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은 상관없다, 과감하게 달린다! 여성 트럭커 장영숙 님

조회수 2021. 2. 22. 14: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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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보면 종종 화물을 싣고 달리는 커다란 트럭이 눈에 띄는데요. 혹시 저 트럭에 무엇이 실렸을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등에 대해 상상한 적 있으신가요? 이처럼 화물을 실은 대형 트럭을 모는 이들을 일명‘트럭커’라고 부른답니다. 이들은 항구에 도착한 선박에서 내린 짐을 전국 곳곳으로 운반해 주는데요. 우리나라 물류 체계에서 이 대형 트럭이 없다면 지금의 편리한 일상을 누리긴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보통 대형 트럭을 모는 일이라 하면 힘센 남성 운전자를 생각하곤 하죠. 커다란 차가 빠르게 달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운전자 역시 건장하고 터프한 남성일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하지만 트럭커 중에도 여성 운전자가 분명히 존재한답니다.


물류 운송의 핵심인 트럭커의 세계, 그중에서도 희소한 여성 트럭커의 일상을 인터뷰로 만나보세요.




Q. 트럭커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부산신항에서 트라고 트레일러 차량을 5년째 운영하고 있는 트럭커 장영숙입니다.




Q. 트럭커란 어떤 직업인지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트럭커의 종류는 많은데요. 저는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트레일러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하는 일은 철도에 내려오는 컨테이너를 터미널에 입고시키는 일, 터미널에서 보세창고로 화물을 운송하는 일, 그리고 보세창고에서 터미널로 물류를 이동하는 등의 입고와 출고를 동시에 맡고 있어요.



여성 트럭커 장영숙님 ⓒ달자TV 화면 캡쳐



Q. 트럭커님의 하루 일과는 어떠신가요?


저는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일명 2교대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주 3회 정도 일을 하고요. 한 번 일할 때마다 평균적으로 17시간 정도 근무합니다. 화물차 하나를 2명이 공유하거든요. 하루는 제가 타고, 그 다음날은 다른 기사님이 타는 식으로요.


일반적으로 한 번 운행할 때마다 12시간을 훌쩍 넘긴답니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12시에 마칠 때도 있고요. 그 다음날 2시, 4시 사이에 마칠 때도 있어요. 저는 장거리 운전하는 트럭이 아니라 셔틀 트레일러여서요. 먼 곳까지 운전하기보다는 가까운 거리를 운전하죠. 대신 화물이 차에 실릴 때까지 대기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17시간 일을 하는데, 하루에 달리는 거리는 200~250km 정도입니다.

쉬는 날에는 체력 보충을 위해서 잠을 많이 자고, 집에서 틈틈이 운동도 많이 합니다.






Q. 이 직업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이신가요?


솔직히 말씀을 드리자면 노후를 위해서 선택했습니다. 트럭커란 직업은 정년이 없거든요. 저희 사무실에 73세인 트럭커 분이 계십니다. 체력도 좋으시고, 아주 정정하게 현장에서 일하고 계세요. 이 직업은 체력이 되는 한 언제까지나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입니다.


저는 원래 미용사였어요. 15년간 미용사로 일을 했는데요. 제 남편이 저보다 먼저 트럭커 일을 시작했어요. 직업을 처음 얻게 되는 과정부터 차근차근 살펴봤더니 이 직업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트럭커라는 직업의 또 다른 매력은 다른 직업에 비해 보수가 더 좋다는 점이에요. 계속 이동하면서 일하니까 지겹지도 않고요. 하루 17~18시간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서 일하면 지치잖아요. 그런데 직업은 하루가 참 빨리 갑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트럭커란 직업은 정년이 없습니다.

체력이 되는 한 언제까지나 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또 다른 매력은 보수도 좋고,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에요.

이런 점이 아주 매력적이랍니다.



