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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개 미디어사 사로잡은 데이블, 이젠 해외 성공 노려

조회수 2021. 2. 24. 11: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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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가 매콤달콤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출처: 데이블 제공
데이블 이채현 대표

'콘텐츠가 왕이다.' 1996년 빌 게이츠의 예언이 적중했다. TV, 유튜브, 넷플릭스 등 세상엔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하지만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내 취향을 저격하는 콘텐츠를 찾기도 힘들어졌다. 고르는 시간이 아까워 포기를 외치는 이들도 꽤 많은 편이다.


그래서일까, 고객의 마음을 홈치기 위한 맞춤형 시스템은 이제 어느 서비스든 기본으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다. 개인화를 넘어 초개 인화 시대에 접어든 지금, 일찍이 그 변화를 눈치챈 이가 있다. 데이터를 이용해 콘텐츠에도 '취향 존중'이라는 말이 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기술로 사람들의 삶이 더 편안해지기를 바란다는 데이블 이채현 대표를 만났다.

출처: 데이블 제공
이채현 대표는 고등학교에 이어 포항공대 역시 과 수석으로 조기졸업했다.

◇ 포항공대 공붓벌레에서 NASA 인턴으로


Q. 대학 시절부터 1등을 놓치지 않았다고 들었다.


노력과 운이 더해져서 성적은 잘 받는 편이었습니다. 덕분에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포항공대에 입학했죠. 그런데 1학기를 마치고 중간 정도의 성적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도 의대가 아닌 공대를 진학하는 것에 걱정이 있던 터라, '굳이 이 길을 가야 할까?'라는 고민에 아버지께 반수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아버지께서 한마디를 남기셨습니다.


‘단순히 공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지 못해 도망치듯이 옮기는 거라면, 나중에 인생에서 다른 어려움에 부딪혔을 땐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해라. 향후 다른 진로를 선택해도 좋다. 다만, 설사 나중에 다른 길을 가더라도 지금 선택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최고가 된 후 그 다음에 자신감 있게 다른 선택을 해 보도록 해라.’


이 말씀에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정말 종일 도서관-강의실-기숙사에서만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한 학기를 보내니 정말 거짓말처럼 2학기에는 과에서 1등이라는 성적을 받았고, 이 정도면 적성과 능력을 잘 맞출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학교에 다니면서 과 수석으로 조기 졸업까지 하게 됐죠. 이후 대학원에도 진학해 끊임없이 지식을 습득해나갔습니다.

출처: 데이블 제공
NASA 인턴 근무 당시 이채현 대표의 모습

Q. 석사 과정을 마친 후의 이력이 눈에 띈다. NASA에서 인턴을 했다고


이것도 운이 좋았습니다. 당시 정부에서 해외 유수의 연구기관에서 인턴을 할 대학원생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그동안의 학업 성과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지원을 했고, 선정될 수 있었습니다. 마침 대학원 지도 교수님께서 NASA 연구원분과 친분이 있어 추천을 해주셨죠. 박사님께서도 흔쾌히 지원을 받아 주셨습니다. 그렇게 캘리포니아 Mountain View 근처에 있는 에임스 연구 센터(NASA Ames Research Center)에서 인턴을 하는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리서치 인턴으로 6개월간 일했죠. 이후 병역 문제로 한국으로 돌아와 LG 유플러스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Q. 전공과 경력을 살려 연구원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직장 생활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NASA의 연구소는 당시 저희 분야에서 가장 연구 환경이 좋은 곳 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만약 연구를 계속한다면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거나, 아니면 이런 훌륭한 환경의 연구소의 연구원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연구원분들의 삶을 더욱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이때 제가 내린 결론은 ‘연구원의 삶이 나쁘진 않다.’였습니다. 하지만 10~20년 뒤에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일을 하는 것은 조금 재미가 없어 보였습니다. 저는 당장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더 적성에 맞을 것 같았거든요. 어차피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년 동안 한국에서 일을 해야 하는 데, 그 기간 동안 연구와 직장 생활 중 어느 삶이 제 제 적성과 맞을지 확인해 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LG 유플러스를 선택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운이 좋게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LG유플러스에 동시에 합격을 했었습니다. 뛰어난 연구 기관이었던 ETRI를 가게 된다면, 이후의 삶(유학 이후 교수)이 대략 예상이 되었거든요. ‘ 내 적성이 연구가 아니면 어쩌지? ’라는 고민이 계속되었고, 그래서 결국 ETRI 대신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인 LG 유플러스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제 적성이라고 생각했고, 설사 제가 기업이 아닌 연구에 적성에 맞더라도 3년의 기간이 길게 보면 큰 이탈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출처: 데이블 제공
(좌) LG 유플러스 근무 당시 (우) SK 플래닛 사내벤처 '레코픽'은 데이블의 개인화 서비스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 데이블, 국내 개인화 추천 서비스의 개척자

