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현실에 전하는 뜨거운 위로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조회수 2021. 1. 27. 15: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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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작 및 스트리밍 신작 후기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 ‘사망보다 해고가 무섭다’는 서글픈 현실에 전하는 뜨거운 위로

출처: 영화사 진진

에디터 홍선: ★★★☆ 제목부터 의미심장한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부당한 파견 근무에 대항하는 정은과 하청 업자 동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사망보다 해고가 더 무섭다”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노동자들의 서글픈 현실과 시스템의 부조리함을 곱씹으며,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로 묵묵하게 향한다. 주인공들이 높은 송전탑에 올라가는 모습을 천천히 담아내는 장면에서는 인물들의 애환과 아픔을 간접적으로나마 전달하며 제목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특히 하청 업자 막내로 나오는 오정세는 현실의 벽에 체념한 듯하면서도 동료들을 조용히 챙겨주고 도와주는 모습으로 안타까운 감정을 자아낸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다른 작품보다 인물들의 목소리가 크지 않지만, 오히려 그 침묵 속에서 많은 감정을 끌어내는 게 인상적이다. 기득권의 탐욕과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분명하게 묘사하고, 이 같은 비극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분노를 넘어선 뜨거운 연대를 희망하며 작품의 주제의식을 힘 있게 전한다.

세자매 - 다른 모습, 같은 상처를 지닌 세 자매 이야기

출처: 리틀빅픽처스

에디터 원희: ★★★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감정들이 꾹꾹 눌러 담기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넘쳐흐른다. [세자매]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세 자매가 아버지의 생일날 한자리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첫째 희숙은 극도로 소심한 성격으로 힘들어도 매번 괜찮다는 말로 얼버무리고, 둘째 미연은 겉으로는 고상하고 완벽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셋째 미옥은 잘해보려고 하지만 늘 술을 달고 살면서 실수를 연발한다. 세 사람은 맞닥뜨린 현실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덮어버리고 속으로 앓기만 하는데, 행동들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우나 애끓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세 자매가 드디어 재회하면서,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준 각자의 모습이 사실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학대와 가정폭력을 바라보는 사회의 잘못된 시선에서 비롯된 곪아버린 상처가 투영된 것임이 점차 드러난다. 완전히 다른 듯 사실은 같았던 세 자매를 표현하는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의 진솔한 연기가 놀랍다.

화이트 타이거 - 웃음, 눈물, 피로 그린 한 사람의 성공담

출처: 넷플릭스

에디터 혜란: ★★★★ 가난한 시골 출신이자 카스트 때문에 천대받던 남자가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는 과정을 그린 범죄 블랙코미디. 세계화, 현대화를 겪으면서도 여전히 부당한 관습과 신분 차별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주인공 발람이 부잣집 아들 아쇽에게 ‘불가결한’ 하인이 되는 대신 그 자신의 ‘마스터’가 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가난한 인물의 인생 역전 스토리라는 점에서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연상되지만, 부잣집의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로 빈부격차와 차별이라는 세계 공통의 이슈를 다룬다는 점에서 [기생충]이 생각난다. 지주들과 가진 자들, 못 배우고 못 가진 자들의 다양한 얼굴이 등장하는데, 특히 적극적 차별주의자의 탄압만큼 소극적인 프리라이더들의 위선을 드러내는 지점들이 특히 신선하다. 각본은 깔끔하고 연출은 스타일리시하며,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특히 아다시 고라브는 영악한 시골뜨기에서 분노와 탐욕에 솔직한 인물로 변하는 과정을 소름이 끼칠 만큼 환상적으로 그려낸다.

명탐정 코난: 진홍의 수학여행 - 시리즈 팬을 위한 선물 같은 영화

출처: CJ 엔터테인먼트

에디터 현정: ★★★ 오랜만에 코난이 아닌 쿠도 신이치의 추리쇼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하이바라의 도움으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신이치가 교토 수학여행에 참가하고 영화 관계자들을 둘러싼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일본에서는 2019년에 방영된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명탐정 코난] 극장판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스케일 큰 볼거리는 없지만, 시리즈 팬이라면 반가워할 만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바로 2013년 방영된 "홈즈의 묵시록" 에피소드 이후 진전이 없었던 신이치와 란의 관계다. 모처럼 수학여행으로 재회한 두 사람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과 쿠도 신이치의 고백에 대한 란의 답변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신이치를 돕기 위해 나타난 헤이지가 반가움을 더하고, 갑작스럽게 나타난 신이치의 정체를 의심하는 세라의 모습이 흥미를 자아낸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년 찾아왔던 극장판 개봉이 연기됐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 것이다.

페이트: 윙스의 전설 - 작가님, 혹시 주인공 안 좋아하세요?

출처: 넷플릭스

에디터 영준: ★★☆ 흥미로운 세계관에 캐릭터가 찬물을 끼얹은 판타지 하이틴 드라마. [페이트: 윙스의 전설]은 평범한 부모 밑에서 자랐던 요정 블룸이 마법 학교에 입학한 이후, 출생의 비밀을 쫓는 내용을 그린다. 작품 전체적으로 [해리포터], [트와일라잇] 등에서 볼 수 있는 설정들이 많은 편이다. “진부하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현대 배경의 판타지, 마법, 10대들의 사랑과 성장 등 언제 봐도 매력적인 요소들로 가득하기에 해당 장르의 팬이라면 제법 즐겁게 볼만한 시리즈다. 탄탄한 세계관 또한 차기 시즌을 기다리게 하는 부분이다. 다만 주인공의 캐릭터 설정은 아쉽게 다가온다. 블룸의 친구들이 회가 거듭될수록 저마다 나름의 성장을 이룬 것과 달리, 주인공의 행보는 가슴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을 선사한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고구마 전개’의 대부분은 블룸의 몫일 정도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부분이 많은 작품인 만큼, 차기 시즌에선 부디 블룸이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등장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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