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사장에서 일하며 깨달은 것

조회수 2020. 9. 10. 18: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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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늘 공사 중이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며 아르바이트로 일용직 건설 노동을 자주 했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 가정의 가장이고 누군가의 배우자이면서 성실한 사회 구성원이었다. 매일 이른 새벽 출근해 땀 흘리며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것을 만들어 냈다.


그중에는 개척 교회 목사, 전직 건달, 초등학생 학부형 등 다양한 이가 있었다. 여러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맡은 역할에 충실하는 모습은 멋있었다. 그들의 노동 자체가 삶의 미학이다.

배운 기술도 많다. 줄자 눈금 보는 법, 합판을 재단하기 위해 계산하는 법 등 전문적인 능력과 머리를 써야 할 수 있는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나는 현장에서 배운 기술과 재료들을 이용해 나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고 있다. 공사 중인 구조물이나 산업 현장, 집의 형태로 오늘날 사회 현상 그리고 나와 주변인의 상태를 표현하는 작업이다.


경력이 십 년도 안 된 내가 어설프게 만들어 내는 작품은 미술관에 전시된다. 때때로 나는 선생님, 작가님이라고 불린다. 반면 나보다 더 완숙한 기술을 가진 노동자들은 산업 현장에서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집과 생활 시설, 제품을 만드는데도 막일이라고 무시당하며 그 노동의 가치가 폄하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이 만드는 집이 튼튼하고, 그 일이 대단한데도 말이다.

나의 미술 노동과 산업 현장의 노동 중 무엇이 우리 삶에 더 필요하고 가치 있는 것일까? 우리는 가끔 상대방의 복장과 직업, 겉모습으로 그를 판단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도 나는 내가 사는 집과 작업실을 만들어 준 노동자들 덕에 앞으로 열 작품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위태롭고 소란스럽고 지저분한 공사장은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우리의 삶과 매우 닮았다.


우리의 삶은 늘 공사 중이다.

출처: 《좋은생각》 9월 호, 이찬주(설치 미술가) 님


※ 본 포스팅은 《좋은생각》 9월 호에 실린

인터뷰를 일부 발췌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전문은 9월 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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