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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품고' 30살에 이룬 꿈..제가 '나야나' 작곡가입니다

조회수 2020. 9. 24. 01: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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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세곡 '나야나' 만든 대세 작곡가 라이언전
엑소·레드벨벳·워너원 대세 아이돌 작곡가
서른 살 때 이룬 '작곡가' 꿈
"목표물을 제대로 겨냥해 노력하세요"

‘오늘밤 주인공은 나야나’. Mnet ‘프로듀스 101(이하 프듀)’ 시즌2 주제곡 ‘나야나’는 2017년 대표곡이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프듀’ 성공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 곡을 만든 이는 라이언 전(Ryan Jhun·38). 대중이 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라이언 전은 케이팝 팬 사이에선 이미 유명인사였다. 2009년 이효리를 모델로 한 현대자동차 광고음악으로 데뷔했다. 2010년 이효리 4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타이틀곡 ‘치티치티뱅뱅’을 포함 6곡이 그의 작품이었다. 신인 작곡가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후 샤이니 ‘루시퍼’, 엑소 ‘Love me Right’, 태연 ‘아이’, 레드벨벳 ‘덤덤’, 샤이니 ‘뷰’를 작곡했다. K팝 대표 작곡가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가 만드는 곡은 ‘독특한데 자꾸 듣고 싶다’라는 평을 받는다.

출처: jobsN
작곡가 겸 프로듀서 라이언 전. 본명은 전세원. 세상의 근본이자 시작이 되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가 작곡가 꿈을 이룬 나이는 서른 살. 여러 직업을 거치며 20대를 보냈다. 스무살 때부터 휴대폰·모자·쥬얼리 판매점, 물류 창고, 식당, 발렛 파킹 아르바이트를 하며 음악 공부를 했다. 자동차 영업사원, 클럽DJ, 치킨사업을 한 적도 있다. 먼 길을 돌아 온 것이다. 서울 청담동 에이팀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작곡가 겸 프로듀서 라이언 전을 만났다.


파란만장한 20대 시절


진주에서 태어나 6살 때부터 부산에서 자랐다.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등이 대한민국 음악계 한 획을 그은 90년대 초반. 한국 대중음악은 라이언 전의 마음을 훅 치고 들어왔다. 카세트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음악을 들었고 각종 악기와 기기를 독학했다.


1996년 엔지니어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 뉴욕으로 이민갔다. 록·힙합·R&B 등 다양한 음악을 접했다. 방과 후 음반가게에서 살다시피했다. 작곡가를 꿈꾸며 대학에서도 음악을 전공하려 했다. “버클리, NYU 음대 등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어요. 하지만 부모님이 반대했습니다. 음악하면 딴따라고, 먹고 살기 힘들다 하셨죠. 억울하고 서러워 집을 나왔습니다.” 

하지만 맘 속에 음악을 하고픈 열망은 남아있었다. “2007년 DJ를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동료에게 남들보다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고 칭찬받았어요. 낮에는 치킨 팔고 밤에는 디제잉을 했습니다. DJ를 하면 할수록 ‘내 곡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곡가 꿈을 이루고자 여러 음반사에 작곡한 노래를 보냈다. 하지만 문턱은 높았다. “한 회사 앞에서 12시간 기다린 적도 있어요. 인종차별 받고, 제 곡을 뺏긴 적도 있습니다. 어느날 통장을 보니 잔돈이 없더라구요. 작곡가 되겠다고 한지 8개월 만이었죠.”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난 그는 결혼한 동생, 지인의 집, 지하철을 전전했다. “더이상 안되겠다 싶었죠. DJ로 일하며 1200달러(약 135만원) 정도 모아 한국행 티켓을 끊었어요. 200달러 남았습니다.”

