어일 뿐, 별 의미는 없었던 셈이다.

지나가는 유행어에 그칠 수 있었지만, 칭따오의 국내 유통사인 비어케이가 이를 마케팅으로 적극 활용하면서 실제 중국음식에 곁들여먹는 맥주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유튜브 바이럴 영상 등을 적극활용했는데, 중국 현지의 올드한 이미지와는 달리 당시 유행하던 B급 정서를 접목한 점이 주효했다. 유명세를 탄 정 씨에게 광고 아이디어를 직접 맡기면서 코믹한 이미지를 준 것.

이는 국내서 수입맥주들이 대체로 프리미엄 맥주로 포지셔닝하는 것과는 다른 접근법이었다. 젊은층의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맥주시장에서 부상하기 시작했다. 시기를 잘 탄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사실 칭따오 맥주는 2000년 처음 한국 시장에 발을 내딛었지만, 그동안 존재감은 미미했다. 칭따오 맥주를 생산하는 칭따오맥주유한공사는 1903년 영국과 독일 두 국가가 합작해 창립되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공식 후원사로 활동한 만큼, 작은 회사가 아니었음에도 중국 맥주는 프리미엄급으로 인식하지 않아 대중적인 인기를 끌긴 어려웠다. 그러나 B급 마케팅을 통해 틈새시장을 열어젖힌 것으로 평가받는다.

출처: 픽사베이
중국 산둥성 칭다오는 바다에 인접해있다.

국내 칭따오 유통사 측은 유명세를 놓치지 않고 영업망과 신제품 라인업을 확장시켰다. 이무렵 국내 주요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 2016년 1분기(1~3월) 칭따오 맥주는 독일 맥주인 하이네켄을 제치고 판매액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수입맥주 시장 판매량 기준으론 3위 선을 유지했는데, 이마저도 올해 1위로 올라서면서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칭따오 맥주, 국내 중식(中食)유행과 함께 동반성장하다

중국산 맥주, 특히 칭따오 판매호조의 일등공신은 중화권 음식 열풍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서울 영등포구 등 중국인 거주촌을 중심으로 형성된 현지음식 열풍이 전국 단위로 확장된 것이 2016년 쯤이다. 칭따오 열풍은 식문화의 변화에 잘 맞물려 호조를 탔다.

양꼬치 열풍을 넘어 최근엔 '마라(麻辣) 열풍'이 칭따오 인기를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에서 마라탕, 훠궈 등 중국 사천성(四川省)의 음식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중국음식은 칭따오와 어울린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잡히면서 인기가 더욱 견고해졌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선 저비용항공사(LCC)를 통해 중국에 대한 관광 수요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중화권 음식을 경험해본 사람이 늘어나면서 중식을 식사가 아니라 안주 등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 저비용항공사의 후원을 받은 여행 프로그램에서 중화권 음식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인기를 이끌었다.

그 결과 중화권 음식인 마라탕은 동네 상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만큼 대중화되었다. 그 중 마니아 계층 사이에서는 마라를 얼마나 자주 먹었는지를 의미하는 '혈중 마라농도' 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마라탕 상점과 가까운 곳이라는 의미에서 마라탕과 세권(勢圈)을 결합한 '마세권'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일식을 먹을 때 일본 전통술인 사케를 겻들이는 것처럼 중국 본토음식의 유행에 따라 중국의 칭따오 맥주 소비량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국내 마라탕 혹은 양꼬치 전문점에 가면 칭따오 맥주가 구비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맥주 업계가 마케팅에 힘 쏟는 이유, '이미지'가 성패를 좌우한다

현재 칭따오 맥주 수출량의 1/3은 한국이 차지한다. 칭따오 맥주는 그동안 가짜 중국어 유행을 발판삼아 B급 정서를 공략했다면 최근엔 프리미엄 시장까지도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생맥주의 맛을 강조한 드래프트 버전을 공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젊은 여성층과 맥주맛에 민감한 매니아 층을 공략하는 광고를 만들어서 공개하기도 했다. 홈술, 혼술 트렌드에 발맞춘 점도 인상적이다.

최근 한국 수입맥주 시장의 주류였던 일본 맥주 열풍이 사그라들면서, 프랑스계 맥주 등도 떠오르는 등 수입맥주 시장 전체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최근엔 칭따오 열풍에 고무된 중국 맥주들이 잇따라 한국 시장을 노크하는 흐름도 있다.

그동안 한국 주류시장은 영역별로 부동의 1위가 확실했다. 칭따오는 이러한 흐름이 깨진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시장에서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인터비즈 이다희,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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