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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돈보다 병원비가 더 든다는 '극한 직업' 리얼 후기

조회수 2021. 2. 9. 16: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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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가 매콤달콤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21세기 최후의 노동 지옥’


‘기계가 점령하지 못한

인류 최후의 단순 노동’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이 시대 최고의 극한 직업.


무엇인지 감이 오시나요?

출처: 이충우 기자

바로

 택배 상하차입니다.


택배 상하차는

트럭에서 택배를 내리고,

분류한 택배를

다시 트럭에 싣는 작업입니다.


하루만 바짝 일하면

10만 원 안팎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갓 스무 살이 된 학생들이나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자주 찾는 아르바이트인데요.

출처: 'KBS 드라마 클래식' 유튜브 캡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죠.


택배 상하차의 업무 강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힘들어서 도망가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이들을 일컫는

‘추노’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죠.


번 돈보다 

병원비가 더 나온다는 후기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래도 그렇지 

너무 오버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그래서, 

기자가 직접 체험해봤습니다.

시작 10분 만에 추노를 고민하다

1월 25일 월요일 오후 3시.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석계역의 한 인력사무소를 찾았습니다.


담당자에게 설명을 들은 후 

셔틀버스를 타고 

남양주의 물류센터로 이동했습니다.

출처: 반진욱 기자

현장에 도착한 뒤

처음으로 배치받은 곳은

‘소화물’ 라인이었는데요.


소화물 라인은

그나마 쉬운 축에 속하는 업무로,

의류나 서류, 소형 가전 등

크기가 작은 화물을

지역별로 분류한 뒤

‘행낭’이라는 마대 자루에 넣고

차에 싣는 일입니다.


일부러 힘든 일 하러 왔는데

주변에서 쉽다, 편하다 하니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요.


음, 정말 쓸데없는 생각이었습니다.

출처: GIPHY.com

시작한 지 10분 만에

‘추노’를 고민했습니다.


하나하나는 작고 가볍지만

여러 화물이 가득 담긴 행낭은

15kg을 넘는 게 기본이었는데요.


묶고 담고 숙이고 나르고

묶고 담고 숙이고 나르고


무슨 인사X 광고처럼

신명 나게 몸을 움직이다 보니

내 허리가 내 것 같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작업 선배’들의 

벼락 같은 불호령까지

쏟아졌습니다.


“마대 빨리 깔아라!”

“야 저거 넘친다!”


가뜩이나 힘든데

여기저기서 호통이 날아들자

마치 군대에 다시 온 것 같았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상하차

영혼이 가출하기 직전, 

사이렌 소리가 울리며 

쉬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10분이었던 쉬는 시간은 

마치 10초처럼 느껴졌죠.


그 짧은 시간 동안 

‘도망갈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기계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택배와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에 오르고 나니 

순식간에 전반 작업이 끝났습니다.


시간은 어느덧 자정.

목장갑을 벗고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출처: 반진욱 기자

야식으로 나온 닭곰탕을 맛있게 먹고

후반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작업 시작과 함께

새벽에 분류할 화물이

별로 없다는 소식을 듣고

‘빨리 끝내고 쉴 수 있겠다’며

잔뜩 들떠 있었죠.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담당자가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한 마디를 날렸습니다.


“소화물 빨리 끝내고

밑에 까대기 도우러 가야지”


(*까대기 : 트럭에서 물건을

물류센터 레일로 내리는 작업)


설레발은 필패라더니.


절망으로 바뀐 희망은

그 무엇보다 비참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물류센터는

한 몸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일이 끝났다고 해서

쉬는 경우는 없다고 합니다.

모든 택배엔
누군가의 땀방울이 담겨 있다

출처: GIPHY.com

까대기를 시작하자마자

왜 소화물이 쉽다고 하는지

깨달았습니다.


설 특수를 맞아 

온갖 식품과 선물 상자가 

트럭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XX 사과’, ‘OO 한우’, ‘이천 쌀’ 등등 

이름만 들어도 

허리가 아파오는 물건이 태반이었죠.


택배 쓰나미 속에 

정신을 잃어가던 찰나, 

지나가던 담당자가 

자리를 바꿔줬습니다.


그야말로 구사일생이었죠.


너덜너덜해진 허리를 붙잡고

상자가 레일 위에 똑바로 올라가도록 

정리하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출처: 반진욱 기자

버티고 버틴 끝에

새벽 6시가 되어

모든 작업이 끝났습니다.


작업 종료 후 현장 담당자가

오늘 저녁에 나올 거냐고 물었는데요.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요’라고 답했습니다.


직접 해보니

왜 ‘극한 직업’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무거운 물건을 들고

숙였다 폈다 하는 작업 방식은

몸이 상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죠.


기자 역시 이틀간

근육통과 허리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한편으론 택배가 도착하면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편히 받는 택배 하나엔

수많은 이들의 피, 땀, 눈물이

담겨 있으니까요.


이 콘텐츠는 매일경제의 기사

설 대목 택배 상하차 해보니···

정신은 '아득' 몸은 '아작'

참고하여 제작했습니다.


[반진욱 기자 / 김진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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