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올드하지만 보게 되는 임성한 매직

조회수 2021. 2. 22. 13:58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임성한 작가가 돌아왔다. [압구정 백야], [오로라 공주], [인어 아가씨] 등 명작(?)들을 탄생시킨 이후 절필 선언 5년 만에 복귀했으니, 차기작에 대한 관심은 클 수밖에 없었다. 김순옥, 문영남 작가와 더불어 ‘막장 드라마’에 한 획을 그었던 그의 신작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과연 어떤 매운맛을 담고 있을까?

출처: TV CHOSUN

각각 30대, 40대, 50대인 부혜령, 사피영, 이시은은 같은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는 직장 동료다. 세 사람은 라디오 DJ와 PD, 작가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걷고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남편인 판사현과 신유신, 박혜륜 모두 외도, 혹은 그와 비슷한 관계에 놓여있다. 사현은 외도 상대와 아이까지 임신한 상황이고, 유신은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사망 이후 누나뻘인 새엄마 동미와 둘만의 시간을 자꾸 보낸다. 혜륜은 “어떻게 한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냐”라며 수십 년 동안 가정에 헌신한 시은에게 갑자기 이혼을 요구한다. 그렇게 행복한 줄로만 알았던 세 주인공의 삶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드라마 전반부(8회까지)는 주인공들이 남편의 외도를 겪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배우자의 비밀을 알게 된 세 사람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하고, 또 반대로 뻔뻔하게 행동하는 상대방들을 욕하게 만드는 전개다. 여기에 유신을 제외한 나머지가 누구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으면서 마치 [응답하라] 시리즈의 ‘남편 찾기’와 같은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다만 작품에서 상당한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게 문제다. 주인공들이 불륜을 마주하는 방식은 기존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떤 때는 지루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천천히 흘러간다. 물론 임성한 작가의 작품들이 대체로 잔잔하게 흘러가는 편이다. 한술 뜨자마자 정신을 못 차릴 것만 같은 매운맛이 아닌, 은근하면서도 이국적인 매움을 선사하는 음식처럼 말이다. 하지만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작가의 이전작들보다도 훨씬 무던한 느낌이다. 또한 불륜이란 소재를 그동안 훨씬 자극적으로 그려낸 드라마도 많았기에, 예전처럼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도 않는다.

출처: TV CHOSUN

대신 이 작품은 ‘불륜’이라는 소재 자체보다 인물들의 관계에서 자극과 충격을 선사한다. 유신과 동미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헌신적인 줄로만 알았던 동미는 함께 영화관에 갔다가 심장마비가 온 남편 기림을 외면한 채 후련한 표정을 내비치는 것도 모자라, 그와 결혼한 이유가 사실은 아들 때문이었다는 게 드러난다. 유신 또한 동미에게 ‘어머니’라는 호칭 대신 ‘김여사’라 부르며 친근감을 내비치고 기분 전환이라며 연인끼리 할 법한 놀이공원 데이트를 함께 즐기기도 한다.


이외에도 사현의 아버지 문호가 강아지 이름을 첫사랑 동미에게서 따오고 부인보다 애지중지 대하는 모습이나, 사현의 외도 사실에 피를 토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음에도 직장 상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혜령의 감정선 또한 공감하기가 어렵다. 이해하기 어려운 관계들이 자꾸만 나열되니, 보는 입장에선 재미보다는 피로감이 상당하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작품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긴 하다.

출처: TV CHOSUN

어느덧 10회까지 왔지만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앞으로도 풀어가야 할 이야기가 많다. 남편들의 외도 상대일 것이라 예상됐던 송원과 아미, 남가빈은 9회와 10회에서 이들과 과거 인연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세상을 떠난 유신의 쌍둥이 형의 존재 등 회수해야 할 ‘떡밥’도 여럿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의 주제의식인 ‘신은 인간에게 얼마큼의 행복을 허락할까?’도 아직까진 뜬구름 잡는 이야기인 것만 같다. 남은 6회분에서 이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이 작품의 최종 평가가 갈릴 듯하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영준

제보 및 문의 contact@tailorcontents.com

저작권자 ©테일러콘텐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