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속 금융지주, 치열한 선두경쟁 '왕좌의 게임'

조회수 2021. 2. 22. 15: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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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은옥 기자

국내 금융지주들이 ‘리딩금융’ 타이틀을 두고 치열한 경쟁에 나섭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12조원5502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기록하며 경쟁력을 입증했습니다. 

저금리 장기화에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됐으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이들의 대출이 급증하고 ‘동학개미운동’으로 주식거래 수수료가 크게 늘어난 영향입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각각 3조4552억원, 3조4146억원으로 ‘3조클럽’을 달성했습니다.

이어 ▲하나금융지주 2조6372억원 ▲NH농협금융지주 1조7359억원 ▲우리금융지주 1조3073억원 등의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이들 5대 금융지주는 올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속도를 낼 방침입니다. 

수조원대의 대손충당금을 쌓아 우발적 부실에 대비한 만큼 올해는 순이익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사모펀드 사태 등 대규모 충당금 리스크를 딛고 수익성을 확대한다는 포부가 남다릅니다. 

KB금융 vs 신한금융… 라임 사태에 희비

리딩금융 왕좌를 탈환한 KB금융은 신한금융과 치열한 대결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두 금융지주사의 당기순이익 격차가 406억원에 불과해 일회성 요인으로 뒤집힐 수 있어서입니다. 

올해 두 금융지주의 경쟁 포인트는 비은행부문 자회사를 앞세운 비이자이익 확대입니다. 

KB금융은 KB증권이 지난해 전년 대비 65% 증가한 42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증시 호황으로 수탁수수료 수익이 2배 이상 급증한 것이 주효했다. KB금융의 순수수료 수익은 9168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늘었습니다. 

사진=각사

이 가운데 수탁수수료는 142.9% 급증한 5953억원에 달했습니다. 

IB(투자은행) 수수료는 4.1% 증가한 2783억원을 기록했다. 우량 IB 주선을 확대하면서 실적을 키웠습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의 당기순이익은 1548억원으로 29.9% 감소했습니다. 

신한금융투자의 지난해 수수료 수익은 45.6% 증가한 7406억원을 기록했고 위탁수수료도 129.3% 급증한 4595억원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 펀드 등 일회성 비용이 실적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난해 4분기에만 라임펀드 총수익스와프(TRS) 관련 손실 1153억원 등 1287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라임 사태 여파는 금융그룹의 순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신한금융은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손실비용을 4725억원 반영한 반면 KB금융은 KB증권 무역금융펀드로 충당부채를 320억원 설정하는 데 그쳤습니다. 

다음달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라임펀드를 판매한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최고경영자(CEO) 징계 수위를 비롯한 최종 제재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에 업무 일부정지를 건의한 바 있습니다. 

두 금융지주는 앞으로 사모펀드 손실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면서도 기존 충당금에 손실을 반영한 만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해 신한금융투자의 사모펀드 손실은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순위마저 뒤바꾼 격
연초 코스피 3000 시대 개막에 힘입어 증권사의 최대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리딩금융 경쟁의 성패는 비이자수익 역량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금융권 한 관계자

‘4연임’ 노리는 김정태, 두자릿수 성장률

3위 하나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10.3% 증가한 2조6372억원을 기록해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10%대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핵심인 이자이익은 5조8143억원으로 0.7% 증가해 큰 변화가 없었지만 수수료이익(2조2557억원, 4.9%↑)과 매매평가이익(1조1718억원, 47%↑) 증가로 실적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특히 수수료이익 중 증권중개수수료가 2131억원으로 1년 새 104.1%나 증가하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대손충당금은 17.7%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5대 금융지주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성 지표를 기록한 하나금융은 올해 리딩금융 왕좌에 도전합니다. 

4연임을 바라보는 김정태 회장의 리딩금융 선점에 대한 의지도 남다릅니다. 

올해는 최고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것
- 김회장

하나금융의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아 리딩금융도 노려볼 만하다는 평가입니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본총계로 나눈 값으로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큼 이익을 냈는지 보여줍니다. 

하나금융의 ROE는 전년 대비 0.25%포인트 상승한 8.96%로 KB금융(8.79%)보다 0.17%포인트 높습니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하나금융과 KB금융이 0.61%로 같습니다. 

하나금융의 ROA는 전년과 비교해 0.24%포인트 상승했고 KB금융은 0.05%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올해 하나금융은 지주사의 경쟁력을 키워줄 핵심 계열사로 하나금융투자를 꼽았습니다. 

지난해 유상증자 방식으로 하나금융투자에 5000억원을 투입해 자기자본 4조원으로 초대형IB 자격요건을 충족했습니다. 

관건은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가 선행매매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의 수상대상에 오르면서 초대형IB 추진에 제동이 걸린 점입니다. 

검찰의 수사에서 이 대표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하나금융의 초대형IB 인가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단기금융업무(발행어음)에 이어 종합투자계좌(IMA) 발행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 대표의 선행매매 혐의가 사실이라면 투자자의 믿음을 저버리는 불공정거래 행위
초대형IB 설립으로 비이자이익 확대에 나선 하나금융의 경영전략에 부정적
- 금감원 제재심의위원인 서영숙 중앙대 객원교수

‘4위’ 굳힌 농협금융, 우리금융 M&A 과제

금융지주 4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우리금융과 NH농협금융의 자존심 대결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NH농협금융은 ‘똘똘한’ 비은행 계열사의 약진으로 지난해 1조7359억원을 벌어들이면서 우리금융(1조3073억원)을 제쳤습니다. 

NH농협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농협법에 따라 농업지원사업비를 농협중앙회에 납부합니다.

올해 농지비는 4281억원으로 이를 감안하면 농협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353억원으로 오릅니다. 

우리금융과의 순이익 격차는 7280억원입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NH농협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3387억원, 518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2분기부터 뒤집혔습니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이 계열사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 추진 성과지표를 개편해 시장경쟁력을 키운다고 공언한 만큼 앞으로 계열사 경쟁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 전망입니다.

우리금융은 비이자이익 실적을 키울 수 있는 계열사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 확장에 나섭니다. 

 IB사업이 우리은행에 제한돼 고객군 다변화와 확장성에 발목이 잡혀있어서입니다.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 안정성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우리금융은 2000억원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등 신종자본증권을 9000억원 발행했습니다. 

언제든 비은행 증권사 매물이 나오면 입찰에 나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다만 증권사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어 마땅한 매물이 없다는 점이 변수입니다.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이 사모펀드 출자를 통해 증권사를 우회 인수하거나 종합금융사인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종금이 증권사로 전환되면 예금을 받을 수 있는 종금 라이선스가 10년 후 만료되지만 자기신용을 토대로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한 수준까지 증권사의 자본을 확충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캐피털과 저축은행 등 신규 편입 자회사의 M&A 효과가 본격화되며 비이자 수익이 증가하고 있다. 향후 증권·보험사 등 매물이 나온다면 적극 검토하고 인수할 계획
-우리금융 한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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