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날 찾아온 아들.. 한국 '부자지간'의 이야기

조회수 2021. 2. 24.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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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밤빛' 절제된 영상미가 선사하는 아름다운 체험

“무서울 때 별을 보면 괜찮아지더라고”
“헤어진 이들과 헤어질 이들의 그리움에 대해”

화려한 CG나 박진감 넘치는 액션, 긴장감이 감도는 반전 없이 한 없이 절제된 영상미 만으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작품이 있다. 바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상영작으로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영화 ‘밤빛’이다.

출처: 씨네소파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주변의 모든 인간 관계를 차단한 채, 산속에서 오롯이 홀로 살아가고 있는 희태(송재룡). 약초와 버섯을 채집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던 그에게 어느 날 오래 전 헤어진 아내로부터 전해진 편지 한 통과 낯선 아들 민상(지대한)이 찾아온다. 단 한번도 얼굴을 마주한 적 없었던 아들과 2박 3일 동안 뜻밖의 동거를 하게 된 희태는 서툴고 투박하게 민상을 향해 인사를 건넨다.

한편 희태가 살고 있던 산속에 잠시 머물게 된 민상은 처음 보는 아빠와 허름한 집,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허나 어느새 희태에게 의존해 걷는 숲길과, 함께 바라본 산 정상의 풍광, 누워 바라본 천장에 잔잔히 빛나는 별빛까지, 희태의 공간이 익숙해지고 있던 민상. 그는 두 사람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희태의 몸짓에 깃든 애정 어린 마음을 조금씩 발견해 간다.

출처: 씨네소파

영화 ‘밤빛’은 산속에서 홀로 살며 삶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던 희태가 아들 민상과 처음으로 만나 함께 2박 3일을 동행하게 되면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단편 ‘콘크리트’(2013), ‘랜드 위드아웃 피플’(2016) 등으로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김무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드라마 ‘미생’, ‘아스달 연대기’, 영화 ‘차인표’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송재룡이 주연을 맡아 깊은 내공을 선보인다. 송재룡이 그리는 희태의 마지막 순간은 생동감이 넘친다. 생명력을 잃어가는 희태의 푸들거리는 손발과 작게 흔들리는 눈동자는 끝을 향해 가기에 더욱 처절히 살아있음을 느끼도록 만든다. 그렇게 희태에게 완벽히 녹아 들어 단숨에 스크린을 장악한 송재룡의 존재감은 그렇게 관객을 영화 속으로 초대한다.

출처: 씨네소파

동시에 ‘밤빛’은 극도로 절제된 연출을 통해 이야기를 꾸려간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을 것임에도 희태와 민상은 특별히 나누는 대화도 없이 함께 길을 걷고, 하늘과 별, 바람을 바라본다. 차분하게, 그러나 깊이 있게 담아낸 초록과 칠흑 같은 밤이 두 사람의 침묵을 배경으로 온갖 감정을 자아내고,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비어있지만 공허하지 않은 여백의 미가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담담히 담아낸 두 부자(父子)의 모습과 아름다운 풍광이 관객을 매료시키나, 느릿한 화법에 익숙지 못한 관객이라면 당혹감을 느낄 여지가 있겠다. 적당한 속도감으로 편집이 이뤄지는 일반적인 상업 영화들과 달리, 컷의 전환도, 대사도 많지 않은 ‘밤빛’은 누군가 “지루하다”평하여도 이상하지 않을 듯 하다.

출처: 씨네소파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빛’은 남다른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빠르게만 흘러가는 세태에 역행해 느림의 미학으로 잠시나마 쉴 틈을 선사하기도 하거니와 많지 않은 대사와 미장센에 담긴 여러 함축된 의미가 관객에게 한 편의 시로 다가와 체험토록 만든다.

공개: 3월 4일/관람등급: 전체관람가/감독: 김무영/출연: 송재룡, 지대한, 정아미, 강영구/제작: 보이드 스페이스/배급: 씨네소파/러닝타임: 108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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