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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8만원에 명품백 3개 빌려주니 15만명 몰린 회사

조회수 2020. 9. 18. 13: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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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사니? 나는 빌려 입는다..이제는 '패션 의류 렌털 시대'
25세~35세 직장인 여성들이 주로 이용
안 쓰는 옷·가방 맡기면 월정액권 공짜
‘테이스트 소비’ 즐기는 젊은층 덕분에 시장 전망 밝아

외국계 IT 회사를 다니고 있는 이수림(여·31)씨는 매주 들고 다니는 백이 바뀐다. 그녀는 ‘멀버리’ ‘샤넬’ ‘발렌시아’ 등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명품백만 골라 든다. 주변 사람들은 이씨의 가방 가격을 가장 궁금해한다. “이 가방 얼마야?”라는 직장 동료 질문에 이씨가 대답한다. “공짜.”


이씨는 소위 말하는 ‘금수저’가 아니다. 명품백을 자유자재로 바꿔들 수 있는 비밀은 따로 있다. 바로 ‘패션 의류 렌털 서비스’. “여자라면 가끔 명품백을 막 지르고 싶은 욕구가 샘솟을 때가 있잖아요. 그러다 보면 남는 건 ‘텅장(텅텅 빈 통장)’뿐이고. 하지만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면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합니다.”    

‘데일리룩’ ‘오피스룩’ 빌리는 젊은 소비자층 늘어

출처: 프로젝트 앤 제공
패션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 앤'은 지난해 12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왼쪽 사진), 올해 2월 영등포 타임스퀘어(오른쪽 사진)에서 각각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패션 의류 시장에 ‘렌털’ 바람이 거세다. 불황이 계속되고 공유 경제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의류를 소유하기보다 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별한 날 입는 웨딩드레스나 한복을 빌리는 일은 흔했다. 요즘은 ‘데일리룩’ ‘오피스룩’이라고 불리는 일상복을 빌리는 사람들이 많다. 늘상 출근 복장을 고민하는 25~35세 여성들이 ‘패션 의류 렌털 서비스’를 가장 즐겨 찾는다.


패션 의류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다. 상품을 소유하는 것보다는 한 번 써봤다는 ‘경험’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이를 ‘테이스트(Taste) 소비’라고 말한다. 짧은 사용 경험에 만족한다는 의미다. 굳이 옷을 구매하기보다 한 벌 살 값으로 여러 벌의 옷을 빌려서 일단 입어보는 게 낫다는 것이다. 테이스트 소비는 2030 세대에서 주로 나타난다. 불황이 계속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지는 젊은 세대가 테이스트 소비를 한다. 

‘프로젝트 앤’ 출시 8개월 만에 서비스 가입자 수 15만 명 돌파

이렇게 달라진 소비 패턴에 맞춰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패션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SK플래닛은 지난 2016년 9월 ‘프로젝트 앤(PROJECT ANNE)’을 선보였다. 출시 8개월 만에 서비스 가입자수가 15만 명을 돌파했다. 22일 현재 이용권 판매 누적 건수는 1만3000건에 달한다. ‘프로젝트 앤’은 의류부터 가방, 액세서리 등 150개 브랜드 3만여 상품을 구입해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즈세컨·오브제·세러머니’ 등 인기 브랜드 의류뿐만 아니라 ‘구찌·페라가모’ 등 명품 가방까지 골라 사용할 수 있다.  

출처: 프로젝트 앤 제공
소비자들은 '프로젝트 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월정액권과 1회 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다.

이용권 종류는 크게 두 가지다. ‘프로젝트 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한 달 정액권을 끊어 사용하거나 1회 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다. 한 달 기준으로 옷을 4벌(가방은 3개) 빌리면 이용금은 8만원, 8벌 빌리면 13만원이다. 1회권은 3만원인데, 열흘 동안 대여가 가능하다. 배송·세탁비는 무료, 빌린 옷이 마음에 들면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다.