Q. 직업의 장점을 말씀 주셨는데요. 혹시 단점은 없을까요?


첫 번째 단점은 클랙슨 소리에 예민해진다는 점입니다. 일상에서 운전할 때도 자동차 클랙슨 소리가 들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랍니다. 일종의 직업병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또 다른 단점으로는 교통사고를 너무 많이 본다는 점입니다. 예전에 미용사였을 때는 실내에서만 일을 했으니 교통사고를 볼 기회가 적었어요. 그런데 트럭커 일을 하면서는 5년 동안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현장을 10번 넘게 목격했습니다. 경미한 교통사고는 수시로 목격하고요. 트럭커 일을 시작했던 43살까지 본 교통사고보다,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5년 동안 목격한 교통사고의 수가 배로 더 많은 거 같아요.


사고가 일어나는 상황도 보고, 사고 난 현장 옆을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요. 안타까운 장면도 많이 목격했어요. 그래서 항상 교통사고를 조심해야지, 하고 마음을 가다듬지요.

운전할 때는 라디오나 음악을 틀어놓지만 이어폰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항상 도로 상황을 귀로 들으면서 위험한지 아닌지 판단해야 하거든요. 내 차 소리도 들어야 하고 바깥 소리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요. 큰 차를 운전할 때는 특히나 그렇지요.





Q. 이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증이 필요할까요?


우선 1종 대형면허, 특수(대형견인)면허 자격증이 필요합니다. 제가 트럭커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트레일러 면허가 있었는데요. 요즘엔 대형 견인을 필수적으로 따야 하고요.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화물운송자격증도 필요합니다. 일을 시작하면 안전교육부터 위험물 교육까지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고요. 위험물 교육, 안전교육을 받아야 트럭커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트럭을 운전중인 장영숙님의 모습. ⓒ달자TV 화면 캡쳐



Q. 어떤 계절이 일하기 가장 힘드신가요?


어떤 계절이던 힘들긴 힘듭니다. 여름에는 여름이라 힘들고, 겨울에는 겨울이라 힘들고요. (웃음) 여름 장마철에는 빗줄기가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천천히 조심해서 운전해야 하죠. 컨테이너 검사를 위해 하차해야 할 때 비가 억수로 내리기도 하고요. 요즘에는 비옷과 장화 등을 갖춰서 일하기 때문에 비를 덜 맞습니다.


Q. 여성으로서 이 업에 종사하면서 힘들거나 불편했던 점이 있으셨다면?


일단 남자보다 체력이 약한 점이 힘듭니다. 컨테이너 청소를 해야 하는데 냉동 컨테이너에 압력이 차 있어서 열기 정말 힘듭니다. 그리고 막대 씰을 커터기로 절단해야 하는데, 정말 안 잘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절대로 이야기 안 합니다. 제 일이니까요. 자기 힘으로 이 정도도 해결 못하면 이 일을 하면 안 되지요. 처음엔 힘들었지만 요즘에는 혼자서도 익숙하게 잘 합니다.


그 외에 불편한 점은 바로 화장실입니다. 남자 트럭커 분들도 생리현상 해결을 불편해하지만, 여성 트럭커들은 조금 더 힘들어요. 도로를 달리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터미널, 주유소에서 해결해야 하는데요. 화장실에 들르기 위해서 트럭을 주차할 때 다른 차량들이 불편하지 않게 주차도 신경 써서 잘 해야 하죠.


터미널에는 남녀 화장실이 다 있지만 보세창고 같은 경우는 남자화장실 뿐입니다. 건물 안에는 여자화장실이 있지만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건물을 다 봉쇄하기 때문에 사용도 힘들어요. 그래서 부득이하게 실외 남자 화장실을 사용할 때도 있죠.


그 외에는 딱히 여성으로서 힘들다 느끼는 부분은 없습니다. 다른 남자 트럭커 분들께서도 매너 있게 잘 대해주시고요.



Q. 트럭커를 꿈꾸는 분들에게 한 말씀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대부분 큰 차 운전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하시거든요. 그런데 어떤 일이던 처음이 힘들잖아요. 막상 시도해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생각보다 위험하지도 않고, 힘에 부치지도 않고요.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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