Q. 이후 7년간 직장 생활을 했다. 그간 어떤 기업들을 거쳐간 건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계속 새로운 분야에 눈길이 갔습니다. LG 유플러스에서는 개발보다는 개발 관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뛰어난 개발자들과 개발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네이버로 이직하게 됐죠. 네이버 검색 개발 센터에서는 검색에 필요한 웹 문서를 수집하는 크롤링 로봇을 개발하는 업무에 참여했습니다. 이 즈음에 제가 하는 일이 데이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자연스레 빅데이터 플랫폼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관심이 있었던 추천 영역도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SK 플래닛 개인화 개발 팀에서 새로운 직장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Q.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근무해왔다. 화려한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돌연 창업을 꿈꾸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원래 창업을 고민하던 차에 SK플래닛 사내 벤처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가 통과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사내 벤처를 진행하게 되었죠. 당시 팀에서는 T-store 추천 등을 위해 쌓았던 추천 기술 역량을 제3자들에게 쉽게 제공해 보자는 아이디어로 시작했습니다. 로그 데이터를 이용해 의류 쇼핑몰, 면세점, 레스토랑 등에서 상품을 추천하는 플랫폼 ‘레코픽’을 개발했는데, 1차, 2차 라운드를 통과하고 이후에는 사내벤처 최초로 아예 정식 사업 팀으로 발령이 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2년 동안 11번가, 신세계 면세점, 삼성전자 등 100군데 이상의 커머스 고객사를 둔 서비스로 성장했죠. 서비스도 잘 성장하고, 사내벤처 역시 안정적이었지만 그럼에도 여러 한계를 느꼈습니다. 결국 밖으로 나가서 직접 사업을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레코픽을 이끌던 3명의 팀원과 직접 '데이블'을 창업하게 됐습니다.

출처: 데이블 제공
현재 데이블은 국내외 2,500개 이상의 미디어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Q. 현재 데이블에서 제공하는 ‘개인화 추천 시스템’의 토대가 된 건가


데이블의 첫 사업 아이템은 옴니 채널 개인화 플랫폼이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데이터를 모두 합쳐 사람들이 필요한 아이템을 추천해 주는 개인화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죠. 하지만 오프라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난항을 겪고 있던 그때 언론사에서 먼저 저희 서비스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과거 뉴스는 단순히 인기순으로만 제공됐습니다. 여기에 개인화 추천 시스템을 더하면, 독자들은 축적된 데이터에 의해 관심 있는 분야의 콘텐츠를 읽을 수 있게 됩니다. 독자들은 뉴스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언론사는 더 많은 유저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거죠. 그래서 자연스레 미디어 채널에 집중하면서 지금의 ‘데이블 뉴스’라는 콘텐츠 추천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광고와 커머스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게 됐습니다.


