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스타트업이 식품 생산량 40배 높인 비결

조회수 2021. 2. 11.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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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창업한 '아치센'은 싱가포르의 국내 식품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등장한 농업 테크 스타트업이다. 과도하게 높은 식품 수입 의존도는 오랫동안 싱가포르의 국가적인 문제였다. 숙련된 노동자의 부족과 높은 토지 가격으로 식품 생산량이 부족한 탓에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아치센은 실내 수직 농업 기술을 활용해 전통적인 농장의 약 40배에 이르는 높은 생산량을 자랑한다. 연간 싱가포르 내에 채소 100톤을 공급하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싱가포르 정부와 함께, 국내 생산 식품 비중을 30%까지 늘리는 '30 by 30'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아치센이 어떻게 싱가포르의 식품 생산 문제를 해결 중인지 DBR 313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싱가포르 식량 자급률 10% 미만
사재기 현상까지 일어나

싱가포르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식품 중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식품별 전체 소비량 중 채소 13%, 생선 9%, 달걀 24%만을 국내에서 생산 중이다. 지난해 3월엔 식료품을 주로 수입하는 말레이시아가 봉쇄되자 불안감에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만이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 침체 기간에도 수입 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재기로 몸살을 앓았다.

위험을 인지하고 있는 싱가포르 정부는 수입채널 다각화를 추진함과 동시에, 국내 생산 식품 공급을 2030년까지 3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2019년 발표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싱가포르에는 숙련된 농업 노동자가 부족하다. 높은 토지 가격도 걸림돌이다. 싱가포르의 국토 면적 중 농업용 부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1%에 불과하다. 이런 배경에서 가장 주목받는 해결책이 바로 '도시 농업'이다. 실내에서도 전통적 농업이 가능한 도시 농장이 싱가포르의 주거 및 상업 지역 곳곳에 설립되고 있다.

현지화된 실내 농업 제안한 스타트업
'아치센'

싱가포르의 국내 식품 생산량을 높이고자 수직 농업, 수경 재배, 실내 농장 등의 기술을 활용한 농업 테크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2015년 창업한 '아치센(Archisen)' 또한 농업 테크 스타트업이다. 공동 창업자인 빈센트(Vincent)는 싱가포르국립대에서 기계공학 학위를, 스븐(Sven)은 난양 이공대학 NTU에서 생물 과학 학위를 받았다. 이들은 2012년부터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농장의 스마트 농업 인프라에 필요한 각종 센서 등을 개발하는데 일조했다. 이후 싱가포르의 식품 생산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만들기로 결심한 후 아치센을 설립했다.

출처: 아치센(Archisen)

이 회사는 싱가포르의 실내 수직 농업 중 가장 앞선 기술과 높은 생산량을 자랑한다. 근거리 재배 솔루션 개발과 운영을 통해 싱가포르 내에 연간 100톤 정도의 신선한 채소를 공급 중이다. 대형 마트들과 온라인 신선 식품 플랫폼,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에도 납품하고 있다. 아치센은 기존 농장보다 40배 높은 생산량을 거두며 싱가포르에서 가장 높은 수확량을 달성했다.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무려 50여 가지의 고품질 채소를 생산하는 덕분이다. 아치센의 전략을 3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농업 방식부터 재배종까지 현지화된 솔루션

빈센트와 스븐은 싱가포르의 토지와 노동력은 일반적으로 매우 비싸기 때문에 실내에서 재배하는 수직 농장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높은 마진의 작물에만 집중하기보단 현지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50종 작물에 집중하는 비즈니스 전략을 펼쳤다.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소비량이 높은 주요 식량을 우선 개발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과도 일치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주요 식량인 잎채소와 생선, 달걀 3가지를 자급 품목으로 우선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배조건 최적화로 생산성 극대화

아치센은 6년 전 사업 초기부터 전용 연구개발(R&D)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실내 농업 시스템의 생산성을 높이고 작물 수확량을 최적화하기 위함이다. 구체적으로 작물 레서피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각 작물의 성장 단계(발아, 생장 과실 단계)에 맞춰 조명 세기와 방사율을 조정하며, 습도·온도까지 각종 센서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운영 비용을 낮추기 위해 전력 효율성이 좋고 방사 방열이 낮으며, 수명이 긴 LED 광원을 사용했다. 이처럼 실험적인 재배는 연구개발 시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치센은 R&D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최적화된 제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실내 채소 재배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출처: 동아비즈니스리뷰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등 인근 기존 농가에서 수입해 들어오는 채소들과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 향후 재배와 수확에 활용할 로봇 또한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면적당 생산성이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 중이며 인건비에서도 50% 이상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선주문 방식을 통한 비용 감소&유기농 이미지

아치센은 싱가포르 인근 국가에서 국경을 넘어오는 기존 농가 제품들과 달리 싱가포르 국내에서 선주문 제작 방식으로 생산한다. 운송, 보관, 재고 관리, 작물 손실 등의 비용을 현저히 낮출 수 있었다. 또한 기존 농가들이 유기농 채소라고 판매하는 제품들까지 유기농 전용 농약을 사용하는 등 사실상 농약을 아예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아치센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무농약 채소(pestcide-free vegetables) 태그라인을 활용한 브랜딩으로 선호도를 높였다.

출처: 아치센(Archisen)

싱가포르 정부는 식품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펼치고 있다. 식품 관련 연구개발에 약 1,200억 원을 투자했고 농업 회사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도입 지원에 약 530억 원을 투자했다. 동시에 현지 문제점을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선정해 적극적으로 지원 중이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의 시장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인재들이 스타트업으로 몰리고 있다. 푸드 테크는 전 세계적인 미래 산업으로도 꼽히는 만큼, 싱가포르에서 농업 테크 시장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313호

필자 권혁태

정리 이한규 박은애 ㅣ 디자인 김경수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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