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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쓰러진 '영업사원 무직자 노숙자'.. 3대 경제취약층 일상 '직격탄'

조회수 2018. 8. 9. 15: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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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018년 5년 치 전국 517개
응급실 온열질환자 직업 및 유형 전수 분석

1. 사망자 포함 온열질환자 3329명 역대 최고(5일 기준)
2. 환자 증가율 높은 3대 직업: 판매종사자, 노숙인, 무직
3. 환자 증가율 높은 3대 장소: 집, 길가, 주거지주변

획일적 대책 아닌 지역·직업별 '마이크로' 대책 절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매년 여름 '온열질환 일일통계'를 발표합니다. 무더운 여름에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등 각종 온열질환 환자들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기록한 통계입니다. 성별, 연령별, 직업별, 발생시간 및 장소별로 세세하게 환자를 기록합니다. 온열환자가 자주 발생하는 유형을 파악하기 쉽습니다. 폭염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을 높일 수 있습니다.


뉴스래빗은 무더위쉼터에 이어 '온열질환자 수'에 주목합니다. 분석 결과 '역대급 폭염'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진 이들은 판매종사자·무직자·노숙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직종에서 작년 대비 온열질환자가 2~3배 늘어 증가율이 가장 가파릅니다. 생계 혹은 생활 속에서 불가피하게 실외에 오래 머무르는 이들입니다. 1995년 미국 시카고를 강타한 폭염으로 독거 노인이나 오래된 건물 거주자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한 이들이 주로 사망했던 경우와 같은 이치입니다.


온열질환자 수는 폭염이 사회에 끼친 영향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유난히 뜨거운 이번 폭염, 종전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질병관리본부가 매일 공개하는 '온열질환자 수'를 취합해 살펴보고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봅니다.

2018년 여름, 전국 3329명(8월 5일 기준)이 온열질환에 시달렸습니다. 최근 5년 중 상대적으로 더운 축에 속한 2016년 환자 수보다도 1.6배나 많습니다. 아직 온열질환 감시 기간이 끝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 12주차에 환자 수 증가폭이 한풀 꺾인 듯 보이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12주차 데이터에는 8월5일 하루 치 데이터만 포함한 까닭입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는 매일 하지만 집계는 주 단위로 하는 데서 오는 왜곡 현상입니다.

출처: 질병관리본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하는 온열질환 일일통계 자료의 일부

2018년 현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질병관리본부는 온열질환자 수를 성, 연령, 직업, 장소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집계는 상식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가장 뜨거운 낮 시간대, 햇볕에 압도적으로 많이 노출되는 실외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50대입니다. 682명으로 전체 3329명 중 20%에 달합니다. 65세 이상 환자가 1103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0~49세 환자를 모두 합한 수와 대동소이하죠. 65세 이상 인구 수가 0~49세에 비해 훨씬 적은 점을 감안하면, 노년층이 온열질환에 확연히 취약함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발생 장소별로 봐도 결과는 당연합니다. 온열질환자 수는 실외(2444명)가 실내(885명)를 2배 이상으로 압도합니다. 햇볕에 많이 노출될수록 온열질환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죠. 

절대 환자 수보다 눈여겨 봐야 할 수치는 증가율입니다. 뉴스래빗 분석 결과 2018년 '역대급 폭염' 직격탄은 영업사원(판매종사자)·무직자·노숙자들이 맞았습니다. 온열질환자 중 이 세 직종 종사자 수가 2017년보다 2~4배 늘었습니다.


생계를 위해 야외에서 일하지만 더위를 식힐 시간이나 장소가 마땅치 않은 직종들입니다. 절대 수는 기능원, 농어업 종사자, 기계 조작 조립 종사자 등 근무 환경이 뜨거운 직종에 많지만, 더위가 피할 수 없는 수준이 되니 '생계형 야외 근로자'에 급격하게 영향이 확산된 셈입니다.


장소별 증가율은 어떨까요. 집, 길가, 주거지 주변이 2017년 대비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업무, 야외 활동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온열질환에 걸리는 경우가 작년보다 크게 늘었단 뜻입니다. 역사상 가장 뜨거운 올해 '역대급 더위'의 영향입니다.

누진세 완화해 에어컨 맘껏 쐬었다면
:) '시카고 폭염' 교훈 한국에도 유효

정부가 매일 발표하는 온열질환자 수를 보니 올해는 여러 모로 거스를 수 없을 만큼 더웠습니다. 2017년과 비교하니 올해 더위는 극한 근로 환경 등이 아닌 일상 생활 환경에까지 침투했습니다. 국민은 '역대급 폭염'을 있는 그대로 맞아야 했습니다.


1995년 기록적 폭염으로 700여명이 사망한 미국 시카고. 4년 후 다시 찾아온 폭염엔 달랐습니다. 무더위쉼터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취약 계층 가정에 지속 방문하는 등 공공 시스템이 잘 갖춰진 덕분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과 이틀 전인 지난 8월 6일에야 가정용 누진세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매일 발표하는 온열질환자 수를 모니터링했다면 어땠을까요. 누진세 완화 시행을 좀 더 일찍 발표해 시민들이 에어컨을 부담 없이 사용했다면 온열질환자 및 사망자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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