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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마음을 적시는 상냥한 재즈 트리오

조회수 2020. 10. 27. 17: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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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레인

젠틀레인

안녕하세요. 젠틀레인 여러분.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덕원 : 안녕하세요. 젠틀레인의 리더이자 프로듀서이며 드럼을 맡고 있는 서덕원입니다.


김호철 : 만나서 반갑습니다. 레전드매거진 구독자 여러분. 베이시스트 김호철이라고 합니다.


최한글 : 처음 뵙겠습니다. 6집 앨범부터 젠틀레인의 멤버가 된 피아니스트 최한글입니다.


젠틀레인이란 어떤 팀인가요?


2004년에 결성된 젠틀레인은 ‘서덕원 트리오’에 전신을 두고 있습니다. 여타 재즈 밴드가 그러하듯 ‘김 씨 트리오’ 나 ‘최 아무개 콰르텟’이라 이름 짓기보다 공통된 구심점 역할을 하는 하나의 팀명이 있으면 더 깊게 결속을 다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 고민 끝에, 루이스 본파(Louis Bonfa)의 라틴재즈곡 「Gentle Rain」의 멜로디나 분위기가 팀이 추구하는 이미지와 일치하여 ‘젠틀레인’이라 이름 짓게 되었습니다.


젠틀레인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이미지답게 ‘편하되 가볍지 않은 음악’이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스탠다드 재즈, 비밥, 라틴, 퓨전, 클래식, 팝 등 우리 주위에 있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젠틀레인의 어법으로 해석하고 연출하여 젠틀레인만의 재즈를 연주하는 밴드입니다. 2005년에 발매한 1집 정규앨범 《Into The Gentle Rain》부터 6집 《Sunlight》까지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지난 3월, 4년여의 정적을 깨고 6 집 앨범 《Sunlight》를 발매하셨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진행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거 같아요.


《Sunlight》는 작년 가을부터 앨범 구상을 시작하여 2월 초에 녹음을 마쳤습니다. 그런 뒤 남은 기간 동안 마무리 작업에 매진하여 3월 11일에 앨범이 발매되었고 4월에 쇼케이스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녹음을 준비할 때부터 조짐을 보이던 코로나 사태가 공연을 대비할 무렵에는 걷잡을 수없이 커져버려서 공연을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연을 계획하고 연기되기가 수차례, 8월에 예정되었던 공연마저도 결국 취소되어 유통 및 홍보를 담당하는 ‘지누락엔터테인먼트’에서 골머리를 썩고 있으며, 저희도 새로이 앨범을 발매하며 구상한 계획이 대폭 축소돼서 아쉬움이 큰 상황입니다. 거듭된 연기 끝에 젠틀레인의 6집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은 10월 31일 ‘오디오 가이’에서 스튜디오 라이 브와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재즈 밴드가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는 다른 장르에 비해 한정적인데 그마저도 저희 뜻대로 할 수 없는 데다가, 개인적인 문제만이 아닌 모든 음악인, 나아가서 문화예술계 전체가 침체되어있는 현실이라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앨범을 발매한 지 반년 가까이 지나고 있는데 첫 단추를 꿰지 못해 답답함이 크실 것 같습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젠틀레인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주제는 무엇인가요?


저희 같은 연주곡 밴드는 노랫말이나 가사 없이 오로지 악기만으로 악곡을 구상하다 보니 곡명에서와 닿는 이미지가 더 크게 다가오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음악을 듣고 떠오르는 시각적인 단서를 제목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앨범의 타이틀을 정해놔야 수록곡의 표제와 이미지를 잡아가기 쉬운 편입니다. 기존에는 젠틀레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비에 대한 명제로 곡을 많이 써왔다면, 비가 오면 해도 뜨고, 해가 나다 보면 또 비가 오는 법이니 이번에는 정반대의 콘셉트로 해보면 어떨까 싶어 햇빛을 테마로 잡고 타이틀을 ‘Sunlight’로 결정하였습니다.


《Sunlight》는 일상의 소중함과 그 속에서 느껴지는 평안, 가족과 친구의 안녕, 그리고 우리가 삶을 영위하며 스치듯 지나가는 소소한 감정에 주목하여 만든 앨범입니다. 그리고 마치 인상주의적 화풍을 보는 것처럼 음악을 들으면 사진이나 풍경 같은 회화적 이미지가 연상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고, 밝고 따뜻하며 생동감이 느껴지도록 이전 앨범의 곡들보다 더 빠른 템포감의 곡들이 다수 수록되었습니다.


이번 앨범은 피아니스트 최한글 님이 합류하여 작업하신 만큼 기존과는 다른 경험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앨범을 제작하며 인상 깊었던 일화를 말씀해주세요.

