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직, 여자라서 도전하기 두려운가요? 성별이 아닌 나의 적성을 들여다 보세요

조회수 2020. 12. 8. 23: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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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멘토님. 졸업을 앞둔 4학년 멘티입니다. 얼마 전 담당 교수님께서 제약 회사 쪽으로 취업 준비를 해보는 게 어떻냐고 추천해 주셨습니다. 친화적인 성격이 영업직과 잘 맞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 말씀을 듣고 영업직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다만 영업에 관해 무지해도 너무 무지하네요.


제가 알고 있는 정도는 회사가 B2B 기업인지, B2C 기업인지에 따라 주 영업고객이 달라진다는 점, 현장에서 직접 근무 해야 한다는 점뿐입니다. 또한, 여성으로서 영업은 힘든 점이 많다는 말도 얼핏 들은 터라 걱정이 앞서네요.


©️Brett Jordan

일하는 여성으로서, 영업 직무를 수행하고 계신 멘토님께 직접 직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현직에 몸담고 계신 분이 말하는 '영업이라 이런 직무이다' 또는 '영업직무를 맡게 되면 이러한 일을 수행해야 한다' 하는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그 외에도 편하게 해주고 싶은 조언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바쁘실 텐데 이렇게 긴 질문 남겨드려 죄송합니다. 질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멘티님처럼 저 역시도 현업에 오기 전까지는 어떤 직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라 많이 헤맸었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알아보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멘티님 질문과 함께 다른 멘티들이 영업직에 관련해 자주 물어보았던 부분 위주로 적어 보았습니다. 아래 답변은 어디까지나 제가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모든 영업직군 혹은 모든 제약회사에 대한 설명은 아니니 참고만 해주세요.


©️Brooke Lark

지금까지 저는요


제 프로필에서도 보셨겠지만 저는 국어국문학과/경영학과를 복수전공했던 인문대생이었습니다. 대학 시절엔 제약업계에 오게 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영업 직군에 지원하다 보니 현재 직장까지 오게 됐네요.

저는 대학 시절 수많은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동아리 활동을 했었습니다. 당시엔 막연히 그 활동들이 재미있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협업하는 게 좋았어요. 복수전공으로 택한 경영학과에서 마케팅, 영업 관리 관련 수업, 또 수많은 팀 프로젝트, 공모전에도 도전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요.


학점 이수 후 졸업 유예를 한 학기 하고, 졸업한 해의 4월에 첫 직장에 취직하기까지 약 8개월 정도는 취업 준비만 했던 기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 서류 탈락, 인적성 탈락의 고배를 수없이 마시면서 '서류를 쓸 때 직무 위주로 준비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체득했습니다.


취업 준비 초기에는 막연히 화장품 회사에 가고 싶어서 그쪽 업계에 목을 매고 지원했는데, '내 지원 방식이 잘못되었구나'를 깨닫고 나서는 직무를 영업직군으로 설정하고 수많은 업계, 수많은 회사의 영업직에 지원했습니다. 사실 수많은 대외활동과 공모전을 했음에도 인턴 활동을 안 했던 게 후회가 됐죠.


그렇게 제 첫 사회생활은 일본계 제약회사에서 시작됐고, 그곳에서 8개월 정도 대학병원 ETC 영업을 하면서 그곳의 수직적인 조직 문화,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당시 제 고민은 '내가 영업이 맞지 않는 것인지, 단지 이 회사가 나와 맞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였는데 퇴사를 고민하던 즈음에 현 직장 공고가 떠서 중고신입으로 지원을 했습니다.


'이번에도 해보고 영업이 안 맞는 것 같으면 다른 길을 다시 준비하자'는 생각으로 지원했는데요. 지금 회사에 와서 일해보니 제가 영업이라는 직무에 나름대로 잘 맞더라고요. 조직에서 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회사에 배울 점이 많은 좋은 선배, 리더들을 만나면서 이곳에서는 만 3년 가까이 일하고 있지요.


저는 이런 일을 합니다


저는 대학병원 피부과 교수님들을 상대로 전문의약품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약업계의 특수성 중 하나가 전문의약품은 대중 광고가 불가능하다는 것인데요. 그러다 보니 약제에 대해서 프로모션할 때 영업 사원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약제에 대한 정보 역시 저희가 직접 의료진께 전달을 하고요. 현재 저는 서울 일부 지역의 대학병원들을 거래처로 담당하고 있고, 제가 담당하고 있는 약제가 쓰이는 질환을 보시는 교수님들을 중심으로 찾아가 뵙고 있습니다.

영업 사원의 활동은 크게 콜(Call)과 제품설명회(Seminar)로 나눌 수 있습니다. '콜'이라는 뜻은 말 그대로 방문해서 뵌다는 이야긴데, 교수님과 따로 약속을 잡아 연구실로 방문 드리거나 외래가 시작되기 전, 또는 후에 병원에서 직접 뵙는 시간입니다.

