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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사 5년차 아이엄마가 당부하는 말

조회수 2023. 1. 11. 10: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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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yeondoo 김유정 대표 인터뷰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출판사 yeondoo에서 책을 만드는 김유정입니다. 여러 출판사에서 직장인 출판 편집자로 일하다가 읽고 싶고, 읽히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어 5년 전에 출판사 yeondoo를 차렸습니다.

독립 출판사(1인 출판사)를 차린 이유와 출판사를 하며 느끼는 기쁨이 있을까요?

직장인으로서 11년간 해온 출판 편집자 생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책을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대학교 4학년 2학기 때 잡지사에 들어가 취재, 편집하며 기자 생활을 지냈습니다. 신문 기자만이 기자라고 생각하고 공부하다가 방송 기자, 잡지 기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졸업하기 전에 미리 취업했습니다. 취재해서 기사를 쓰고 기사를 교정 보고 편집하다 보니 기자보다 편집자라는 직업이 더 적성에 맞고 즐거움을 느끼게 되어 잡지사를 퇴사했습니다.이후 교정과 편집 공부를 독학해 외주 편집자로 일하다가 본격으로 출판사에 편집자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해 몇 군데 출판사에서 인문서와 산문집을 만들고 중간 관리자로 부하직원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아 일해오다가 마흔 전에는 어느 출판사의 책이 아닌 제가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기 위해서 yeondoo라는 출판사를 차렸습니다. 독립해서 현재까지 책 15종을 출간했으며 한 권 한 권 손에 쥘 때마다 감사 인사를 잊지 않고 책의 어머니로서 다음 산통을 또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를 합니다.

출판사를 차리면서 만들고 싶었던 책은요?

저는 인문서와 산문집, 그리고 동화책을 만드는데요. 분야와 상관없이 공통인 것은 책에서 어떤 무언가를 단정 짓지 않고 질문을 던져 읽는 사람에게 생각의 여지를 둘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동화책 『정말인데 모른대요』에서는 우리가 흔히 느끼는 감정인 슬픔과 외로움이 무엇인지 어디서 오는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산문집 ‘산다 시리즈’는 각자 살아가는 일에 대해 얼마나 알아차리고 있는지 감사하고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인문서에서는 우리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 옳고 그름을 판단한 줄 아는지 정신을 갉아먹고 있는 건 아닌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독립 출판사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현실적으로는 금전적인 부분이겠지요. 저는 사무실을 따로 차리지 않고 집에서 일인다역으로 출판사를 운영합니다. 기획, 저자 섭외, 교정, 디자인 컨펌과 디렉팅, 행정 업무, 홍보 등을 제가 모두 합니다. 디자인만 후배에게 외주로 맡깁니다.그것 말고도 지출되는 것은 많습니다. 물류비, 배송비, 릴리스비, 제작비, 디자인 외주비 등이 있지요. 사무실을 차린 경우라면 임대료와 관리비가 매달 지출됩니다.그런데 이런 금전적인 부분보다는 홀로 일한다는 게 선택과 결정할 때 어려움이 있습니다. 누군가와 상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나만의 촉, 나만의 느낌, 나만의 결론으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무지 많습니다. 그때마다 늘 한 가지만 생각합니다. ‘만들고 싶던 책, 읽고 싶던 책’ 그럼 흔들리지 않고 중심이 서게 되고 두려움이 사라지더라고요.사회생활이, 세상사가 녹록치 않다고만 말을 많이 하는데 저는 이제껏 해보니 이래저래 해볼 만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부딪쳐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더라고요.

출판사 이름이 예쁜대요. 어떤 의미로 지으신 건가요?

제게 딸이 하나 있는데요. 태명이 연두였어요. 수술하고 나서 저는 정신이 없는데 남편이 “연두야.”라고 부르니까 움찔했더래요. 그래서 저희는 아이 이름을 태명 그대로 짓기로 했어요. 거기에 뜻만 붙였지요. 인연 연에 머무를 두요.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책은 저자가 아버지고 편집자가 어머니거든요. 얼마나 대단한 인연이에요. 그래서 딸아이 이름을 빌려 출판사 이름으로 지었어요. 그 덕에 딸 연두가 회장님 노릇을 가끔 한답니다. 특히 마케팅 부분에서요.

yeondoo에서 출판한 책 중에 추천하신다면요?

저는 『축제와 탈진』이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이 책은 『88만 원 세대』를 공저한 사회비평가 박권일 씨가 썼는데요. 한국 사회의 역동성이 감춘 억압과 반복을 엮은 책입니다. 한국 사회는 변화하려고 매우 요동치지만 사실 정말로 바뀌어야 할 구조적 문제들은 끝내 변하지 않는 사회라는 것을 기록하고 있습니다.또 장기화된 코로나 시대에 책으로 여행할 수 있는 여행서를 추천하자면 『별것 아닌 것』이 있습니다. 이 책은 서른의 한국인 윤혜와 프랑스인 니콜라스가 두 달간 동남아 필리핀, 발리, 태국, 캄보디아를 모터바이크 타고 일주한 이야기입니다. 흔히 여행서에 담겨 있는 풍경 좋은 사진은 없지만 그때그때 상황을 묘사한 사진들이 뒤편에 펼쳐져 있습니다.생활동화이자 육아일기인 『아빠를 다루는 법』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육아서가 아닌 아이를 키우는 누구라면 누구든지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한 장면 한 장면 볼 수 있습니다.

혹시 자기 일을 고민하는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하는 일을 그만두거나 놓치지 마세요. 나 자신이 나이 들 듯 아이도 자라거든요. 물론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고도 하지만 전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대처해왔어요. 최상은 아니었지만 미안하다는 마음보다는 고맙다는 마음으로 아이를 상대했어요. 애초에 좋은 엄마라는 것은 자신이 없었기에 괜찮은 엄마가 되겠다는 다짐으로 직장생활을 이어갔어요.절대적인 건 없더라고요.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에 맞게 견디고 버티고 헤쳐나가다 보니 접점도 생기고 절충안도 보이기 시작했어요.제 경우에는 출판 편집 경력이 쌓이다 보니 홀로 책을 만들어보자는 용기가 샘솟게 됐어요. 세 살 때 매일 늦게 들어온 엄마가 싫었다고 말한 딸아이도 지금은 책 만드는 엄마 모습이 멋지다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책 읽는 분위기에도 복고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요. 옛날 책처럼 문단이 길고 판면이 빽빽한 책들도 외면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팬시 같은 책들이 너무 사랑을 받아서 대형 서점에 가면 조금 속상한 마음이 들어요. 다양한 책을 볼 수 없고 비슷비슷한 책들만 보게 되거든요. 독자께서 남들이 읽지 않은 나만의 취향에 따른 책들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책을 직접 사서 읽고 중고 매장에 팔고 또 새책을 사서 읽고 헌책을 팔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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