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MP3 개발하고도 실패한 한국의 '이 기업', "대체 왜?"

조회수 2019. 11. 15.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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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세계 최초로 MP3 플레이어를 개발한 곳은 어디일까? 애플? 소니? 정답은 국내의 중소기업인 '새한미디어'다. 새한미디어는 지난 1998년 세계 최초로 MP3 플레이어 '엠피맨10(MpMan F10)'을 출시했다. 같은 해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박람회 중 하나인 세빗(CeBit)에는 이 엠피맨을 구경하기 위한 관람객들로 북적이기도 했다. 이렇게 새한미디어는 MP3 시장을 개척한 퍼스트 무버였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충분히 창의적인 제품이었지만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MP3 시장의 후발주자였던 애플은 2001년에야 자사의 MP3 플레이어를 선보였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01년 10월 23일, 스티브 잡스가 선보인 '아이팟(iPod)'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는 거의 단종된 것이나 다름없지만 2000년대의 아이팟은 MP3 플레이어를 대체하는 보통명사로 쓰일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세계 최초로 MP3를 개발한 퍼스트 무버 새한미디어가 아닌 후발주자 애플이 MP3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DBR 237호에 소개된 기사를 요약한다. ☞원문 기사 더보기(링크)

1998년 세계 최초로 MP3 플레이어 출시한 새한미디어. 제품은 창의적이었지만...

출처: 위키피디아
새한미디어의 'mpman f10'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반드시 기업의 성공으로 귀결될까? 새한미디어의 사례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67년 설립된 새한미디어는 비디오와 오디오 테이프, 섬유 소재 등의 산업에서 승승장구한 기업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내놓으며 '7080' 시대의 혁신을 이끈 새한미디어는 1998년 MP3 플레이어의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지금 모든 스마트폰에 장착된 MP3 플레이어의 효시다. 그러나 당시 소비자들은 이 창의적인 제품에 호응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기존에 익숙했던 워크맨과 CD 플레이어를 선택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새한미디어는 경영난을 겪었고, 결국 이 원천 기술을 매각했다.


새한미디어가 개발한 기술은 아쉽게도 수년 후 빛을 봤다. MP3 원천 기술이 들어있는 애플의 아이팟이 출시되자 사람들은 열광했다. 2001년 스티브 잡스가 공개한 아이팟은 소니가 워크맨과 CD 플레이어로 주도해 온 휴대용 음악기기 시장의 판도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새한미디어는 실패하고 애플은 성공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듯 하다. 먼저, 전문가들은 이 사례를 '퍼스트 무버(first mover)'와 '퀵 팔로어(quick follower)'의 관점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출처: 동아일보
아이팟 시리즈를 홍보하는 스티브 잡스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가, 즉 퍼스트 무버는 창의적인 신제품을 경쟁사보다 빨리 출시해 시장 선점할 수 있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신제품 출시 전에 시장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예측해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켜야 한다. 새한미디어는 음원을 디지털화하는 획기적인 기술로 사양길을 걷고 있던 비디오 산업의 공백을 메우려 했다. 그러나, 결국 신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수요를 형성해야 하는 퍼스트 무버의 장벽을 넘을 수 없었다.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했고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신제품의 특징을 전달하지 못했다. 즉, 광고나 판촉 전략이 부족했던 것. 그래서 당시 소비자들은 MP3 플레이어라는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제품을 이해하지 못했다.


반면, 애플은 상황이 달랐다. 애플이 아이팟을 출시한 2001년 당시 소비자들은 이미 MP3 기술을 이해하고 있었고 사용하기도 했다. 신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수요가 시장에 형성되어 있었기에 애플은 거기에 아이팟이라는 브랜드의 장점을 알리고 선호도를 높여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즉, 애플은 신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수요를 형성하는 대신 퀵 팔로어로서 시장의 '선택적인 수요'만 충족시키면 됐다. 나아가 아이팟을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과정에서도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검은 실루엣의 모델이 하얀색 아이팟을 듣는 모습을 연출해 신제품의 독특한 매력을 강조했고, 제품 포장도 차별화했다. 정비가 잘 된, 완벽에 가까운 직사각형 모양의 박스에 담아 매력을 극대화해 목표 고객이 이 흰 박스만 보더라도 아이팟 제품 자체에 포함된 기능과 사양에서 혁신성을 기대하게끔 만들었다.

