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가격의 반의반, 젊은 여성인들 사이에서 난리난 슈퍼

조회수 2020. 9. 18. 15: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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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나와 슈퍼 차린 남자..젊은 여성 직장인 유혹한 그의 비결
사무실 속 저가 편의점 고래슈퍼
마시는 그래놀라 반끼, 생리통 완화 밴드로 인기
네이버·티켓몬스터 출신 창업

외국에서 인기가 검증된 아이템. 쉬워 보이지만 의외로 만만찮다. 지역 별로 소비자 니즈가 다르고, 사업 환경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호기롭게 창업했다가 쓴 물만 들이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하고 직장인 취향저격 아이템 회사를 차린 정영준 그레이웨일 대표를 만났다.


사무실 간식 ‘고래슈퍼’


그레이웨일은 직장인 중에서도 젊은 ‘밀레니얼’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다. 이들이 좋아할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서, 맞는 제품을 찾아낸 뒤 다양한 수단으로 홍보하고 판매한다. 적당한 제품이 없으면 자체 개발도 한다.

출처: 그레이웨일 제공
한 스타트업에 설치된 고래슈퍼에서 직장인이 간식을 고르는 모습

젊은 직장인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한다. 최근 시작한 사무실 간식 서비스 ‘고래슈퍼’가 대표적이다.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해, 해당 기업 사무실에 무인 간식 판매대를 설치하는 것이다. “대부분 기업이 사무실에 간식을 비치하고 있는데요. 관리 직원을 둬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점이 많습니다. 고래슈퍼를 설치하면 수고를 덜 수 있죠.”


회사가 기존에 공짜로 간식을 구입하던 비용으로 가격 일부를 부담하는 구조다. 편의점에서 1천원 훌쩍 넘는 걸 몇백원이면 살 수 있다. “판매 가격이 시중가 절반 이하에서 형성됩니다. 직원은 다양한 간식을 싼 값에 즐길 수 있고, 회사는 간식을 공짜로 비치하면서 무분별하게 낭비되거나 버려지는 걸 줄일 수 있습니다.” 실시간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인기 많은 간식은 늘리고, 팔리지 않는 제품은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는 등 탄력 대응을 하고 있다.


-원래 공짜로 먹던 직원은 불만이 있지 않을까요?

”가만히 보면요. 사무실 간식. 일부 먹는 직원만 먹습니다. 일괄적으로 비치하는 간식이 모든 입맛을 만족시킬 수 없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사다 먹는 직원이 많습니다. 만족도 조사를 해보니 이런 직원은 물론 공짜 간식을 즐기던 직원도 얼마간 부담하면서 다양하게 먹는 걸 선호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일본 출장 다니면서 일본 기업 사무실 구경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큰 회사는 큰 회사대로, 작은 회사는 작은 회사대로 사무실에서 간편하게 식사와 간식을 해결하는 시스템이 잘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외주 주는 곳이 많더라고요. 식품회사 ‘그리코’가 운영하는 ‘오피스 그리코’가 대표적인데요. 일본 전역에 15만대 정도 판매대를 설치해, 연간 500억원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이나 편의점 등 다른 서비스 업체도 많이 있습니다. 한국이 일본과 근무 환경이 비슷한데, 우리는 아직 이런 서비스가 없잖아요? 한국식으로 도입해보자. 만들게 됐습니다.”


식사를 대신할 수 있도록 컵라면, 컵밥 등으로 제품 구성을 다양화하고 있다. “국내 도시락 시장이 연 3조 6000억원 정도 됩니다. 편의점 도시락만 연 4000억원이구요.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폭염 같은 악천후가 발생할 때 고래슈퍼가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출처: 그레이웨일 제공
고래슈퍼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정영준 대표

한놈만 성공시킨다


그레이웨일은 ‘미디어 커머스’도 한다. 기존 유통업체와 홍보와 판매 방식에 차이점이 있다. 기존 유통업체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수많은 종류의 상품을 쌓아놓은 뒤, 소비자가 찾아와 구매하도록 한다.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찾아오도록 쇼핑몰 자체를 홍보하는 데 공을 들인다.