”날카롭게 칼을 간 세월 덕분에 성공”


14년 만에 밟은 한국 땅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미국에서 왔다는데 고향인 부산 사투리를 쓰니까 ‘사기꾼’ 같았대요.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소리도 듣고... 40~50군데 데모곡을 넣었는데 당시 에프엑스 매니저였던 SM 이성수 이사가 연락을 주셨어요. 같이 미국에 가서 제가 작업했던 스튜디오를 보여드리고 그동안 만든 곡을 들려드린 뒤 계약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를 미심쩍어 하는 이들도 곡을 들으면 반응이 달라졌다. 이효리 매니저에게는 8~9번을 거절 당했다. 그렇지만 결국 이효리 앨범에 5곡이나 넣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그는 “당시 꿈을 어떻게든 이루고 싶어 독을 품고 작곡했다”며 “독하게 칼을 간 덕분에 나오는 곡마다 족족 썰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2009년을 기점으로 유튜브를 타고 케이팝이 해외에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그가 만든 곡도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었다. 그를 무시했던 미국 작곡가들도 그에게 같이 일하자며 연락을 한다. 고생 끝에 꿈을 이뤘지만 다음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 잠시 방황하기도 했다. “2013, 2014년 곡이 별로 없어요. 슬럼프였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그 다음은?’ 이런 생각이었어요. 그러다 저와 같이 곡을 만드는 동료, 후배들을 보면서 힘을 얻었죠.”


지금까지 100여곡을 만든 그는 저작권료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저작권료에 대한 환상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다른 작곡가분들처럼 수십, 수백억을 벌진 않아요. 저를 찾아주는 것 만으로 감사합니다.”


그가 참여한 엑소 앨범 판매량을 모두 합치면 700~800만장 정도다. 미국에서 활동했다면 대궐 같은 저택에 사는 부자가 됐을 것이다. 우리나라 ‘저작권료’는 크게 멜론·벅스 같은 음원 유통사(40%), SM·CJ E&M 같은 음반 제작사(44%), 작곡·작사가인 저작권자(10%), 가수·연주자인 실연자(6%)가 나눠 갖는다. 요새는 다운로드보다 스트리밍(실시간 재생)하는 사람이 많다. 스트리밍 가격은 다운로드 가격 50분의 1 수준이다. 1곡 다운로드 가격은 보통 600원, 스트리밍은 1곡당 12원이다. 한달 무제한 스트리밍 가격은 절반 이상 뚝 떨어진다.

출처: VAV 공식 홈페이지
아이돌그룹 VAV. 라이언 전이 총괄프로듀서로 있는 에이팀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목표를 제대로 겨냥해 노력하라"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뚝딱 곡을 만드는 ‘천재’는 아니다.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곡에 ‘장치’를 둡니다. 시대 흐름을 분석하고 사람들이 듣고 싶어할 만한 비트와 멜로디를 생각해요. 기승전결도 중요합니다. 남들은 사랑, 이별 같이 감정 변화가 큰 상황에서 좋은 곡을 쓴다지만 저는 감성적일 때 오히려 곡을 못써요.


어디서 들어본 적 없는 혁신적인 곡은 더이상 없다고 봐요. 음악도 패션처럼 주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주기를 한발짝 앞서 나가려고 노력해요.”

출처: 라이언 전 인스타그램.
많은 지망생이 그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직접 찾아와 '어떻게 작곡가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일일히 답변할 수가 없어 지망생을 한꺼번에 초대해 만날 때도 있다. "20대 때 작곡가 꿈을 이루기 위해 여러 음반사 문을 두드렸지만 저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어요. 그때 '저는 성공하면 절대 나 같은 사람들을 외면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제게 찾아오는 친구들 절대로 문전박대 안해요."

라이언 전은 100명이 넘는 신인·프로 작곡가가 모인 팀 마켄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고 있다. 또 아이돌 그룹을 키우는 기획사 에이팀엔터테인먼트 대표이기도 하다. 아이돌 그룹 VAV가 소속가수다. “이전에는 곡만 잘 만들면 됐다면 이젠 남의 꿈을 이뤄줘야 해요. 부담이 크죠.”


그를 보며 작곡가를 꿈꾸는 친구들이 많다. “저 같이 별거 없는 사람도 하는데 왜 여러분이 못하겠어요. 그러나 무조건 노력한다고, 24시간 건반 앞에 앉아있는다고 꿈이 현실이 되진 않아요. 공중에 총알을 많이 쏜다고 명중하진 않잖아요. 과녁을 정확히 맞히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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