팀적으로는 새로운 멤버가 합류한 만큼 서로에게 적응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저와 김호철 씨는 10년 가까이 함께 해온 시간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새로 들어온 최한글 군이 젠틀레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다소 부담을 가지고 녹음에 임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대중들에게 재즈는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듣기 편한 음악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지만, 연주자에겐 평생을 매진해도 완성하기 어려운 음악으로 악명 높기도 합니다. 이러한 간극에서 팀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고충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제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재즈를 연주해오면서 깨달은 것은 ‘재즈 뮤지션이 생각하는 재즈’, ‘다른 장르의 뮤지 션이 생각하는 재즈’, ‘재즈 애호가가 생각하는 재즈’, 그리고 ‘일반인이 생각하는 재즈’ 네 가지가 모두 다르다는 것입니다. 즉 재즈를 어떤 음악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지의 기준이 정립되어있지 않다는 것이죠.


그 이유는 재즈라는 장르의 영역이 굉장히 폭넓고 자유롭다는 사실도 한몫할 테지만, 대중들에게는 방송 등의 매체를 통해 특정 유형의 재즈만 비자발적으로 전파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그것이 재즈라는 장르의 인지도를 향상하는 데에 기여한 것은 맞지만, 반대로 조금만 스탠다드 한 진행을 보이는 재즈를 접하게 되면 어렵고 난해하다고 받아들이게 된 원인 같습니다. 사실 음악을 전공하는 이들조차 어렵다고 혀를 내두르는 재즈는 따로 있는데 말입니다.


쉽게 들리는 곡과 쉬운 곡은 명백히 다른 영역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젠틀레인은 한국 재즈 밴드 중 최다 음원 판매량을 자랑할 정도로 이해하기 쉬운 재즈를 선보이고 계신데 이러한 창작의 비결은 어디에 있나요?


너무 진부한 이야기지만 많이 듣는 것이 가장 좋은 교과서입니다. 그리고 곡을 많이 써보는 것이지요. 조금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작, 편곡 과정에서 말하고자 하는 테마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테마에서 이어지는 즉흥연주도 그 범주에 포함시켜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야 악곡 전체의 통일성이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명확히’ 전달하는 것과 ‘쉽게’ 들리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라는 것입니다. 쉬운 멜로디에만 집착한다면 진부하고 상투적인 결과물이 나오기 쉽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명확하다면 어려운 멜로디도 쉽게 들릴 것이고 쉬운 멜로디도 식상하지 않게 느껴질 것입니다.

젠틀레인이 생각하는 재즈는 [ ]이다.


서덕원 : 재즈는 ‘우리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즈의 즉흥연주는 자유롭게 연주하면서도 그 안에서 재즈의 어법에 따른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음악입니다. 그것이 마치 우리의 삶, 그리고 생활과도 유사합니다. 정해진 길을 반드시 가야 하는데 그 길을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그리고 누구와 갈 것인지는 자신이 결정해야 합니다.


김호철 : 지금까지 가장 많이 대답해본 질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때마다 생각나는 대로 다른 답변을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음악’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느 정도의 약속 하에 음악이 진행되지만 그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라도, 갑자기 날아든 공을 받아 달리면 나머지 선수들도 자유롭게 알아서 함께 달리는 음악이 재즈이기 때문입니다.


최한글 : 재즈는 ‘언어’다. 하나의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면서 자기만의 언어 세계가 정립되고 그것이 점차 말투로 굳어지듯 재즈라는 음악을 듣고 연주하다 보면 자기만의 음악적 언어 체계가 점점 굳어져 가는 것 같아요. 한번 말투가 생기면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것처럼 음악적 언어도 고착화될수록 변화를 꾀하기 어려워요. 다양한 어휘를 위해 다른 연주자를 모방하거나 새로운 스타일을 접하지만 말투를 바꾸는 것만큼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점에서 언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젠틀레인이 소개하는 추천하는 추천곡 BEST 5!

Into The Gentle Rain, 2005

: After The Gentle Rain

잔잔한 선율과 강하게 끌어당기는 훅을 가진 젠틀레인의 1집 수록곡입니다.

Home, 2015

: Some

끊임없이 계속되는 멜로디의 도약이 흥미를 유발하며 음표가 가득하지만 어렵지 않게 이해가 가능한 5집 수록곡입니다.

Sunlight, 2020

: 봄이 온다

이번에 발매한 《Sunlight》에 수록된 곡으로 파퓰러 한 멜로디가 매력적인 곡입니다. 팝이나 가요에서 나올법한 심플한 멜로디를 테마로 하면서도 코드 편곡과 연주는 모던한 재즈 기법을 충실히 지켜 고전적이지만 세련된 형태로 풀어보았습니다.

: Every Sunny Day

아주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재즈를 목표로 한 곡입니다. 간단하면서도 귀에 쉽게 감기는 멜로디를 사용했고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진행을 리드미컬한 섹션으로 포인트를 주어 해소하고자 하였습니다.

: Harlem`s Sunrise

50년대 흑인 할렘가를 연상케 하는 비밥 스타일의 곡으로, 이런 느낌의 곡은 젠틀레인의 앨범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셈입니다. 할렘가의 재즈 클럽은 밤늦게 공연을 시작하여 해가 뜰 무렵이 돼서야 공연을 마친다는데, 최한글 군이 그곳에서 겪은 경험을 모티브로 작곡했습니다.

출처: 레전드매거진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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