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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더 이상의 '용팔이'는 없다

조회수 2018. 3. 20. 19: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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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은 그 명성과 규모 때문에 흔히 전자상가의 메카로 표현되고 있다. 그럼 일반 대중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다. 대부분은 소위 '용팔이'란 단어를 먼저 떠올릴거다.


'용산 + 팔이(상인의 낮춤말)'의 합성어인 이 단어는 나진상가, 전자랜드, 아이파크몰 등 주요 명소를 제치고 이제 용산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어쩌다 용산은 이런 이미지를 얻게 되었을까?


  • 안타까운 용산 전자상가의 추락
<최근 이런 고급 호텔이 들어서고 있지만 용산에 대한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진 아직 모른다.>

1987년 개장한 용산 전자상가는 서울 정중앙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몰려 2000년 대 초반까지 호황을 누렸다. 이로 인해 외국 여행객들이 한번쯤 들러야하는 코스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했다.


허나 소비자를 등쳐 먹는 악덕 상인들의 사례가 늘어나고 호객 행위에 강매까지 심심치 않게 목격되면서 점차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PC 관련 매장들의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 콘솔 게임기 매장들의 불법 복제 등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경쟁 상대인 국제 전자센터가 한우리(콘솔 게임기 매장을 대표하는 곳) 효과로 단기간 내 엄청난 성장세를 보인 것과 비교되는 장면이다. 


실제로 모 게임 매체(2016년 2월 기준)를 통해 한 상인은 1개 매장에 많아야 10명, 평균 2,3명의 손님이 방문한다고 밝혔다. 용산 전자상가가 얼마나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매장에서 상인이 소비자에게 불법 복제품 사용을 권하기도 했다.>
<용던이라 불리우고 있는 바로 그 장소>

특히 취재 기자의 행동이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으나 '손님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손님 맞을래요?' 등 상식을 넘어선 행동들이 공중파로 방영되어 용산의 이미지는 바닥까지 추락하게 된다.

<전설의 바로 그 사건>

  • 가상화폐 채굴 열풍에 빠지다

용산의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해 가상화폐 채굴 열풍이 불자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놓인 상인들은 여기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채굴에 주가 되는 그래픽 카드를 그 누구보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신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상인들마다 너나 할 것 없이 채굴에 뛰어들었고 이로 인해 문제들이 하나 둘 터져 나왔다. 첫번째 문제는 바로 상가 내 전력 공급. 채굴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많은 양의 전력을 요한다. 다수의 상인들이 이런 시스템을 돌렸으니 상가 내 전력은 기존보다 수십배가 올라갔을 것이 자명하다.

<상인들의 채굴 열풍이 뜨거워지자 이런 공지를 하기도 했었다.>

상우회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각 상인들에게 채굴 중단을 요청했으나 이에 공감한 상인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채굴 중단은 말 그대로 협조 사안이지 반드시 해야 할 지키지 않으면 어떤 규제를 받을 행위가 아니어서다.


더구나 당시에는 여러 가상화폐들이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 채굴에 열을 올리고 있던 상인에게 이 같은 상우회의 공문은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었을 것이다(2017년 10월쯤 비트코인이 400만원 대 였는데 2018년 3월 기준 약 970만원이니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상화폐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본 비트코인 시세>

2번째는 이런 가상화폐 열풍에 적극적으로 임하다 보니 기존 고객들이 대거 이탈했다는 점이다. PC 혹은 관련 제품들을 구매하러 온 손님(다른 관점에서 보면 용산 전자상가의 정말 마지막 남은 수요층)들이 상가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광경은 채굴 시스템으로 변모한 매장들.


어떤 매장은 매장 한켠에 시스템을 두는가 하면 또 다른 매장은 아예 커튼을 치고 남은 한 공간을 완벽하게 채굴 시스템으로 구성하기도 했다. 당연히 손님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이 그리 좋게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가뜩이나 안좋은 이미지에 찬 물을 끼얹은 격.


그리고 이런 시선은 또 하나의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 '채굴 업체들로 인해 정작 소비자만 피해를 본다'는 것. 당초 소비자들에게 들어가야 할 그래픽 카드 물량이 채굴 업체들로 인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몇몇 용산 업체들이 채굴에 사용되었던 제품을 새거인양 포장, 중고 시장에 판매하는 일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에게 이는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다. 물론 이 부분이 100% 진실인지 아닌지 해당 업체 혹은 그래픽 카드 업체들이 더 잘 알겠지만 이제 소비자 입장에선 색안경을 끼고 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1070 시리즈의 경우 수량이 극히 제한적이라 현재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태다.

