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일과 사랑의 밸런스

조회수 2021. 2. 8. 13:36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선배의 립스틱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후배의 건방진 한 마디로 시작되는 심쿵 로맨스다. 삽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잘생긴 후배가 ‘선배’라고 꼬박꼬박 부르며 들이대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도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을 만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선남선녀의 연애보다 더 많은 걸 보여주려 노력한다.

출처: JTBC

화장품 회사 신입 마케터 현승은 사수인 송아를 짝사랑한다. 마음을 고백하려는 찰나, 송아가 팀장 재신과 비밀 연애 중임을 알게 된다. 그런데 재신은 사실 회사 창업주의 손녀 효주와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현승을 통해 재신의 배신을 알게 된 송아는 절망하고, 현승은 송아가 재신과 끝내는 걸 돕겠다며 자신과 연애를 하자고 제안한다. 송아는 절박한 마음으로 현승의 손을 잡지만, 그때부터 ‘아끼는 후배’였던 현승이 조금씩 송아의 마음으로 들어온다.


작품 자체는 사내 연애가 주된 사건인 오피스 로맨스이지만, 사건보다는 송아와 현승의 서로에 대한 감정에 집중한다. 그건 송아를 바라보는 현승의 눈빛에, 현승의 배려에 설레는 송아의 표정에, 송아가 해외 지사 발령을 거절했다는 소식에 기뻐 춤추는 현승과 그걸 보는 송아의 미소에 담겨 있다. 반면 송아, 현승, 재신, 효주의 사각관계는 아직 완전히 수면에 드러나지 않았다. 현승과 재신 사이에 주먹다짐이 있었고 재신의 결정으로 송아와 현승이 더 이상 사수-부사수가 아니게 되었지만, 그 외엔 특별한 사건은 없다. 아마 효주가 모든 걸 안 이후에 이들의 관계가 전면에 등장할 것이다.

출처: JTBC

장편 소설이 16부작 드라마가 되면서 캐릭터의 배경 스토리가 더해졌다. 송아와 어머니의 소원한 관계가 그려지고 현승의 가족들이 비중이 커졌지만, 각색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건 재신이다. 그는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탈출하려 재벌 3세 ‘재운’이란 동아줄을 붙잡았다.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럼에도 재운과 효주의 할아버지에게 무시당하고, 사기꾼 아버지의 뒤치다꺼리를 할 때는 마음을 다친다. 그가 송아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재활용도 안 될 쓰레기 같지만, 아주 잠깐은 그를 동정하게 된다.


드라마는 마케터의 일상적 업무, 직장 동료와의 친하지만 선을 지키는 관계 등의 직장 생활을 묘사한다. 재벌 3세도 등장하지만 다른 드라마와 달리 부하 직원들에게 친절하고, 리더십이 있고, 자신이 회사를 물려받을 능력이 있음을 일로 증명하려 한다. 반면 연애는 야근을 같이 하거나 비품 창고에서 잠깐 동안 만나는 것, 출장지에서 업무를 마친 후 잠깐 산책을 하거나 주말에 약속이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로 그려진다. 만약 두 주인공의 러브스토리가 한 시간 내내 펼쳐지길 바랐다면, 일만 하는 모습에 당황할 수도 있다.

출처: JTBC

드라마가 사랑과 일 사이에서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에 집중하는 건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다. 어떤 시청자는 “별 것도 없는데 질질 끈다며” 불만을 표하고, 누군가는 일과 사생활과 연애의 균형을 현실적으로 그린 점에 감탄할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송아와 현승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걸로 끝나겠지만, 드라마는 그 엔딩까지 시청자들이 집중해서 볼 만큼 멋진 여정을 그려야 한다. 지금까진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내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반등을 노리고 자극적인 요소를 집어넣진 않았으면 한다. 모순적인 기대이겠지만, 때로는 핑크빛인, 때로는 연한 회색빛인 이 작품의 감성적 색채를 잃지 않길 바란다.

출처: JTBC

에디터가 이 드라마를 알게 된 건 아이돌 출신 배우 로운 덕분이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재미있게 본 시청자라 그의 새 작품이 반가웠지만, 선배들 사이에서 주연의 몫을 해낼 수 있을까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로운은 지금까지 드라마 속 배우들 중 단연 돋보인다. 그의 외모와 신체적 조건이 완벽하고 귀여운 연하남 채현승의 이미지를 만든 것도 그렇지만, ‘이 세상인 없는 후배’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더 놀랍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할 테지만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의 채현승은 그를 진짜 배우로 거듭나게 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혜란

제보 및 문의 contact@tailorcontents.com

저작권자 ©테일러콘텐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