Q. 그런데 사실 데이블의 서비스가 실생활과는 잘 와닿지 않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은 인지를 하지 못할 뿐, 실생활에서는 모두 개인화 서비스를 경험하는 중입니다. 기사 옆쪽에 평소 관심 있었던 주제의 콘텐츠가 뜨거나, 사고 싶었던 상품이 노출되는 것 모두 개인화 서비스죠. 그리고 그 기반에는 데이블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미 4~5년 전부터 국내 미디어사에 도입되어 유저들이 익숙해진 것입니다. 현재는 네이버, 카카오 역시 개인화 뉴스 추천 서비스를 개발해내면서 저희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출처: 데이블 제공
데이블 팀원들과 사무실 전경

◇ 매출 약 300억 원 달성 "해외 성공이 목표"


Q. 그렇다면 현재 데이블은 얼마큼 성장했나?


현재까지 총 7개국 2,500여 개의 미디어사가 데이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매출도 꾸준히 올라 2020년 약 300억 원도 돌파했습니다.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매출을 내는 중이죠. 특히 대만의 경우, 2019년 기준 월 매출 4~5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지금도 데이블 전체 매출의 20~30% 정도는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을 정도로 지속적으로 해외 사업의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올해 1월 1,000억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으며 140억 규모의 시리즈 C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습니다.


물론 궁극적으로 아직까진 해외에서 ‘성공’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기술 기반 스타트업 중에서 실제로 해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Q. 대학생 때부터 창업까지 흐름이 너무 자연스럽다. 큰 실패가 없었던 것처럼 보이는데, 그간 어려움은 없었나?


갈림길에서 선택할 당시에는 치열한 고민의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자연스러워 보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인생에서 소소한 실패를 있었지만 감사하게도 아직까진 인생에서 큰 실패를 경험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반대로 이렇게 큰 실패의 경험이 없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리스크가 아닐까 합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NASA에서 인턴을 한 경험도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 여러 곳을 경험한 뒤 창업을 하게 됐죠.


여기까지 큰 굴곡이 없었다면 보통 창업 이후 어려움을 많이 겪어야 하는 데, (물론 저희 나름대로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래도 다른 스타트업 분들에 비하면 고생을 덜하면서 회사가 빠르게 성장한 편입니다. 돌이켜보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고, 여러 운이 더해져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100% 제 능력으로 이뤄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는 더 큰 어려움 혹은 실패를 겪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소한 실패들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큰 실패를 극복할 방법을 준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중입니다.

출처: 데이블 제공
2015년 연간 8,000만 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67억 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매출까지 포함하면 184억 원에 달한다.

Q. 그런 리스크에 대비하는 비결이 따로 있나?


막연하게 고민하기보다는 좀 더 나은 선택을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정리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현재 이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준들은 무엇인지, 그리고 각 선택 별로 기준에 따른 상대적 점수는 어떤지를 최대한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수치화하여 점수를 매겼죠. 이런 식으로 정리하면 객관적으로 제가 처한 상황을 분석할 수 있게 되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훗날 후회할 일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Q. 데이블은 data와 able의 합성어다. 데이터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뜻인데, 이 꿈을 이뤄가고 있는 중인가?


아직 그 단계를 밟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20% 정도는 달성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미디어에서의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단순히 콘텐츠를 보는 유저들의 만족도만 높여주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바라볼 때 일종의 의제 설정 기능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독자들이 주로 미디어사가 정해주는 주제들을 읽어야 했다면, 이제 사용자들은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훨씬 더 다양한 콘텐츠들을 접할 수가 있습니다. 자신만의 시각을 키울 수 있게 된 거죠. 저희의 서비스가 사람들이 세상을 더 넓게, 혹은 다르게 바라보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한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들을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Q.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남긴다면


저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던 학생이었습니다. 남들이 축제를 즐길 때조차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낼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사회에 나와서 여러 경험을 해보니 성적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회사에 들어가면 다 같은 신입사원일 뿐이거든요. 한참 뒤에 나이를 조금 먹어서 돌아보니 성적을 위한 공부도 좋지만 ‘더 다양한 경험을 쌓아볼걸’이라는 후회도 꽤 있습니다. 특히 창업을 꿈꾸는 분이라면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많습니다. 이때 여러분이 겪은 경험들이 적절한 선택을 하는 데 좋은 양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학업에만 너무 안주하지 않고 여러 도전을 즐겨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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