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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선보이는 휴대용 선풍기를 떠올리다 보면 그 자그만 액세서리도 매년 트렌드를 충실히 따르는 모양새다. ‘샤오미 미니 선풍기’ 하면 떠오를 보조배터리에 덧붙는 제품을 시작으로, 자체 배터리를 이용한 제품, 여기에 오히려 보조배터리 기능을 더한 제품. 접거나 거치대를 이용해 데스크 용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등 그 용도는 점차 다양해졌다. 올해 속속 등장하는 선풍기는 ‘양손이 자유로운 목걸이형’을 추구하는 형태다. 올해 마크앤드로우가 선보인 H-Fan 역시 이런 방식을 채택했다.
마크앤드로우(mark&draw)는 미려한 디자인을 갖춘 제품들을 꾸준히 선보였다. H-Fan 역시 마크앤드로우의 디자인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기본에 충실한 선풍기, 충전할 수 있는 케이블과 고정 클립, 탱글탱글한 느낌의 스트랩이 반긴다.
H-Fan은 검은색과 흰색이 있다. 검은색에는 민트색 스트랩, 흰색에는 빨간색 스트랩. 스트랩은 과감하지만, 잘 어울린다. 탱글탱글한 재질의 정체는 실리콘으로, 피부에 생길 트러블 걱정을 덜어주면서 적당한 탄성과 보드라운 질감을 자랑한다. 다만 한 곳에 너무 오래 내버려 두면 때가 끼기 십상이니 자주자주 예뻐해 주자. 여차하면 흐르는 물에 씻어내면 그만이다. 선풍기 말고 스트랩만.
과감하지만 어울리는 색 배합과 깔끔한 디자인은 역시 ‘마크앤드로우’답다고 해야겠다. 다만, 이 스트랩을 끼워 넣는 과정은 좀 의아한데, 앞면과 뒷면을 막고 있는 커버를 빼고 바늘에 실을 꿰듯 스트랩을 밀어 넣어야 한다. 그리고 남은 커버는 주머니에 넣어두거나 서랍 깊숙이 넣어둬야지.
꿰기를 마쳤으면 고정 클립을 건 상태에서 목에 걸자. 내 머리가 조금 버거워하는 것도 같지만, 실리콘의 탄성은 다행히 내 머리를 받아들여 줬다. 208g의 무게는 성인 남성 기준으로 목에 부담이 갈 정도는 아니나, 크기는 조금 부끄러운 편. 하지만 이 부끄러움은 내 몫이 아니라 생각하기로 했다. 목에 걸 땐 고정 클립이필요한데, 만약 고정 클립이 없다면 걸을 때마다 이리저리 휘청이는 H-Fan을 볼 수 있다.
7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선풍기 헤드는 내 목덜미에 시원한 바람을 보내주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걷다 보면 자꾸 겸손해지는 선풍기 헤드를 보게 된다. 이럴 땐 고정 클립을 위로 당겨주면 선풍기 헤드가 젖혀지는 걸 막을 수 있다.
물론 전통적인 방법으로 선풍기를 쓸 수도 있다. 고정 클립은 분리해둬도 좋다. 물론 둘 데는 주머니 속, 아니면 서랍 깊숙이. 그게 아니라면 그냥 달아놓고 써도 괜찮다. 버튼을 누르면 LED가 켜지며 1단, 2단, 3단으로 풍속을 조절할 수 있다. 최대 풍속 기준 근접거리 3cm에서 측정한 풍량이 30km/H에 이른다고 한다. 더운 여름, 선풍기의 소중함을 생각할 수 있는 적당한 바람 세기다.
모든 짐을 안고 가겠다고 목에 건 채로 손으로 들어 바람을 쐬려고는 하지 말자. 내 목도 힘들고 실리콘도 힘들고 선풍기도 힘들다. 모두가 행복한 길은 찾지 못할지언정 모두가 불행한 길로 나아갈 필요는 없잖은가?
헤드를 뒤로 젖히면 탁상용으로 쓸 수도 있다. 넉넉한 손잡이와 미끄럼 방지 패드, 고정 클립을 이용하면 책상에서 안정적으로 쓸 수 있다. 앞서 살펴본 7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헤드는 책상에서 안정적으로 고정돼 시원한 바람을 선사한다.
책상에 둔 상태에선 버튼을 누를 수 없어 풍량을 조절하려고 할 때마다 잠깐 선풍기를 들어야만 하지만, 그게 대수랴. 소음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니… 직접 들어보길 권한다.
무서워서 시험해보진 않았으나 스마트 PCBA 설계를 적용해 모터에 머리카락 끼는 즉시 작동을 멈추는 기능이나 미려한 디자인, 3시간 충전으로 최대 10시간을 쓸 수 있는 전력 효율성, 탱글탱글한 실리콘 목걸이는 다른 휴대용 선풍기와 다른 마크앤드로우만의 특징으로 칭찬할 만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