  • 벼랑 끝에서 희망을 보다

용산 전자상가는 본래 방문 소비자를 1차 구매층으로 두고 있었다. 이에 오프라인을 우선에 두다 보니 온라인 쇼핑몰과 이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들을 그 시기에 맞춰 확실하게 끌고 오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B2B 형태의 사업 비율이 높아져 자신들만의 세계에 스스로 빠져 버림으로 소비자와 거리감은 더욱 더 심해졌다. 이렇다 보니 향후 전망마저 어두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이런 용산 전자상가의 분위기를 뒤바꾸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바로 수냉 PC 업체들이다. 한 동안 침체기에 빠져 있던 조립 PC 시장은 지난 해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고사양을 요구하는 이 게임으로 인해 업그레이드 수요가 다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특히나 고사양은 기본이고 화려한 LED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수냉 PC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용산의 부활은 이 친구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런걸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특히 나만의 스타일로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친구들이나 PC를 하나의 인테리어 제품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그 수요층은 점점 더 커졌다.


수냉 PC 업체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하드코어 게이머를 대상으로 한 고가의 제품을 내놓는가 하면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 인기 게임들의 디자인을 연상케하는 PC 등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이 어떠한 제품을 선호하고 구매하길 원하는지 찾고자 부던하게 애를 썼다.


기존 용산 업체들과 달리 SNS를 활용, 이런 젊은 소비자들과 소통하고자 했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전개해 그들에게 조그마한 혜택이라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 수냉 PC 업체들은 앞서 언급한 노력들로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우선 수냉 PC는 기존 조립 PC와 달리 각각의 위치에 부품을 끼우기만 하고 끝나는데 그치지 않는다. 각기 다른 제품들에 따라 수냉 시스템을 수작업으로 일일이 맞춰줘야해 단가는 여타 PC들에 비해 높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수냉 PC는 소비자에게 왜 당신이 높은 금액을 지출해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자연스레 이해시켜준다. '그래 이정도면 당연히 이 가격은 되어야지'. 한 마디로 소비자가 알아서 이렇게 이해하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이보다 더 이상적인 판매가 어디 있을까?

<수냉 PC 조립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여타 부품 업체들과 뜻을 함께 했다는 점도 성공 포인트다. PC는 그래픽 카드, 메모리, CPU 등 여러 부품들이 어우려져 하나의 제품이 된다. 이에 수냉 PC 업체들은 자사와 가장 비즈니스 스타일이 맞는 부품 업체들과 한 배를 타며 이들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결국 이는 수냉 PC 업체와 부품 업체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줬다. 부품 업체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서포트하는 수냉 PC 업체를 보고 모른척 했을리 없다. 그 것이 가격 문제던 수량 문제던 어떤 식으로든 혜택을 더 주게 되면서 양사는 현재도 좋은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앞으로가 기대되는 용산 전자상가

수냉 PC 업체들의 선전은 여타 업체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유사 업종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이 때문에 여타 부품 업체들까지 죽었다가 살아났다. 용산 전자상가가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한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특히나 수냉 PC 시장을 선도했던 업체들이 메이저 업체들과 비즈니스 관계를 트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자 2, 3순위에 있던 업체들은 이를 계기로 자리를 잡게 된다.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수냉 PC 업체들이 PC방 시장에 뛰어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PC방은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주어야 하는 시장이라 수냉 PC 업체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입워이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PC방에는 수많은 솔루션들이 존재한다. 관리 프로그램, 선불 결제기, 보안 프로그램, 유해 차단 프로그램 등등. 만약 이들이 PC방 시장까지 뛰어들어 성공하게 된다면 아마 용산 전가상가 내 소프트웨어 관련 업체들도 분명 이득을 보게 될 것이 뻔하다. 


실제로 수냉 PC 업체 영재컴퓨터의 지영훈 대표는 "PC방 업주들의 수냉 PC 설치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 올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별도의 프로모션이나 사업도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냉 PC를 사용하는 PC방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안타까운건 용산 전자상가 내에는 PC 관련 업체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키보드, 모니터, 마우스 등 제조업체들도 꽤 존재한다. 시장이 활기를 띄고 터닝 포인트를 찾았다곤 하나 이 업체들이 함께 살아나지 않고서는 아직 용산 전자상가의 부활을 언급하긴 이르다.


무엇보다 앞서 이야기한 이미지가 제일 심각한 문제다. 이미지를 일순간에 바꾼다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PC 관련 업체를 제외한 여타 업체들이 부활하고 상인회 등 관련 대표 단체에서 조금씩 이미지 메이킹을 한다면 용산 전자상가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날을 기대해본다.



필자 : 히어로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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