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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태원 한복판에 옮겨온 브라질의 초현실적 환상 세계, 오스제미오스 개인전

조회수 2020. 8. 27. 15: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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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객원에디터 윤지혜 / 구성 멜론티켓 문화사람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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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쌍둥이의 원색 꿈으로 들어가는 시간


상파울루의 거리에 온 듯한 흥겨운 음악이 흐르는 전시장, 바닥에는 용암처럼 얼굴들이 솟아 오르고 벽에는 노란 인물이 화려한 시퀸 옷을 입고 서 있다.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진행되는 브라질 작가 오스제미오스의 개인전 <You Are My Guest>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광경이다. 2020년 7월 15일부터 10월 11일까지 진행되는 이 전시는 스트리트 아트와 대형 공공미술 벽화 작업으로 세계적 유명세를 얻은 그룹 오스제미오스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한다. 쌍둥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 ‘오스제미오스(OSGEMEOS)’는 한 작가인 것처럼 활동하는 일란성 쌍둥이 구스타보 그리고 옥타비오 판돌포의 작가명이다. 전시는 이들의 예술 세계를 회화와 조각, 설치, 영상작업 등으로 다양하게 보여준다. 

전시장 벽마다 개성 있고 강렬한 캐릭터와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걸려있다.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노란 얼굴의 인물은 졸린 듯, 웃는 듯, 혹은 불평 가득하거나 무심한 듯한 표정을 지은 채 화면 정 중앙에 있다. 인물들은 주로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사위를 보이는데, 이들이 연주하는 기타에는 눈이 달렸고, 모자는 UFO가 되어 빛을 내리쬐고 있다. 이 유쾌하면서도 한 켠 음울한 그림들 앞에서 논리의 날은 자연스레 굽혀지고 감상자들은 어느새 화면의 요소요소들을 들여다보며 상상하게 된다.  

Installation view, OSGEMEOS: You Are My Guest, Storage by Hyundai Card, 2020

손이 가는 대로 영감을 담아낸다는 오스제미오스는 의식과 사고보다는 상상과 연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작업들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정규적인 미술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 어릴 적부터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며 자신을 표현해왔으며,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그래피티 작업을 하며 스트리트 아트를 시작했다. 이후 런던, 리스본, 밀라노, 베를린 등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대형 벽화를 의뢰 받아 그리고, 유수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며 회화, 조각, 영상 등으로 작업 매체를 확장해 왔다.  

공중에 떠 있는 거대한 얼굴을 지나 아래층 갤러리로 내려가면 관람객들은 오스제미오스의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나무 문에 그린 그림, 털실로 짠 그림 등 통상적이지 않은 매체에 브라질의 문화적 아이콘들과 작가들의 무의식 세계가 그려져 있고, 주렴을 헤치고 들어선 작은 방 안에서는 이들의 영상과 설치 감각도 느낄 수 있다. 이 애니메이션 작업 <Parallel connection>은 2015년 뉴욕의 타임스퀘어 전광판에서 선보인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화면에는 손과 얼굴들이 나타났다가 관객을 향해 손가락을 뻗어 스크린을 꺼버리는 광경이 되풀이된다. 마치 작가의 잠 속으로 들어와 무한히 반복되는 즐겁고도 기이한 꿈의 세계에 들어선 듯 하다. 

Installation view, OSGEMEOS: You Are My Guest, Storage by Hyundai Card, 2020

 마지막 섹션으로 마련된 앨범 커버 작업 <Untitled>와 아카이브 작업 <Thinking>에서는 주변의 문화적 산물들로부터 영감을 받고 새로이 도전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작가들의 창작 과정을 엿볼 수 있다. <Untitled>는 80년대 브라질 대중음악 앨범 커버 위에 물감을 더한 작업으로, 작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준 아티스트들에 대한 작가들의 재치 있는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134점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대형 설치 아카이브 <Thinking>에는 작가들이 수집한 브라질 민속품 장인들의 조각과 직접 제작한 작품이 섞여 있다. 일상품을 가공해 만든 이런 조각들에서는 예술과 예술 아닌 것의 경계를 짓지 않고, 즐거움이 있는 곳에서 창작을 하고, 표현함으로써 일상을 유쾌하게 바꿔나가는 작가들의 면모가 느껴진다.

Installation view, OSGEMEOS: You Are My Guest, Storage by Hyundai Card, 2020

스트리트 아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스제미오스 <You Are My Guest>는 단연코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이다. 혹은 그저 즉흥적이고 분방한 작업 앞에서 기분을 전환하고 싶을 때, 잠시 들려 삼사십분 남짓 가볍게 거닐어도 좋을 곳이다. 실재와 환상 사이에 있는 브라질 쌍둥이 작가의 강렬하고 초현실적인 세계가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10월 11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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