반면 미디어커머스는 몇몇 품목만 판매한다. 제품 영상·이미지를 만들어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등 미디어에 유포한다. 쇼핑몰 브랜드는 알리지 않고, 제품 홍보만 한다. 제품을 반복 노출하다 보면 제품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게 되고, 유튜브 영상 등에 딸려 있는 바로가기를 통해 제품 구매를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 자체 쇼핑몰 없이 기존 오픈마켓을 활용한다. 오픈마켓에 제품을 올려놓고, 바로가기로 연결해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다.


마시는 그레놀라 ‘반끼’가 그레이웨일의 대표 상품이다. 그레놀라, 우유 파우더, 선식, 단백질 분말, 비타민 등을 섞은 것이다. 물을 넣어 흔들면 마실 수 있는 그레놀라로 변신한다. 우유에 탄 시리얼과 맛이 비슷하다. “시리얼 시장에서 건강을 생각하는 그레놀라가 대세가 되고 있는데, 그 트렌드를 반영했습니다. 우유 분말을 넣어 맛과 영양을 함께 잡았죠.” 개당 가격은 2900원. 딸기맛도 있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제품을 알리고 있으며, 고래슈퍼에서도 판매한다. 젊은 여성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고래슈퍼도 그렇고 식품이 주된 승부처네요.

“커머스 시장 흐름을 보면 주류가 처음 뷰티에서 시작해 생활용품을 거쳐 식품으로 넘어 옵니다. 식품이 접근하기 까다롭고 수익률이 낮아 쉽게 진입하기 힘들지만, 시장 규모가 원체 커서 시장이 성숙하면 결국 식품이 주류가 되거든요. ‘어차피 주류가 될 분야에서 승부를 보자’ 결정했습니다.”

출처: 그레이웨일 제공
반끼 홍보 이미지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해야 효과적인가요?

“복잡하면 안됩니다. 제품 알리겠다고 온갖 장점 다 집어 넣고 이미지도 여러 장 쓰는 분들이 있는데요. 오히려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 몇 가지만 반복해서 노출하는 게 좋습니다. 더불어 제품 패키지도 가급적 심플하면서 재밌게 해야 합니다. 우리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반끼를 드시는 분들을 겨냥해 제품 라벨에 ‘고생 끝에 치킨 온다’ 같은 문구를 넣습니다. 깔끔하면서 위트 있어야 핸드백에 넣고 다니거나 책상에 올려둘만한 물건이 되거든요. 그래야 고객 일상에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젊은 여성 직장인을 겨냥한 ‘톡투허’ 브랜드도 출시했다. 톡투허 이름으로 여성의 일상을 케어하는 제품을 줄줄이 내놓을 예정이다. 다양한 여성 용품 회사와 제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품을 발굴하면서, 제품 별로 투자나 공동개발도 적극 타진하고 있다. “한 브랜드 아래 좋은 제품이 뭉쳐서 가치를 높이는 겁니다. 우산 살이 모여 하나의 근사한 우산을 만들듯, 여러 제품이 한 데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거죠.”


톡투허 첫 아이템은 생리통 완화 ‘밴드’다. 반창고 모양의 밴드를 몸에 붙이면, 미세한 당김 작용이 틀어진 골반과 근육을 잡아주고 혈류를 개선시키는 효과를 낸다. “운동 선수들이 근육통 완화를 위해 테이핑하는 것과 원리가 같아요. 정해진 위치에 정해진 모양대로 밴드를 붙이면 생리전 증후군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미 독일에서 효과가 검증돼 널리 쓰이고 있는데요. 국내 들여와 70명 체험단을 구성해 리뷰를 받아 봤더니 ‘약 먹을 때는 내성 생기는 것도 같고 거부감이 있었는데, 밴드는 약이 아니니 거부감이 적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효과가 좋아 ‘8년 만에 약에서 탈출했다'는 리뷰도 있었어요. 기대가 큽니다.” 툭투허 역시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반복 노출하고 있다.