‘프로젝트 앤’은 음악이나 영화 영역에서 소유보다는 즐기는 형태의 소비문화가 퍼지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김민정 SK플래닛 커머스이노베이션본부장은 “앞으로 패션을 미리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소비문화가 정착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용 고객들은 ‘다양한 옷을 입어볼 수 있다는 점’을 렌털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월정액권을 끊고 7개월째 이용하고 있는 회사원 김수안(여·31)씨. 김씨는 "‘렌털 서비스’를 통해 여러 가지 스타일에 도전해볼 수 있어서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기에 좋다”고 말했다.


“유행이 지난 옷들을 옷장에 모셔두고 살아왔다. 그 옷들이 참 의미 없다고 깨달은 순간, ‘옷을 더 이상 소유하지 않고 빌려도 된다’는 공유 개념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직장인 오지아(여·26)씨도 “5개월 동안 월정액권을 알차게 이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타트업 ‘더클로젯’, 고객 제품 ‘셰어’ 서비스 제공

스타트업 업체들도 패션 렌털 시장에 등장했다. ‘더클로젯(THE·CLOZET)’은 2016년 9월 영업을 시작한 명품 가방 온라인 렌털숍이다. 많은 의류 렌털 서비스 중 월정액권을 이용해서 명품 가방을 빌릴 수 있게 한 것은 ‘더클로젯’이 처음이었다.

출처: 더클로젯 제공
'더클로젯' 성주희 대표가 자사에서 대여 가능한 옷과 명품 가방을 들고 있다.

‘더클로젯’은 단순 렌털을 넘어서, 고객들이 사용하지 않는 가방이나 원피스를 업체에 위탁해 ‘셰어(share)’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체이다 보니 자금 상황 상 구입할 수 있는 상품 수는 정해져 있고, 고객 수요는 급증해 생각해낸 묘안이었다.


‘더 클로젯’은 월 7만9000원에 원피스 6벌 또는 명품 가방 3개까지 대여해 준다. 하지만 ‘셰어(share)’ 서비스를 잘만 이용하면 공짜로 옷이나 가방을 빌릴 수 있다. 고객들이 자신의 안 쓰는 가방 한 개를 맡길 때마다 월정액권 비용에서 3만원을 깎아주기 때문이다. 안 입는 원피스를 제공하면 한 벌 당 1만5000원씩을 월정액권 비용에서 빼준다.

출처: 더클로젯 제공
'더클로젯' 홈페이지에는 패션 의류 렌털 서비스를 이용 중인 고객들이 이용 후기를 활발하게 올리고 있다.

이수림(여·31)씨가 ‘공짜’로 매주 다른 명품 가방을 자유롭게 들고 다닐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씨는 180만원 상당의 프라다 토트백과 90만원 상당의 코치 백팩 등을 ‘더클로젯’에 내놓고 4개월째 월정액권을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직접 사용해 보고 나서 ‘이 가방은 살 만하다’ ‘이 가방은 사지 말아야 되겠다’ 판단이 서니까 오히려 사고 싶은 욕심이 줄었어요.” 이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패션 의류 셰어 서비스를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해외에선 이미 ‘패션 공유 경제’ 자리 잡아

출처: 렌트 더 런웨이 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미 미국·유럽·일본은 패션 공유 경제가 자리를 잡았다. 미국의 '렌트 더 런웨이'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 2016년에는 총 1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는 패션 공유 경제가 이미 자리를 잡았다. 특히 미국의 ‘렌트 더 런웨이’ 성장이 주목할 만하다. 2009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동기인 제니퍼 하이먼과 제니퍼 플라이스가 창업한 패션 렌털 업체로 2016년에만 총 1억달러(약 114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 회원은 600만 명이다. 이 회사의 성장세를 보고 의류 렌털 시장에 뛰어든 국내 스타트업이 많다. ‘더클로젯’ 성주희 대표도 그런 케이스다.

‘실리적 소비’ 지속돼 패션 렌털 산업 전망 밝아

전문가들은 패션 렌털 시장의 전망이 밝다고 평가한다. 경제적 불황은 계속되고 젊은 층 소비자들은 보다 합리적인 소비 생활을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현주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굉장히 실리적인 소비를 한다"며 "업체가 옷 관리나 대여 기간 등의 서비스 질을 잘 개선해 나간다면 앞으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글 jobsN 박가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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