새한미디어가 실패한 결정적인 이유는? 창의적이어도 실패할 수 있다..."창의성 딜레마"

출처: 주간동아
새한미디어

이처럼 새한미디어의 사례를 퍼스트 무버의 실패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지만, 그보다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제품'을 개발하면 시장을 선점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그러나, 창의성이 무조건 회사의 성장을 견인하고 성공을 약속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창의성의 본질을 잘 이해해야 성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으며 제품뿐만 아니라 제품을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영역에서도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제품만 개발했다고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창의성'의 개념은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정확히 정의 내리기 어려워 창의적인 접근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조직 행동론 중 창의성을 주로 연구해온 하버드대학의 아마빌리(Amabile, Teresa M.) 교수에 따르면 창의성은 '독창성(또는 참신성, novelty)'과 '의미성(meaningfulness)'의 두 가지 측면으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 독창성은 경쟁회사가 만들어낸 기존의 관습과는 고유하게 다르고 분리되는 정도를, 의미성은 목표 고객이 인지하는 유용성과 적합성, 가치성의 정도를 일컫는다.


창의적인 접근을 하는 데 있어서 의미성을 무시하고 독창성(참신성)만 지나치게 강조한 신제품은 해괴하거나 호기심만 끌 뿐이다. 시장에서 소비자가 이 신제품을 왜 사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일본 기업은 아기들이 기어 다닐 때 바닥을 청소할 수 있는 유아복을 만들었다. 이 제품은 참신성은 높으나 부모들에게는 부정적인 의미를 줘 실패하고 말았다. 어떤 부모도 아기가 기어 다니면서 집 안 청소를 하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많은 회사들이 창의적인 신제품을 개발하고도 실패하는 이유도 이와 유사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또한, 신제품 마케팅에서도 의미성이 중요하다. 미국의 하이테크 기업 312곳을 연구한 결과, 신제품의 창의성과 신제품 마케팅 프로그램의 창의성을 동시에 고려했을 때 제품과 마케팅 프로그램의 '독창성' 측면보다는 '의미성' 측면이 신제품 성공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밝혀냈다. 결과적으로 흔히 회사에서 창의성을 추구할 때 더 강조하게 되는 '독창성'이 오히려 단기적인 이익이나 시장 점유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창의성 개념에서 많이 주목받지 못하던 의미성은 목표 고객에게 유용성, 적합성, 가치성을 제공해 신제품의 단기적 성공을 가져왔다.


즉, 신제품과 마케팅 프로그램의 독창성이 단기적으로는 회사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신제품 개발에서 독창성은 중요하지 않은 걸까? 독창성이 단기적으로는 성과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중장기적인 성과에선 유의미하다. 연구 결과, 첫해에 단기적 성과에 영향을 주지 못했던 독창성은 두 번째 해부터 회사의 재무적, 마케팅적 중장기적 성과에 영향을 미쳤다. 의미성 있는 신제품과 마케팅 프로그램은 고객들이 제품 출시 즉시 바로 수용하고 구매를 합리화시켜 수용하기에 단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독창성이 높은 신제품과 마케팅 프로그램은 비록 고객들이 이해하고 수용하고 구매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배제해선 안된다.

창의성 딜레마,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런 창의성 딜레마를 해결하고 회사에 득이 되는 전략을 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1) 경영자들은 창의성이 회사의 성공을 이끄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 창의성의 구성요소 중 독창성보다는 의미성이 단기 성과에 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과거에는 창의성이 회사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경우에 따라 다르다"라는 애매모호한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창의성을 독창성과 의미성으로 구분해 신제품 사업 성과와의 관계를 살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2) 신제품과 신제품 마케팅에는 독창성보다 의미성이 단기적으로 더 큰 영향을 준다. 기업이 희망하는 재무와 마케팅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흔히 창의성과 동일시하고 있는 독창성보다 의미성이 더 큰 도움이 된다. 기업이 신제품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목표 고객에게 유용한 제품을 효과적인 마케팅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3) 하이테크 시장에서도 신제품 창의성과 더불어 마케팅 프로그램의 창의성이 신제품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창의적인 광고와 패키지 및 브랜드 디자인, 창의적인 채널과 가격 전략을 포함한 새로운 마케팅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에도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애플 사례를 통해서도 잘 드러나듯 고객이 한 회사와 브랜드로부터 인지하는 창의성은 창의적인 제품뿐 아니라 창의적인 광고 및 홍보와 패키징 등을 통해서도 향상됨을 기억해야 한다.


즉, 신제품의 단기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의미성 있는 신제품과 마케팅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독창성이 높은 신제품과 마케팅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창의성이 시너지 창출을 통해 창의성 딜레마를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독창성이 뛰어난 MP3 원천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당대 고객들에게 의미성을 주는 데 실패하고 마케팅 전략에서도 독창성과 의미성을 동반하지 못해 결국 도태한 새한미디어의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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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37호

필자 임수빈 연세대학교 경영대 교수

인터비즈 김동섭 장재웅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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