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컨트리 스타의 욕설이 부른 나비효과

조회수 2021. 2. 8.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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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 '손절'당하고 있는 컨트리 싱어가 있다?

최근 차트를 주의 깊게 보신 분들은 Morgan Wallen이라는 컨트리 아티스트를 주목하고 계실 겁니다. 1993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의 이 아티스트는 컨트리 아티스트로는 드물게 3주간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하고, 앨범의 수록곡 중 열 두 곡을 Hot 100차트에 진입시키는 등 굉장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모처럼 훈훈한 비주얼까지 갖춘 젊은 아티스트의 등장으로 컨트리 신은 활기를 찾은 듯합니다.

하지만 그의 성공신화는 잠깐의 불꽃으로 사그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그가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영상이 공개되고, 그를 향한 도덕적 지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월 2일, Morgan Wallen이 누군가에게 "Pussy-ass Nigga"라고 말하는 영상이 TMZ에서 공개됐습니다. 영상은 순식간에 소셜미디어를 장악했습니다. Wallen은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용납할 수 없는 부적절한 인종 차별적 언어를 사용했습니다."라는 성명으로 자신의 실수를 즉각 인정했습니다.

아시다시피 N-Word는 흑인을 멸칭하는 욕설입니다. 흑인 커뮤니티 안에서야 서로를 N-Word로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흑인 커뮤니티 외의 사람이 미국에서 이런 표현을 썼다가는 크게 얻어 맞기 딱 좋은 표현이지요. 인종차별적 뉘앙스가 담긴 것이 명백한 단어이기 때문에, 아무리 미국에서라도 흑인 커뮤니티 내부에서 쓰는 것을 제외하고는 절대적으로 금기시되고 있는 단어입니다.

갑자기 다른 가수의 이야기이지만, 과거 Kendrick Lamar 역시 공연을 하던 중 백인 팬을 무대로 불러 'm.A.A.d city'를 함께 부른 적이 있는데요. 해당 팬이 랩을 하다가 무의식적으로 가사 중 N-Word를 그대로 쓰자 공연장 분위기가 안 좋아졌고, 결국 Kendrick도 무대를 잠시 중단하고 팬에게 해당 단어를 묵음으로 부를 것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이 단어가 미국 사회에서 갖는 부정적 뉘앙스가 이 정도입니다. 영상은 Wallen이 일상 모습에서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포착했기 때문에, 그가 문제의 단어를 평소 아무렇지 않게 써왔다는 심증이 굳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컨트리 업계는 이 사태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백인 중산층의 전유물" 이미지가 짙게 있는 컨트리 장르이기 때문에 이번 사안에 대한 대응이 매우 중요할 텐데요. 컨트리 업계는 물론 라디오 업계, 소속사까지 힘을 합쳐 Morgan Wallen에 대한 보이콧 선언을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Academy of Country Music(ACM)은 Wallen과 그의 앨범 [Dangerous : The Double Album]가 56회 컨트리 뮤직 어워드에 참가할 수 없다는 뜻을 발표했습니다. 컨트리 뮤직 전문 채널인 CMT에서도 "우리의 모든 플랫폼에서 Wallen의 모습을 지우겠다"고 밝혔으며,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 음원 스트리밍 업체도 곧장 플레이리스트에서 그의 노래를 빼버렸지요. Wallen의 레이블인 "Big Loud" 측에서도 그와의 녹음 계약을 무기한으로 중단했음을 발표했습니다. 업계는 지금, Wallen을 빠르게 "손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다른 방향으로 파급효과를 부르고 있어 묘한 분위기입니다. 업계가 Wallen을 꼬리 자르기 했지만, 그보다 깊숙이 곪아 있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인데요. 컨트리 싱어들 사이에서 이 문제에 대해 갑론을박을 하는 것을 보면, 어떤 내용인지 느낌이 오실 겁니다.


컨트리 싱어 Kelsea Ballerini는 이 사안에 대해 "이 사건이 컨트리 뮤직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며 일부의 사건으로 컨트리 신을 매도하지 말아달라는 뉘앙스의 트윗을 게시했습니다. 하지만 흑인 컨트리 싱어인 Mickey Guyton의 트윗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건 우리 전체가 아니다'라는 말 보고 웃었음. 왜냐면 컨트리뮤직이 정확히 이렇거든. 나는 그걸 빌어먹을 10년 동안이나 봐 왔어. 너희들은 매일 나에게 던져지는 악플을 읽어봐야 해. 믿기 힘들겠지만 그게 진실이라고."


이번 사안이 컨트리 신 내부의 문제로 확대되고, 방어적인 목소리와 자성적인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인데요. Morgan Wallen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나비효과가 되어 신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보수성이 대단한 컨트리 신이기 때문에, 장르간 경계가 더욱더 허물어질 미래에는 이런 문제가 터져 나오는 것이 시간문제였을 겁니다. 아티스트를 꼬리 자르기 하는 것으로 당장의 비난은 면했지만, Mickey Guyton이 지적한 것처럼 앞으로 신 안에서도 흑인 컨트리 아티스트에 대한 인식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더 큰 논란이 이어질 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또 다른 방면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다시 본 사안에 집중해보면, 혹자는 약물과 강도, 총기 문제 등이 빈번한 힙합 신에서는 아티스트들이 문제를 일으키고도 버젓이 활동하는데 비해, 컨트리 신에서는 욕설 한 번으로 커리어가 끝장나는 사례가 오히려 역차별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기 때문입니다. 온 업계가 나서서 한 아티스트를 꼬리 자르기 하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 것인가 하는 사회적 도덕의 문제도 언급되고 있고요.


의견은 각자 다르겠습니다만, 이번 사건으로 보수적이기만 했던 컨트리 신이 새로운 국면에 직면했다는 것 하나는 분명해 보입니다. 다양한 문제들이 얽히고설킨 Morgan Wallen의 이번 사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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