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 중퇴하고 3년제 대학 입학..국가고시 전국수석했습니다
제46회 임상병리사 국가고시 전국수석 이승민(24)씨
사범대 다니다 적성 찾아 임상병리과 신입학
수석 비결은 꼼꼼한 예⋅복습
‘인체로부터 나온 혈액, 소변, 체액, 조직 등의 검체를 살펴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 임상병리사가 하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자연과학에 대한 흥미와 하나의 현상을 끈질기게 탐구하는 정신력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임상병리사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고용정보원(2016)이 내놓은 ‘중장기 인력수급 수정전망 2015~2025’를 보면 임상병리사 수는 2015년 24만5000명에서 2025년 29만5000명으로 5만명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임상병리사가 되기 위해선 전국 3년제, 4년제 대학교 임상병리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일 년에 한 번 실시하는 임상병리사 국가자격증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실시한 제46회 임상병리사 국가고시 전국수석 합격생인 이승민(24)씨로부터 임상병리사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을 들어봤다.
임상병리사 국가고시 수석 비결? ‘벼락치기 NO’
이 씨는 지방 사범대를 다니다가 대구보건대 임상병리과에 신입으로 입학했다. 졸업을 앞둔 2019년 1월에 치른 임상병리사 국가고시에는 전국 52개 대학에서 2927명이 응시했다.
-임상병리사는 어떤 일을 하나.
“쉽게 말해서 채혈이나 소변 검사 등을 통해 결과물을 분석하는 일을 한다. 의사들은 임상병리사가 낸 결과물을 토대로 진단을 내린다.”
-임상병리사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임상병리과가 있는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2019년 2월 현재 임상병리학과를 둔 학교는 전국 4년제 대학교 26곳, 3년제 대학교 26곳 등 총 52곳이다.) 임상병리과를 졸업한 사람에 한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주관하는 국가면허 시험을 볼 수 있다."
-국가고시는 어떤 일정으로 치르나.
“시험은 일 년에 한번 볼 수 있다. 시험 당일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2시쯤 시험을 마친다. 총 3교시로 진행하는데 1,2교시는 필기시험이고 마지막 순서인 3교시는 실기로 치러진다. 혈액 사진 등을 보고 분석하는 실기시험의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합격률은 매년 다르지만 평균 70%대인 것으로 알고 있다.(이 씨는 280점 만점에 276점으로 수석을 차지했다.)”
-시험은 어떻게 준비했나.
“국가고시는 문제은행식이라 대비만 철저히 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물론 새로운 문제도 나오지만 대부분 3년 동안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 안에서 시험 문제가 나온다. 하지만 과목 수가 서른 개 정도로, 만만치 않은 양이다."
-전국 수석을 한 비결이 있다면.
“특별한 비결은 없다. 1학년부터 3년 동안 서른 개 정도 되는 과목을 배워 나간다. 벼락치기는 가능하지 않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 시험 범위라 결국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수업 전후로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했다.(이 씨는 평점 4.5점 만점에 4.5점을 받아 수석 졸업했다.) 시험을 앞두고 교수님들이 1학년 때부터 배운 내용을 특강 형식으로 정리해준 것도 도움이 많이 됐다. 모의고사를 보고 나서 대부분 점수만 확인하고 마는데, 틀린 문제를 복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
대학병원부터 국공립기관까지…취업 범위 넓어
-임상병리사가 되면 주로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나.
“임상병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대학병원이나 국⋅공립 보건 관련 기관, 생명과학 연구소, 과학수사연구소, 제약회사 등에서 근무한다. 보건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공무원으로 일 할 수도 있다.”
-신종플루 감염 확산을 막는 데 임상병리사들의 노고가 컸던 것으로 안다.
“그렇다. 신종플루 검사는 면봉으로 코 안쪽을 닦아 체취한 검체물을 검사한다. 환자들에게 생긴 병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 역할이다. 기본적으로 질병 원인을 찾고 진단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지만 질병을 예측해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에도 임상병리사가 필요하다. 병원에서 하는 혈액검사부터 범죄현장에서 지문, 혈흔 등을 검사하는 일까지 한다. 제약회사에서 약물을 연구하는 일에도 참여할 수 있다.”
-통상 대학병원에 임상병리사는 몇 명 정도 근무하나.
“대구 소재 대학병원에 임상병리사만 10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규모가 큰 병원 중 200명 정도까지도 일하는 곳도 있다. 같은 임상병리사라고 해도 업무는 세분화해 담당한다.”
사범대 다니다 임상병리과 진학한 이유는 ‘적성’
-사범대에 다녔다고 들었다.
“성적에 맞춰 지방 사범대를 들어갔는데 적성에 맞지 않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뭘까 계속 고민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생물, 화학 과목을 정말 좋아했다. 다른 과로 전과를 시도했지만 결국 잘되지 않았다. 내가 좋아했던 과목과 연관 있는 직업을 찾아봤고 임상병리사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자퇴하고 보건대에 신입으로 입학했다.”
-사대를 포기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나.
“임상병리학과 합격통지서를 받고 나서 부모님께 편지를 썼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쭉 설명을 드렸더니 반대하시던 부모님께서도 마음을 돌리셨다.”
-수많은 직업 가운데 왜 임상병리사였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미래가 보장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사대에 들어가긴 했지만 교사라는 직업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생물을 좋아해서 생물학과 진학도 생각해봤지만 졸업 후를 생각하면 막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임상병리는 내가 좋아하는 과목도 밀접한 학문이고 환자의 병명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본인처럼 다른 학교를 다니다 입학하는 경우가 주변에 있나.
“꽤 많이 봤다. 후배 한 명은 4년제 대학 영어영문학과를 다니다 신입으로 입학했다. 다른 과에서 공부를 하다 전과한 친구들도 있다. 이쪽으로 오는 가장 큰 이유는 졸업 후 비교적 안정적으로 취업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인 것 같다.”
-미래 임상병리사로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미국임상병리사 자격증(MLT)에 도전하고 싶다. 대학 3학년 방학 때 학교에서 진행한 해외어학연수 프로그램에서 우수학생으로 선발돼 호주 뉴캐슬대학교 랭귀지스쿨 과정에 참여던 적도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서도 임상병리사로 활동해보고 싶다.”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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