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일하는 영웅이 비정규직이었다니..
40kg 호스 끌고 산에 올라 산불 진화
밤새면서 불끄지만 정규직 아닌 계약직
40kg 호스 끌고 산으로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는 산림청 산하 국유림관리사무소 소속이다. 산림청이 산불 및 산림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16년 시범 도입을 거쳐 2018년 설립했다. 산은 지형 특성상 기존 소방인력과 소방 헬기, 차량 등 장비가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현재 총 특수진화대 대원은 435명이다. 전국 각 국유림관리사업소별 10명~20명이 상주한다.
이들의 임무는 산불진화다. 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국·사유림 구분 없이 현장에서 투입된다. 10명이 한 조를 이뤄 무게 40kg, 길이 50m 호스를 직접 들고 산으로 들어간다. 깊은 산속에서 불이 날 경우에는 1km의 호스를 연결하기도 한다. 소방헬기가 있지만 숲이 울창해 작은 불씨까지 모두 진화하기는 어렵다. 이것을 특수진화대가 산불 진화에 맞게 고안한 장비와 진화법으로 불을 끄는 것이다. 작은 불씨도 남김없이 진화할 때까지 산속에 있어야 한다. 김밥처럼 가벼운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밤을 새우고 불을 끄러 뛰어다닌다. 그렇기 때문에 소방대원처럼 방독면을 쓸 수가 없다. 산에서 무거운 장비를 들고 뛰면서 불을 끄면 숨이 차기 때문이다.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로 일하려면 각 국유림관리사업소에서 올리는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면 된다. 서류 심사, 체력 검정을 거쳐 선발한다. 체력 시험에서는 팔굽혀펴기·윗몸일으키기·100m 달리기·1000m 달리기·모래주머니(30kg) 나르기(50m) 5가지 종목을 평가한다. 체력 좋은 사람을 우선선발하기 때문에 5종목 중 하나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탈락이다.
채용과정을 거쳐 뽑히면 주 5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근무한다. 산불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하고, 출동하지 않을 때는 산불 진압 장비를 정비하거나 체력 훈련을 한다. 홍수·산사태 등 다른 재난을 대비해 시설물을 정비할 때도 있다. 근무시간이 아닌 늦은 밤이나 주말에 불이 날 때도 출동한다. 전 대원 모두 비상 출동을 하는 것이다.
일당 10만원 단기계약직
산불이 나면 밤·낮, 평일·주말할 것 없이 최전방에 나서는 영웅이지만 처우는 열악하다. 특수진화대 대원은 대부분 기간제다. 전국 435명의 대원 중 정규직은 160명, 기간제는 275명이다. 반 이상이 단기계약직이라는 말이다. 설립 초기에는 모두 10개월 단기계약직이었다. 당시 고령자가 많고 매년 인력이 바뀌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항상 제기됐다. 또 전문성과 노동력을 요하고 위험한 일인 반면 처우가 열악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권오덕 서울국유림관리소 특수진화대장은 과거 jobsN과의 인터뷰에서 "일당 10만원을 받는다.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면 초과 근무한 시간만큼 수당과 휴가를 준다”고 말했다. 다른 국유림관리소 관계자 역시 “특수진화대는 김밥 같은 거 먹으면서 산속에서 밤을 새우고 해 뜨면 또 물 호스를 끌고 다닌다. 넓은 밭에 호스 끌면서 농약 주는 사람의 일당이 15만원이 넘는다. 특수진화대는 이름만 거창하지 죽을지도 모르는 일 시켜놓고 일당 10만원 주는 비정규직 일자리”라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어지는 지적에 산림청은 특수진화대 규모를 늘리고 정규직 전환 방안은 모색하기로 했다. 그 결과 16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올해 특수진화대 정규직 운영 성과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과가 나오면 예산당국과 협의한 뒤 남은 인원의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다만 정규직은 만 60세 연령 제한이 있어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대원도 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특수진화대 대원은 "우리를 알아주지 않아도 좋다. 다만 국민의 안전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하는 만큼 그에 합당한 처우를 해주면 좋겠다. 우리는 언제나 산속으로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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