출처: 그레이웨일 제공
톡투허 홍보 이미지

네이버·티켓몬스터 경력


정 대표는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 출신이다. 마케팅과 고객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으면서, 네이버앱, 네이버지도앱, 네이버웹툰앱 등 네이버의 대표 모바일앱 출시 작업에 참여했다. “신규 서비스 광고 캠페인 작업 같은 걸 진행하면서 전체 방향 잡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일종의 PD 역할이죠. 당시 제가 ‘화전민’ 같단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신규 서비스 TF가 맨땅 일구는 거랑 비슷하거든요.”


네이버를 나와 소셜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의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직원 100명일 때 들어가 1300명일 때 나왔으니 초반 성장 과정은 다 지켜본 셈이죠.” 매스 브랜드 마케팅을 맡아, 마케팅 작업을 지휘했다. 티켓몬스터를 나와서는 ‘영단기’ ‘공단기’로 유명한 교육업체 ‘ST유니타스’의 대규모 PR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도 있다. “뭔가 새로운 일을 벌이는 걸 주로 했습니다. 신규 프로젝트가 제 브랜드인 셈이죠.”


네이버와 티켓몬스터 재직 시절 경험이 지금 사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마케팅이 기본적으로 소비자를 집요하게 공략하는 일입니다. 성공하려면 공략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실행해야 하죠. 그 기술을 네이버와 티켓몬스터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창업을 위한 감을 키웠던 것 같습니다. 인맥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당시 동료들이 사업 파트너로 많이 건너와 있기도 하구요.”

출처: 그레이웨일 제공
그레이웨일 임직원들. 맨 왼쪽이 정영준 대표

성공의 조건


-미디어 커머스가 아직 생소한데요. 일하는 게 어떤가요.

“요즘 미디어 커머스 보면, 티켓몬스터에서 일하던 시절의 소셜 커머스 초창기 느낌이 나요. 그만큼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죠. 이렇게 커지는 시장에서 일하는 게 좋습니다. 재밌구요.”


좋은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홍보와 판매를 맡아, 수익을 키워 공유하는 것이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콜라보를 진행했어요. 영상 찍고 미디어에 유통시켜 판매를 늘려주는 거죠. 추가 창출된 수익을 공유합니다. 비용 대비 300% 수익률을 낸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에는 ‘레드엔틀러’ 같은 성공한 브랜드 컨설팅 업체가 많다. 기업 브랜드와 제품을 알려주고 회사 지분을 받거나 판매 수익을 나눠 갖는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 창업자들은 지분 나눠 갖는 데 거부감이 있고, 마케팅이나 브랜딩에 대한 인식이 낮아 한계가 있다. “아직까진 수익 쉐어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는데요. 언젠가 훌륭한 파트너를 만나 좋은 선례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자리 잡으면 의뢰하는 스타트업이 늘 것이고, 그에 따라 좋은 성과가 생기는 선순환이 형성될 수 있을 겁니다.”

출처: 그레이웨일 제공
사업 모델을 발표하고 있는 정영준 대표

-앞으로 과제는 뭔가요.

“결국 자체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티켓몬스터 같은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모두 자체 플랫폼을 갖고 있습니다. 한번 유입된 고객이 플랫폼 내 머물며서 다른 소비로 이어질 수 있죠. 반면 미디어 커머스는 미디어에 세들어 사는 셈입니다. 한 번 들어온 고객을 계속 붙들어 두기 어려운 환경인 거죠. 결국엔 어떻게든 자체 채널을 키워야 합니다.”


-스타트업 성공 요건이 뭐라고 보세요.

“행동력과 좋은 멤버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영상, 마케팅, 제품기획, 콘텐츠 제작 등 업무 별로 최고의 프로들로 팀을 구성했습니다. 이전 직장들에서 합을 맞춰본 사람 중 최고만 불러 모았죠. 하지만 결국엔 대표 스스로의 경쟁력이 중요합니다. 회사 성장속도는 대표 개인의 성장 속도에 연동됩니다. 대표가 새로 알아가는만큼 회사도 성장하는 거죠. 대표 스스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이 되지 않는다면, 좋은 사람을 영입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사람을 귀중하게 쓰는 문화를 만들고, 대표 스스로 매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사람을 부를 수 있습니다. 이마저도 못하면 대표의 작은 역량, 딱 거기까지만 성장하는 데 그치고 맙니다. 좋은 CEO가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글 jobsN 박유연

은행권청년창업재단 D.C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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