세미나의 경우는 고객과 미리 약속을 하고 콜보다 더 긴 시간을 할애해 저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고객과 대화를 나눕니다. 규정에 따라 식사를 동반하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렇게 콜과 제품설명회를 통해 고객과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신뢰 관계도 쌓이고, 고객의 문의 사항에 대해 답변을 드리기도 합니다. 병원 내에서는 저희 약제의 담당자로서 약제과나 주사실, 간호사 등 병원 내의 다양한 분들을 만나는 역할도 합니다.


©️Avel Chuklanov

영업,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영업직은 장단점이 확실한 직무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영업직의 가장 큰 장점은 '스스로 주도적으로 일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직무'라는 겁니다. 저는 대학시절에 지금 하는 일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일들을 아르바이트 삼아 해봤었습니다. 한 번은 박물관 행정 업무였고, 한 번은 구청 사무 보조였어요. 그 일들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우 높은 집중력과 꼼꼼함을 요하는 일은 나와 맞지 않구나.'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는 일은 나한테 안 맞구나. 답답해서 죽겠다.'



'아이디어를 내고 적극적으로 일해보려고 해도 상사의 한 마디에 다 무산되는 조직 분위기는 나와 맞지 않는구나.'



'새로운 걸 도전하기보다 지금 현상을 유지하는 데 애써야 하는 업무는 나와 맞지 않는구나'

아무래도 제 성향이나 적성 상 성취감이 있는 직무가 맞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영업사원은 Sales를 내야 하는 사람입니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결국 이익을 내는 것인데, 영업직은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돈을 벌어오는 직무'라는 점에서 저는 성취감을 많이 느낍니다. 담당 거래처에서는 제가 사장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주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제 거래처에서의 활동에 대해 제가 주도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행동하게 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매니저, 마케팅, 선배들의 조언과 코칭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완전히 혼자 일한다고 할 순 없지만 내가 이루어야 할 목표와 결과가 숫자로 명확하게, 객관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책임감과 오너십이 필요합니다. 목표 지향적인 사람에게는 잘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내근직으로 일하는 친구들 얘기를 들어 보면 업무의 성격이나 범위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다 보니 다른 사람과 업무적으로 부딪히는 일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애써 이룬 일이 다른 사람의 성과로 돌려진다거나, 내가 잘못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의 실수로 어그러진다거나 하는 일들이요. 또한 어떠한 일을 해냈을 때에 그에 대한 객관적인 성과가 드러나지 않다 보니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상, 성취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영업직이 가진 장점이 저에게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 밖의 현실적인 것으로는, 거래처에 혼자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기 때문에 몸이 자유롭다는 점,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연봉이 높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단점으로는, 아무래도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보니 시시각각 다이나믹한 상황들도 많고, 성과가 안 나오거나 고객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좌절할 때도 있습니다. 또한 혼자 이동하거나 돌아다니는 시간이 많아 자유롭다는 점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어쩔 땐 그게 외롭게 느껴지기도 해요. 높은 연봉도 결국에는 이런 스트레스를 감내하고, 성과를 내기 때문에 받는 거라고 생각해요.


©️Sincerely Media

제약영업, 남녀의 경계가 없습니다


사실 저도 첫 회사에서 면접을 볼 때까지도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여자로서 힘든 업무는 아닐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흔히 '영업사원'하면 남자 직원들을 주로 떠올리곤 하니까요. 그 때 당시 면접 잘 봐놓고 입사를 포기할까 까지도 생각했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에요)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저도 멘티님과 비슷하게 경영학과에서 영업관리론을 가르쳐주신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 질문했었어요.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사람들 인식에 영업이 어떻게 박혀있을지 몰라도 기업에서는 직접 돈을 벌어 오는 직무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역할이다!'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 영업을 지원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저 역시 멘티님과 같이 교수님께 '제약회사 영업 면접을 보고 왔는데, 막상 가서 일이 너무 힘들까 봐 걱정된다. 여자라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질문했는데요. 제 멘토이신 교수님께서 해주신 답변을 간략히 옮겨볼게요.


"외국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업을 하기에는 수월할 것 같다(오리지널 약제 중심일 것이므로). 여성으로서 영업 중에 겪는 고충은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정말 영업을 해보고 싶은 것인지 여부다.
영업으로 입신하고 싶은 강렬한 의지가 있다면 대인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극복할 지혜도 터득하게 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사무직 중심의 다른 일들을 찾아보는 게 맞을 것이다."

제가 제약회사 영업을 한다고 했을 때 뜯어말리는 사람들도 있었고, 정말 좋을 것 같다며 꼭 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이렇게 상반된 조언들이 난무(?)했지만, 결국 결정권은 자신에게 있습니다. 겪어보기 전에 지레 겁먹고 도전해보지 않았더라면 저는 정말 크게 후회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첨언하자면 제약업계에 여자 영업사원들이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회사마다, 부서마다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규제가 많은 업계인 만큼 이전과 영업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라고 하더라고요. 자신과 잘 맞는 업무일지 많이 알아보시고, 고민해보시고 후회 없는 결정 하시기를 바라요.


제가 그동안 잇다에서 남긴 답변 중 일부는 콘텐츠로 만들어져서 멘티 님도 볼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 글들도 참고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추가로 궁금한 게 생기면 또 질문 남겨주세요.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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